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춘3월 어느 저녁 때
우리 부부 산책을 했어요
수선화 한 그루를 사왔는데
봄도 몰래 따라 왔네요

수줍게 숨었던 꽃몽오리들
우리 집안을 살피고 있네요
문을 살그머니 닫았더니
어느새 집안에 봄이 꽉찼네요

어제도 오동통한 꽃몽오리들
왜 하룻밤새 활짝 폈지
어젯밤 우리 부부의 드라마를
수선화가 엿본 것 같아요

 
 까치의 휴일
 

솔솔 바람의 고마운
  빗질을 받으며
떠돌이 구름까지 머
  리위에 얹혀놓고
눈을감고 누구를 
  기다리는지
오늘은 색다른 풍경
  이 되버렸네요

게으른 아지랑이들
  어디 놀려 갔는지
땡볕만 여기저기서
  서성거리네
다시 바람에 날개를
  훨훨 저어나볼까
까욱 소리가 나거든
  누구도 싫다고마라

 
    오늘과 내일
                

아무것도 바라볼 것 없고
오른손가락 몇번 구부렸지
그많은 기쁨도 슬픔도
손가락새에 묻어 나왔네
그렇게 모아모아 봤더니
51110개의 오늘이더라
내키지도 않은 오늘과 내일
내 핏속에 스며들어 있었겠지
분명한 건 내가 겪었다는 것
내 인생의 오늘과 내일
해와달같이 영원할 거야
뭐라고 허공에 대고 뱉을까말까
내보다도 못난놈들 있거늘
속절없이 몽롱시나 쓰지 말고
내일을 오늘이라고 노래나 한곡 불러

 
   8월 나의 일기
  
8월은 
햇님이 쏜 화살
거침없이 달려든다
너와 나
피할 수가 없으면 
과녁이나 되볼까

8월은
길 잃은 새끼양
처량한 울부짖음으로
엄마를 찾는구나
엄마는
듣는둥만둥

8월은 
장미가 좋아한다
옹기종기 모여서
저멀리 걷는 녀인의
볼성사나운 뒤태
까시로 찔러본다

8월은
손에 잡고있던
길게느린 동아줄을
서서히 걷어버렸어
누가 말했는데 웃겨
장마가 아니란다

8월은 
긴여정을 끝내고
깨알같은 일기장을
계속 이어서 써야지
서랍속은 안들어가
얇은 달력은 
부끄러울게 없다고
벽에 메달아 놔라네

 
전주 덕진 공원에서
               

오늘이 왔다고 꽃들이 활짝 웃는다
동그란 연잎들 게으르게 퍼져있고
수초들 삼삼오오 숨박꼭질을 하는구나
약속도 안했건만 미풍들이 달려 왔고
물닭의 꿍꿍 소리에 잔파도가 출렁이고
육각정 처마에 걸린 위태로운 거미줄
싱겁게 호랑나비와 실랑이를 벌리고
한바탕 소동에 흙탕물이 난동 피우고
비단잉어들 달리기 연습에 괴로와하며
연꽃들 수줍은 미소를 감출 곳 없고
둘레길의 조약돌들 조용히 듣고만있네
연인들 키쓰소리 얼마나 달콤할지
수양버들도 조용히 엿듣고만 있었지
나의 발자국을 내일 찾을 수 있을까
명년에도 잊지 말고 찾아오는 핑겟거리
흔들다리가 꼭 기억해서 알려줄 거야

김정수 프로필 

1953년 길림성 공주령출생.1988년 내몽골인민출판사 과학동화집 번역출판. 동년 길림성위선전부 민간이야기 수집번역 10편 발표.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