차홍구 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본지 회장)
  차홍구 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본지 회장)

아직도 위장결혼으로 신분을 세탁해서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적발 돼 검찰에 송치되고 법원의 재판을 받는 사례가 가끔 이슈를 타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우리 법무법인 안민을 찾아온 중국동포 김모(52세)씨는 위장결혼을 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자 곧바로 한국 남편과 헤어졌었다. 이후 여자가 위장결혼 수속 비용을 주지 않자 남편의 신고로 중국에서 타인의 이름을 도용해 입국한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 다행히 제때에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원에 선처를 호소해 법무부로부터 강제추방은 면할 수 있었다.  

2000년 초반부터 신분세탁을 해서 위장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 여성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한국인과 결혼했던 중국동포(조선족) 이모(63)씨는 2003년 10월 위자료를 받아내려고 폭력배를 시켜 남편을 감금 폭행했다. 특수강도죄로 구속된 이씨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강제 추방됐는데 이씨는 중국에서 호적 세탁을 했다. 1949년생인 생년월일을 1951년생으로 바꾸는 등 중국 당국에 돈을 주고 후커우(戶口)를 바꾼 것이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은 이씨는 2007년 1월 다시 한국에 입국해 6년째 서울 강남에서 입주 육아 도우미로 일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했었다.

조선족 박모(65)씨도 2004년 3월 직장 동료를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강제 추방된 박씨는 불과 1년 만인 2005년 2월 손씨로 성(姓)을 바꾸고, 나이까지 7세 많게 신분을 세탁, 서류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로 발생하자 법무부는 안면인식기를 도입해 공항에서부터 신분 세탁 범죄자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예하면 2012년에는 신분을 세탁해 불법 입국한 중국동포 130명을 적발해 이 중 26명을 재판에 넘기고, 4명을 지명 수배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동포들은 중국 당지의 허술한 호구 관리를 악용해 신분세탁을 했다. 주로 자신의 이름 중 한 글자를 바꾸거나 생년월일을 바꿔 새로운 호구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검찰은 "현지 브로커에게 400만~500만원만 주면 쉽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로운 호구를 근거로 중국 당국이 발급하는 여권을 만들고, 현지의 한국공관에서 비자를 새로 발급 받곤 했다. 이제는 전산시스템이 완비돼 쉽게 호구를 고칠 수가 없지만 당시의 관행은 그러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직도 신분 세탁자로 살다가 적발돼 단죄를 받는 사례가 우리 주위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의 8월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김동진 부장판사는 여권법 위반,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 씨(44)에 대해 지난 16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적인 A 씨는 2005년 중국 심양에 있는 모 여행사를 통해 B씨(41)로 신분을 세탁하고 한국인과 혼인신고를 한 뒤 같은 해 9월 한국에 입국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 씨는 2002년 9월 결혼 비자로 한국에 입국했지만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가출한 뒤 불법체류자로 지내다 2005년 자진 신고 후 출국 명령을 받은 바 있다. A 씨는 이 같은 사실이 결혼 비자 발급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신분 세탁을 통해 다른 사람 명의로 위장했다. 그는 2007년 10월 B 씨 명의로 귀화 신청을 해 귀화 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0년 5월에는 B 씨 명의로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2018년 4월에는 여권 재발급을 받기도 했다. A 씨는 해당 여권을 통해 두 차례 출입국을 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출입국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로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은 국내에서 체류하는 기간 보험설계사로 생활하며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국내 체류 허가가 연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중수교 삼십여 년간 위장결혼을 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신분을 세탁한 사례가 수없이 적발됐다.   

이들은 위장결혼을 해서 "아파트 청약, 영주권 또는 국적 취득, 불법체류 등 혼인을 통해, 부부 공동체를 이루려는 것이 목적이 아닌, 기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공무 행정이나 공동체를 속이고 거짓으로 결혼 및 허위 혼인 신고"를 한 죄를 지었다. 
신분세탁이 들통이 나면 한국 국적이 취소되고, 사전에 중국에서도 국적이 말소됐기에 무국적자가 되는 경우가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법원은 ① 형법에 따라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로 징역 또는 벌금형의 처벌을 받게 되며 ②만일 위장결혼으로 인해 일방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면 국적법에 따라 국적 취득 자체가 소급하여 취소될 수 있다. 법무부는 국적 취소로 무국적자가 되더라도 건전한 결혼질서의 유지를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법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불실기재)에 따르면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 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돼 있으며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면허증, 허가증, 등록증 또는 여권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현재 정부가 이들 중 일부에게 국적 부분이 '무국적'이라고 표기된 방문동거(F-1) 체류자격의 외국인등록증을 부여하고 있지만 일할 권리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인권위의 지적에 법무부는 "위장결혼에 따른 무국적자에게 무조건 체류를 허가하면 위장결혼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일정 요건에 해당해야 무국적자 신분으로 체류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국동포 여성들에게서 위장결혼은 가슴 아픈 역사의 산물이다. 그런데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범행을 바로잡지 못하고 남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의 비극이다. 이런 범행은 언젠가는 반드시 들통이 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자신을 바로잡을 용기가 생길 것이다. 

법무법인 안민: 02-866-6800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