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도망가 


포기할 듯 도사리는 것 알면서도 
기다림은 낙조에 손 내밀고 있다
잡으려고 애 쓰는 유감의 발버둥 

하지만 고집의 답신엔 장맛비도 
삼복 실각시키는 최초의 눈물로 
이해의 능선에 이슬 각인해 둔다 

애써 도주의 밤 불사르는 생각
접선의 나루에 별빛 닦아주고 있다

 

아, 그때 그 멜로디

눈 감고 옛 노래 더듬으면 
벌렁이 던 심장의 착각, 
별빛 전율하는 향기에 
어둠 얹으며 회한 닦는다

젊은 날 못다 나눈 이야기
눈물 각인해 가는데
우등 불 찾아 파닥이는
이별의 블루스
낭만의 기억 짜릿하게 한다 

(나는 살며시 
그대의 눈 가리고 
내가 누구인지 맞추도록 했다)
라는 가사의 뉘앙스
바람처럼 저 혼자
빈들에 머물다 떠나시겠지

돌이킬 수 없는 
이슬의 단면에서 
나는 한 마리 부나비가 된다 


별빛 속의 먼 그대


하나 둘 추억 꺼내 씹는다
바람이 잎새를 뒤적이 듯
고독 꺼내 씹으며
모닥불도 볼 붉히는 시각이다

손잡고 걸었던 밤거리
함께 뛰놀던 백사장
러브 샷 하던 카스 바엔
사랑도 허겁의 쓴 그림자

날카로운 첫 키스는 
추억처럼 황홀하지 만  
지금은 어느 먼 하늘아래 
옛 꿈 꺼내 읽고 계실까 

점점이 회한 주름 잡으며 
오늘도 나는 홀로 이
그리움 둘둘 말아
긴 담배 붙여 물고 있다


옛사랑  (시조 편)

수십년
지났지만
가끔씩 떠오른다

세월이
약이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미련은
아직도 남아
애간장을 태운다


때 늦은 사랑 


모처럼 
기다려 온 
때 늦게 만난 사랑 

내일을 
다짐하며 
행복을 그려본다 

알리야 
만무하지만 
아끼면서 살련다 


나그네 인생 


옹고집 
피우면서 
견뎌온 지난 세월 

달리고 
또 달렸다 
뒤돌아 보지 않고

샘솟는 
용기 북돋지만 
쉬엄쉬엄 가련다 

 

허욕

길지도 않은 인생 
뭘 그리 
바라는지 

잡은 꿩 놓아 두고
나는 꿩
잡자 하니

이놈의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나 
봅니다 


나쁜 놈


꼬셔서 
따먹더니 
뺑소니 치고 다녀 

챙겨도 
못 주면서 
먹기는 왜 먹는 고

이놈의 
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날라 


잠 못 드는 밤


동동주 
담가 두어 
님 오면 드리 리오 

치마끈 
동여매고 
밤잠을 설치 느니 

미어진
가슴 보듬어 
그리움을 삼키 오 


견인(坚韧)


가시밭 
헤쳐가며 
용케도 살아왔다 

방황도 
많이 했고 
실수도 많았지만 

끈질긴 
노력 않고서 
행복할 수 있을까 


추억 (追忆)


기억의 
저편에 둔
그리움 꺼내 들고 

차 한자 
마시면서 
옛 님을 그려본다 

유랑 객 
신세 됐지만 
마음 만은 여전해 

 

오만과 
편견 보다 
더 심한 병 있으랴 

곡식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밥 먹듯 
잘난 척 하니
병이 따로 없구나 

 

그리움 

세월이 야속 해도 
때로는 
약이 되고 

상념에 빠져들면 
밤 가는 줄
모르니 

사랑이 
도대체 뭔지 
애간장만 타 누나 

이광일 프로필

길림성 돈화시 출생

한국행시 문학회 시인 등단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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