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산을 힘겹게 넘어서며
남긴 그 말을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만감이 교차한 
그 표정 속에서
빛나는 것에만 눈길 주었지만

갑자기 짓누르는 
어둠의 정적에
하루의 끝이 보인다 

산을 넘고 있는 엄마 마음
내가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두 번 피는 월계화(月季花)

 

얼마나 그리웠으면
피를 토하며 갔다가 
또 다시 찾아왔을까 

담장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며
감았던 마음 풀고 푼다

비 속에서 파르르 떨며
그 이름 다시 불러보지만
들려오는 건 자지러진 매미소리 뿐 

하늘을 물들이며 놀던 해도 
보기가 안쓰러워
훌떡 산을 넘는다

달도 알고
해도 아는데
오직 너만 모르는 기다림

아닌 척, 가시를 치켜세우며 
잊었다고 말하지만 
또 다시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

 

겨울비 

 

마른 명태를 씹듯이 
빈정대며 오는 겨울비에 

어깨를 추스려 올려도
나이들면 처지는 남자들 키처럼 
주눅 든 겨울

고드름 한줄이라도 걸어두려고
안깐힘을 쓰나
찬바람조차 훼방을 놓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눅눅한 허공만 남았다
꿋꿋했던 어제는 다 지나간 이야기라고 
비웃으며 멋을 내느라 
팔자걸음 하는 겨울비 

후줄근 해졌던 겨울은 
밤새 잠꼬대 하는 비를 
차겁게 얼궈놓고 
우뚝 일어 선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던 
철부지 비
건방진 팔자걸음 거두고 
공손히 두손잡고 바라본다 
다시 털고 일어난 겨울을 

 

달리는 자동차들

 

달리다가 갑자기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차라리 잠깐 쉰다고 생각하자 
억지로 가다보면 
벌금 딱지를 받기 마련이다

네 바퀴가 둥글어도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감정은 
벼랑으로 떨어질수 있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것이
생각만큼 슬픈 일은 아니였다 

브레이크 걸었던 마음에
다시 시동을 건다 
멈춘다는건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이였다 

이럴 때 떠오르는 한마디
혀에도 브레이크를 달자
내 뱉을때  남이 상하지 않도록 

 

된장찌개


뚝배기에서,
처음 만났다 
된장, 감자, 호박, 두부.....

서먹서먹하게 떠 있는 사이로
된장이 스르르 녹으며
서로에게 스며든다

딱딱하던 얼굴들이
차츰 부드러워지고
앞다투어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낸다

보글보글 지글지글
나는 누구냐
너는 누구냐

서로 문드러지며
어우러져가는 맛 

내가 사라지고
네가 사라지는 동안
새로운 그 무엇이 되어간다

이해란 프로필 

1965년 룡정 출생 
1987년 길림대학 화학학과 졸업 
국가2급 심리상담사 
연변작가협회 회원 
대련조선족문학회 부회장 
현재 대련 거주,  환경보호 관련 회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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