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순 근작시 몇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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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68년 6월 5일 중국 길림성 안도현 만보향 공영촌 출생. 중국 연변대학 조문전업 졸업.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소년문예부 주임·주필 역임.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대표회장 역임. 現 중국 조선족시몽문학회 대표회장. 순수아동문학지 「별나라」, 「아동문학」, 「아동문학샘터」 편집주간, 발행인 역임. 現 종합문학지 「詩夢文學」편집주간, 발행인. 시집 <샤갈의 물감> 등 12권 출간. 동시집 <풀아이들의 여름이야기> 등 3권 출간, 동화집 <토농이의 황금닭알> 출간, 설화집 <연변관광명소전설> 출간, 시론집 <복합상징시론> 출간, 윤동주문학상, 해란강문학상, 세계동시문학상, 시선 해외 시문학대상 등 수상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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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가 마우스를 업고 춤추면 

 

시공時空의 자유가 한방 클릭에 달려있다 
존재는 투영投影 못박아둔 파닥임으로 
어둠 불사른 진로進路가 된다 
스핑그스 미소가 사막의 원혼 들었다 놓는다

올림푸스 산정에서 별빛 타고 내려와 
사이버 입덧에 옷을 입혀라 
치유의 안내도가 거기에 깃 펴고 있다

나일강의 죽음에서 
수호천사는 새롭게 환생하리니 
평행우주의 다운증후군 메모리가 
해저의 부름 건져 올릴 일이다 

끈적진 하루가 매듭 엾는 연장선
그 입맞춤으로 눈먼 아픔 딸깍거리고 있다 


2023. 10. 1

 


황천의 절경絶境 
 

베를레르의 거리에 비가 내리듯
기억 잃은 숲길에 눈이 내린다
줄 끊긴 명상의 공간으로 
아픔 걸어 나간다

잘려나간 지구의 단면에 
태고의 흔적 만지는 손이 있다

손가락이 집어든 이슬
각질의 어둠으로 하늘 깔아드리면 
참선의 시망막 물젖어있고 

울며 사라진 아리랑
전설 같은 나목에 꽃피어있다 

계곡, 까무러쳐있듯 
베를레르의 가슴에 비가 내린다  


2023. 10. 1

 


역광逆光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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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의 눈동자에 가로 박혀
사막 핥는 구름의 난센스~!
광야의 안색은 
물안개의 주춤거림 열어두고 있다

작약芍藥향 넘쳐 흐르고
좀비의 시간 더듬으며
인내 수놓는 바위섬 

태고의 옛 문명이 
언어의 숲 길들여가듯
착상 꼬드겨 회한 점박아둔다 
 
잘랑 잘랑 잘랑… 
메아리마다 찬란한 햇살~! 
아픔의 난삽 분만分娩되고 있다 


2023. 10. 2



건조된 공간에 약조 지펴 올리기 
 

그렇게 하기를 수천 번, 남자는 
여자를 물이라고 생각하였다 
찰방대다가 잦아들거나 
흘러가버리는 존재라고  
문전에 높이 띄워놓고 지켜보았다

덜 닫긴 수도꼭지에서 똑, 똑…
날 밝을 때까지 허겁은 
어둠을 그렇게 울어야 했고
저승사자 자비로움은
바다의 흔적 가려주었을 것이다

별빛 각성 눈뜰 때까지 
미라의 시간 앞에서 
순종의 바람, 놀빛에 무릎 꿇었다 

각막 벗는 기억 한 소절
아픔도 녹슨 꿈이라 
못 잊겠노라 흐느껴준다
꿈밖에서 꿈길 더듬는 손 있듯이


2023. 10. 3

 


숙녀의 수틀에서
 

아무도 몰래 내리는 빗소리를 
그는 도깨비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생각하였다
허깨비 기왓장 번지는 메아리
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구의 반대 켠에서  
향기들이 얼어 터져
깃 펴고 춤 출 수도 있는
가을이건만 
안식도 모른 채
바람은 심야 두드려대며
발자국에 탁본 찍었다 
멍든 하늘
번갯불 쥐고 흔들지만
고요는 자유에 입대고 있다 
촉감의 예각이 
고독 한순간도 
발끝으로 숨죽여 걸으라 한다


2023. 10. 5

 


미라의 일상, 
미소 짓는 계단 움트게 한다

 

그게 어찌 헤드라이트 눈뜬 시간 탓이란 말인가
나래 부러진 억측 파도 일으켜 세울 때 
천둥 우는 단면斷面에 바람을 갈고 닦는다 
새벽인체 하지만 겨울에도 한 겨울 
융단의 떨림은 빈들에 매화 향 받쳐 올린다 

사막 구겨 쥔 아픔이 왜 슬픔이어야 하는지
휴면의 바다가 놀빛 비법 각색해가고
자줏빛 숨죽여 숲 건너고 있어도
영혼 빚어 제단 잠재운 별들의 노래는 
땀구멍으로 우주 슴새는 소리 걸러두고 있다 

비천의 어깨에 한숨 걸치어있다 하여  
그리움마저 묵상 흉내 내야 하는 것일까
오리온성좌의 가냘픈 신음 한마디가
콜로라도협곡 돌아눕게 한다 지구가 놀라고 있다
 

2023. 10. 6

 


참선의 아픔, 
새벽하늘 초씩이듯이

 

망자의 넋으로 어둠 불 밝혀주실 일이다
바위틈에 입김 얹는 넉넉함으로 
굽이도는 냇물의 속삭임 어루만질 일이다 

두근거림이 망초꽃 설음이라면
미소 펼친 황천길 가려 덮을 것인가
햇살이 무위無爲, 능선 받쳐 올리는데

낙타의 눈물 옥구슬 되는 순간까지 
세월은 사막에 뿌리 내릴 것이다

명암의 대안, 향기로 석탑 쌍는 동안
내일에 입 맞추며 약속 다져갈 일인가 

순례자의 하늘 눈 감아버려도 
새상은 만개한 꽃으로 피어
바위섬 속주름 기도로 늘여갈 일이다 


2023.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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