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13일 북한-러시아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두 정상은 미국의 강력한 경고를 비웃으며 보란듯이 우주기지에서 만났고 군사협력을 약속했다. 작용은 반작용을 부른다는 말 처럼 '윤석열-바이든-기시다'의 강공 외교는 결국 북러의 신연대를 만들어 냈다. 이제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한미일 대(對) 북러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이벤트가 끝나면 정산이 남는다. 국제사회는 북러 정상회담의 손익에 대해 분석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13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승자는 김정은”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며 경제적, 기술적 이익을 추구할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외교적 출구가 없던 김정은은 국제 외교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고, 탄도미사일 기술과 중유, 식량 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게 됐다.

필자는 존 볼튼 전 안보보좌관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번 회담의 최대 승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일정 부분 전리품을 챙겼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의 입장도 매우 복잡해졌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노딜과 코로나19로 고립된 지도자에서 화려하게 외교무대로 복귀하고 실리를 챙겼다. 그가 북-러 무기 기술 거래를 통해 오는 10월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정세는 격랑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러시아가 군사기술을 지원하면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동북아는 다시 요동치고, 한반도 주변이 군비 경쟁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둘째, 김정은은 대북제제의 판을 흔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치적 운명을 건 푸틴의 입장을 활용해 '통큰 거래'를 하고 대북제제의 둑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제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제는 러시아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셋째, 북한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김정은은 역대 수령 중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북중, 북러 정상회담을 모두 이룬 수령이 되었다. 거기에 러시아에 직접 가서 북한에 식량을 가져오는 애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까지 생기게 되었다.

넷째, 김정은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러 사이에서 최대한 지원을 이끌어내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중국에 손을 벌여야하는 입장이나, 러시아가 중국의 종속 변수로 전락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알려져있다. 북한이 과거 냉전시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러의 밀착은 한미일 밀착의 반작용이다.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신흥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에 대해 벼랑끝까지 밀어부치는 외교전략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전략적 연대에 나선 러시아와 북한을 공동으로 상대하는 것은 이들을 따로따로 상대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고 위험한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해왔던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이전하게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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