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마다


주방에서 달그락
음식 만드는 소리 들으며

화려한 접시들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누가 뽑혀나갈지 궁금하다

엄마의 지극정성이 
그릇마다
그득그득 채워지는 
아침 수라상

맛있는 향이 날아다니며
아침을 깨운다

 

2. 늦가을


낙엽 진 가을길에
즐비하게 줄지어 
누굴 기다리는 것일까

비에 젖은 손바닥 
짝짝 펼치고 
그리운 적어보는 기억 한순간

지나가던 바람이 
괜찮아, 괜찮아
얼싸안고 보듬어줍니다

소록소록 찬비 내리는
기다림의 사연


 
3. 사과 


알록달록 단풍잎 
산 너머 이사 가는 날

동네 아이들 사이좋게
마주 보고 웃습니다

포근한 바람 배웅하는 
고갯길마다
즐거움이 노랗게 익어갑니다

잘 가, 또 다시 만나…
약속들이 알알이 영글며

가지마다 잘랑잘랑 
빨갛게 꿈이 익어가지요

 

4. 참새


아침 
창문 열었더니 
참새 지저귀는 소리 들려왔다
그 소리 너무도 아름다워
일기책에 또박또박 적어 넣었다

일기책을 서랍에 넣어두고
학교로 갔다
마침 음악시간이었다
나는 참새처럼 노래 불렀다

짹짹 고운 목소리가
포릉포릉 가슴에 내려앉아 즐거워났다

온종일 
나는 참새가 되어있었다

 

5. 낙엽의 이야기


서리 내린 가을 
숲길을 걸었다
발치에 낙엽 한 잎 까무러쳐있었다 

유심히 바라보니
빨갛게, 몸이 달아있었다

아, 가긍스러워…
나는 나뭇잎을 품에 꼭 껴안았다

집에 와 
노트에 끼워두었다

언제든 서랍 열면 
발딱발딱 일어서는 낙엽의 목소리…

 

6. 코로나


밤새도록 눈이 내려요
바람도 윙윙 불어요

변덕스런 하늘 때문에
달님이 몸져 누웠어요

병문안 왔다가 별님도 
전염 됐어요 유행성감기래요

갈매기가 구름 넘나들며
링거 꽂고 간호 한대요

쏴쏴— 
병독 뽑혀나가는 소리

별님들 환호성에
달님이 동실 솟아올라요

 

7. 상추


오빠가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갔다가
상추를 듬뿍 가져왔다
할머니가 보내주신 상추~!
주글주글한 얼굴에 웃음꽃 활짝 피우시던
할머니 같은 상추…

상추가 밥상에 올랐다
시장에서 사 온 것보다 더 구수하고 맛있었다
주름 많은 할머니, 
그 손에 
듬뿍 묻어나던 향기가 가슴 뭉클하게 한다

맛있니? 많이 먹어…
언제나 풋풋한 사랑으로 반겨주시던 
할머니 그 말씀처럼, 방안이 금세 환해지고 있다

 

8. 친구


강가에서
햇살이 물장구치고
강물이 졸졸
노래하고 있었다

햇살이 
내 얼굴에 앉아
두 눈 간지러주었다

잡으려고 풍덩 
물속에 뛰어들었다
아, 시원해...

집으로 오는 길
햇살이 등 뒤에서
포근히
나를 안아주었다

 

9. 가을 


공원 오동나무 잎 
떨어진다

가을바람이
낙엽 밟고 지나간다

바스락바스락…

생각 밟히우는 소리
아픔 돌아눕는 소리

 

10. 누가 이길까 


하늘에서 
열리는 운동대회

번개와 천둥
달리기 시합

번개 선수 번쩍번쩍
앞장서서 달려요

천둥 선수 우르릉 꽝
한발 늦었네요

구경하던 먹장구름 
웃음들이 까르르…

방울방울 
쏟아져 내려요

신현희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사)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회원
중국 조선족 시몽문학회 주한국 대외연락부장
재한동포문인협회 2022년 시부문 우수상
한국아동문예작가회 2021년 제12회 세계동시문학상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아동문학세상》 2020년 102회 신인문학상
한국여성소비자연합 문화예술부 2020년 제52회 신사임당의 날 기념예능대회 장려상
재한동포문인협회 2020년 제2회 시화전 우수상 수상
한국과 중국 문학지에 시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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