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길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고향길

책보자기 어깨에 메고

짚신 한 켤레 허리춤에 매달고

학교로 가시던 새벽길은

내 아버지의 꿈길

 

동산 위 해 떠오르면

해란강 물에 흙발 씻고

짚신 신고

학교로 내달리시던 신명 나는 길은

내 아버지의 청춘길

 

용문교를 지나

주먹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용두레 우물에 목 축이고

학교로 뛰던 활기 넘친 길은

내 아버지의 젊음길

 

아, 그리워라

그립고 그리운 고향길에

아버지 큰기침 소리 들려

눈을 번쩍 뜨면

내 아버지 저만큼서 손사래 치고 계시네

 

수양벚꽃 

 

조용한 봄날

그대는 긴 머리 늘어뜨리고

애타게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산들산들 봄바람으로

머리를 감고

봄향기 뿜고있는데

그대는 오지않네

 

정오의 봄햇살

화사한 꽃잎에 내려앉아

얼굴을 간질으며

외로운 마음 위로하고

 

그대 기다리는 마음

햇살과 함께

서산으로 넘어가고

그리움의 무게는

무거워만 진다.

 

그리운님 찾아와도

머리를 들지 못하는

내 첫사랑 같은

수양벚꽃이여

 

봄비 소리

 

봄밤에 내리는 봄비 소리는

울 어머니 눈언저리

소리 없이 짓는 눈웃음 소리인가

 

봄밤 내리는 봄비 소리는

울 아버지 화내시며

투덜투덜 불평하는 꾸지람 소리인가

 

봄밤에 내리는 봄비 소리는

내 아들놈 밥투정하며

투닥투닥 숟가락으로 밥상 치는 소리인가

 

사랑 이야기

 

넓은 바다 위에

중천에 뜬 달이 금가루를 가득 뿌리면

어두운 밤 등대가

깜빡깜빡 호롱불 켠다

 

별빛 하얗게 펼쳐놓은 원고지에다

차곡차곡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받아 적는다

 

천년을 지켜선 갯바위는

말이 없고

짠물 파도가 바닷바람을 일으켜

책장을 펼쳐주면

방파제 앉은 연인 한 쌍이

사랑 이야기를 읽는다

 

못다 산 세상에

못다 부른 사랑 이야기 속

그 슬픈 사연이 눈물겨워

눈물 지우면

저만큼 별똥별 하나 바닷물에

퐁당 뛰어내려

파문을 일으켜 번져가고 있다

 

꽃이 아름다울려면

 

가시밭에 핀 꽃은

더욱 아름답다 했던가

 

고난 끝에 얻은 성공의 열매가

더욱 소중하다 했던가

 

꽃이 아름답기 위해

꼭 가시밭에 자랄 이유가 없겠지

 

성공의 열매를 얻기 위해

꼭 고난의 길을 택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봄날 가시밭에 이름 모를 풀꽃 한 송이가

내 마음을 고스란히 사로잡는다.

 

가을 편지

 

오늘도 나는 앞치마를 입고

우체통 앞에서 서성이며

택배원을 기다립니다

편지를 넘겨받은 나는

웃음이 나와 웃고 서 있습니다.

 

갈만치 간 계절 끝자락

너른 들판에

허수아비가

누더기를 펄럭이고 있습니다.

 

먹을만치 먹은 내 나이는

속일 수가 없나봅니다.

웃고있는 나는 헛웃음으로

허수아비 닮았나 봅니다.

 

유영란 프로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공무원문인협회 회원
아태문화예술총연합회 부회장
UN ECOSOC MGO
세계한민족컵조직위원회 회장 (중국)
재한중국동포문인협회 고문 
전국애심여성민족공익사업발전기금주비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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