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9월19일 화요일
연출: 김경희 작가: 김경순
진행: 이소연, 전춘화

▶ 편지사연 1. <난감했던 그날> (여, 40대) 9/19 화

김영화, 중국 요녕성 영구시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씩 난감한 순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 동네에 사는 한족친구 아들이 소학교에 들어가면서 알게 된 친구인데 남편이 한국분이라 우리 민족 음식을 좋아하구 문화도 많이 아는 편이라 더 가깝게 지내온 거 같았다. 하지만 외출하기 싫어하는 친구라 알고 지낸 지도 십 년이 넘었지만 우린 같이 밥 먹은 적이 몇 번 안됐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나이가 들면 변화가 많다더니 친구도 차차 외출을 즐겼다.

그러든 어느 날 친구는 내가 만든 뽀즈, 만두 작은 배추무침김치를 배우고 싶다 했다.  뽀즈가 폭신폭신 맛있다며 밀가루 씌우는 걸 배워달라 했다.  솔직히 이건 한족분들이 더 잘하는 음식인데~  나는 흔쾌히 응낙했다. 약속을 잡고 친구가 울 집에 와서 직접 반죽을 하면서 효모의 비례와 물의 온도, 주의사항 같은 걸 알려주었다.

나는 고기를 다지고 친구는 버섯을 깨끗이 씻어 잘근잘근 썰어놨다. 나는 속을 다 만들고 이제 점심에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바로 친구가 며칠 전에 먹고 싶다든 작은배추무침, 이건 내가 젤로 자신있게 만드는 요리 중 하나이다. 나는 아식아삭 맛있게 무쳐서 시원하게 먹자고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두었다.

그리고 소고기 고추볶음하고 새우야채 볶음, 간두포 무침 하나를 잽싸게 만들어 냈다 둘이서 폭풍 수다를 떨며 맛있는 정심을 다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하고 나서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발효가 더 잘 된 거 같았다, 벌집구멍마냥 쏭쏭 부풀어 오른 게 친구가 이렇게 잘 발효됐는데 만두 만들어 팔아도 되겠다 한다. 금방 쪄낸 만두 폭신폭신한 게 넘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친구…….집에 갈 적 나는 비닐에 담아주면서 딸 갖다 주라 했다.

이튿날, 정심 냉장고에 작은 김치통이 눈이 띠었다. 아차 그제서야 생각났다. 어제 친구가 먹고 싶어했든 작은배추김치. 어마나 이걸 어쩌지……난 부랴부랴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사연을 얘기했다. 친구도 같이 웃으면서 자기도 건망증이 심하다고 이해한다며 자기는 그 배추김치를 금방 만들어 간이 안 배겨 못먹는 줄 알았단다.둘은 전화로 한참을 웃으며 난처한 그 순간을 넘겼다. 그 후 다시 맛있게 만들어 한통을 갖다주면서 오해?와 난감이 사라졌다.


▶ 편지사연 2. <잊을 수 없는 아모나베 장터> (남, 10대) 9/19

최지성, 중국 길림성 연길시 연변대학사범분원부속소학교 3학년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아모나베’ 장터활동을 하는 날입니다. 아모나베’란 평소에 아끼고 모았던 물품들을 팔아서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고 사랑을 베푸는 활동입니다. 아침부터 콧노래가 흥얼흥얼 절로 나왔습니다. 길가의 꽃들도 나를 보고 손을 젓는 것 같았습니다.

오후가 되자 드디어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1, 2학년에서는 인형, 3학년에서는 도서, 4학년에서는 놀이감, 5학년에서는 옷, 6학년에서는 학용품, 소백화, 신, 여러 가지를 팔았는데 가격은 1~10원 부동하였습니다. 우리 반은 3학년인지라 도서를 팔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가져온 책은 작은 산더미를 이루었습니다. 여학생들이 먼저 가서 물건을 사고 우리 남학생들이 남아서 책을 팔았습니다.

(친구) 책 사세요. 책 사세요. 좋은 책 정말 많습니다.

(친구 1) 책값이 아주 싸요. 좋은 책 많을 때 얼른 챙기세요.

친구들은 사구려를 부르며 신나게 책을 팔았습니다. 한참 팔다가 여학생들이 돌아오자 우리가 자유롭게 나가 물건을 살 차례가 되었습니다.나는 총알같이 장난감 파는 곳으로 달려가서 내가 지원한 자외선 총을 사려고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4학년 형이 그 총을 사서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사실 내가 지원한 자외선 총은 값이 엄청 비싸서 살 때도 엄마가 몇 번 별러서 사준 거라 내가 제일 아꼈던 장남감입니다.

사랑의 마음을 전달할 열정으로 지원하고 생각해보니 너무 아깝고 아쉬워서 오늘 다시 사오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형이 벌써 사가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우울해 서 있었습니다.

어느새 곁에 오신 엄마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물으시기에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엄마는 우울해할 것 없다면서 이왕 좋은 마음으로 지원한 걸 좋게 생각하라고 다독여주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엄마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지원한 자외선 총을 산 형님도 내가 아끼던 것처럼 그 총을 좋아할 수도 있었고 또 형님이 산 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쓸 것이 아닙니까?

내가 아끼던 장난감을 지원함으로서 형님도 어려운 이웃도 기뻐할 걸 생각하니 꽉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해져서 어느새 자외선총에 대한 미련이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이랑 놀잇감이랑 다른 것들도 둘러보면서 즐거운 오후를 보냈습니다.

오늘 ‘아모나베’ 활동을 통하여 진정으로 남한테 베푸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이며 또 즐거운 일이며 나누면 행복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토록 아끼던 자외선 총마저 미련 없이 내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다음번 ‘아모나베’장터 활동이 또 기다려집니다.


청취자 참여코너
청취자 참여코너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