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많은 毫들이 
대나무끝에 올라
叙事를 한다
하나로 입을 모으면
천년세월이 무릎을 꿇어
낱낱이 헤아려지는 까닭에
오늘까지도 
그 추상같은 서슬에
천지간에는
시비의 애환이 들끓고 있다


갑골문

 

칼이 붓이였던 세월
文이였고
武였다

뼈조각이 종이였던 세월
글이였고
화석이였다

뭇획들이 부둥켜 안고
세상을 닮아 가려고
흉내를 내고 있을 무렵

거부기는 엉기적엉기적
뭍에 올랐다
짐승들은 산을 내리고

평화의 혁명
창과 방패는 한몸이 되였다

긴 세월을 
주거니 받거니
陰刻의 골이 깊어 갈 때
세상은 깊은 잠에서 깨여났다네

 

한복 

 

造化
이런 조화는 드문 이야기

조선의 하늘아래
그 순백한 때깔이 땅을 덮으니
바람을 끌고
바람에 끌려
오백년 세월이였다

삼베
모시
옥양목
견사
갖고 갖아라

세상은 치마를 얻고
여인은 치마를 입고

행주산성 여인네 치마폭에
돌덩이가 담겨 있다

열아홉 논개의 치마폭에
왜놈의 비명이 싸여 있다

여류시인 황진이 치마폭에
선비의 글발이 돋아 있다

의식주에 기호 일번은
시대의 기치
겨레의 긍지
역사의 자국

이제 그 바람은
담장을 넘어
바다를 건너
이방의 하늘아래로 불어 갔다

어제는 몸을 가리고
오늘은 몸을 빛내고

패션의 세계에 발을 담그니
멋과 맛이 어우러져
글로벌이 한 동네라

여염집 처마아래서
얼룩진 때자국들
그 고달픈 세월을 씻어버리니

세상이란 이런거란다
갈때까지 가야만 아는
우리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사금파리

 

평화가 추락한 
마지막 모습
아우성이 땅을 안고 굳어버렸다

흉금은 바람에 드러누워
과거를 잊어버린채
이젠 
낱낱이 흙으로 가는 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것도 될 수 없는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나면
잊혀진 세월에 잠들 것이다


诗碑

 

죽은 글쟁이의
원고지다
살아
먹물 한 병 풀어 헤쳐
이 세상서 눌러먹은
심경 한 쪽 적어두면
참새 몇 마리 걸터 앉아도
참으로 다행이라 하겠다


시비 위의 참새

 

거저 돌인 줄 알고
내려 앉았다가
똥을 찍 갈기곤 날아갔다

시문인지
비문인지
알아 먹지 못한 슬픔 뿐

인간의 심사를 뒤로한 채
저들만의 삶을 위한 하루가
끝나지 않은 한

어찌 鸟놈을 탓하랴
비상의 날개 아랜
먹이가 낱말인 것을

신현산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길림시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동포문학 최우수상
청암문학 신인상
연변시조협회 시조 가작상
한국 전국통일문예작품공모전 시조 특별상

시조집 "성에꽃"(바닷바람 2021)
시집 "박넝쿨"(연변인민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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