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고종 한중 불교 교류 여정기(旅程記) -

지난 10월  24일 오후 장자제(張家界)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넘게 중단된 한중 불교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의 뜻으로 마련된 태고종 중국 방문단은 중국 외교부와 중국 종교사무국, 중국 불교협회의 초청으로 4박5일 간의 중국 방문일정에 올랐다. 방문단은 총무원장 상진스님, 행정부원장 능해, 사서실장 원오, 규정부장 진화, 사회부장 도휘, 총무국장 정각, 권기식 국제교류자문위원장 등으로 이뤄졌다.

중국 불교협회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한중 불교인들
중국 불교협회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한중 불교인들

장자제시 외사판공실 천리(陳麗)씨가 마중을 나왔다. 시 정부 버스를 타고 장가계화천호텔 2층 회의실에서 한중 불교 교류 간담회를 열었다. 장자제시에서는 리젠리(李建麗) 외사부주임과 쓰룽성(釋容勝) 천문산사 주지스님 등이 참석했고, 태고종에서는 총무원장 상진스님 등 대표단 7인이 참석했다. 양측은 한중 불교 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중국측은 한중 불교 교류, 특히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았다.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태고종의 뿌리가 중국과 맞닿아 있다"며 한중 불교 교류를 위한 관심과 의지를 밝혔다. 만찬은 쓰룽성 스님의 초대로 호텔 식당에서 있었다. 스님들을 배려한 채식요리가 나왔고, 양측은 차로 건배했다.

만찬 후 시 정부의 안내로 중국 4대 공연의 하나인 천문호선(天門狐仙) 공연을 보았다. 거장 장예모(張藝謀) 감독의 작품 답게 스케일과 내용이 압권이었다. 천문산을 배경으로 웅장한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공연은 관객들을 중국 설화의 판타지로 빠져들게했다. 특히 천년 묵은 여우와 인간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장면은 연기와 무대, 조명이 천문산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장자제시의 융숭한 대접은 이 도시가 관광업이 주된 산업이고,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인구가 60여만명으로 늘어나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대외 교류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장자제의 기임절경 
장자제의 기임절경 

25일 오전 장자제시 인민정부의 안내로 천문산사를 방문했다. 7.5km 구간을 30분에 걸쳐 이동하는 케이블카는 구름 위를 천천히 올라 1500여m 천문산 정상에 우리 일행을 내려주었다. 거기서 다시 삭도를 타고 한참을 가니 천문산사가 보였다. 1500여년전 남송 시기에 건립된 사찰은 중국의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중건되어 후난(湖南)성의 대표적인 사찰이 되었다. 운무에 가린 천문산사는 부처님이 계신다는 열반의 세계에 있는 듯 환상적인 분위기 였다. 천문산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중국의 10대 사찰 중 하나이다.

전날 저녁을 함께 한 쓰룽성 주지스님이 마중을 나와 절 안내를 했다. 총무원장 상진스님을 포함한 방문단은 대웅전에서 잠시 예불을 올리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한 뒤 접견실에서 한중 불교 교류 간담회를 진행했다.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한중 불교의 법맥이 하나인 만큼 태고종이 한중 불교 교류에 적극 나서겠다"며 쓰룽성 주지에게 초청 의사를 밝혔다. 쓰룽성 주지는 "앞으로 태고종과 함께 한중 불교 교류를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어 사찰 경내 식당에 마련된 오찬장에서 채식 식단으로 환영오찬이 이어졌다. 양측은 한중 우호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며 중국 차로 건배를 했다.

일행은 쓰룽성 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천문산 잔도를 걸었다. 운해(雲海) 위에 봉우리만 솟은 천문산은 차안(次岸)의 세계였다. 인간의 헛된 욕망이모두 씻겨내려가는 듯 한 절경이었다.

운해(雲海) 속의 장자제 천문산(天門山)
운해(雲海) 속의 장자제 천문산(天門山)

26일은 장자제시 인민정부의 안내로 위안자제(袁家界)를 방문했다. 예로부터 위안(袁)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 위안자제로 불리는 곳인데, 우리에게는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300m가 넘는 수직 절벽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갑자기 선계(仙界)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의 기봉(奇峰)들이 병풍 처럼 펼쳐져 절로 탄성이 나온다. 동행한 스님들과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코로나19가 지나간 덕분에 곳곳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안내를 맡은 시정부 관계자는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아 안내판에서 일본어를 빼고 중국어와 영어, 한국어 등 3개국 언어로 표기한다고 귀뜀했다. 새삼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다. 

27일 베이징시에 도착하니 외교부에서 마중을 나왔다. 외교부 초청 오찬장인 차오양(朝陽)구 쿤타이로얄호텔 중식당에 도착해 천샤오춘(陳小春) 부국장을 만났다. 서울에서 의형제의 교분으로 지낸 터라 2년여만의 만남이 너무 반가웠다. 리창창(李强强) 처장과 왕위민(王玉民) 부과장 등 모두 한국통이어서 편안한 자리가 되었다.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태고종은 앞으로 중국 불교계와 적극 교류하겠다"며 "태고종의 교류 활동을 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천 부국장은 "중한 관계는 이념과 제도를 넘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한 태고종의 교류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베이징시 시청(西城)구에 있는 중국 불교협회를 방문했다. 청나라 당시 황실 사찰인 곳에 불교협회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불교협회에서는 수많은 중국 불자들을 도열시키고, 푸증(普正) 부비서장이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을 직접 안내를 하는 등 극진히 환대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불교의 최고 지도급 스님이 방문하는 데 대한 예우인 듯 했다. 대웅전에서 한국 불교의 예식을 치른 뒤 접견실에서 간담회를 했다.

중국 불교협회가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가운데 붉은 가사를 입은 스님)을 환대하는 모습
중국 불교협회가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가운데 붉은 가사를 입은 스님)을 환대하는 모습

태고종에서는 총무원장 상진스님과 사서실장 원오, 규정부장 진화, 사회부장 도휘, 총무국장 정각, 권기식 국제교류자문위원장 등 대표단이 참석했다. 중국측에서는 중싱(宗性) 중국 불교협회 상임부회장, 후덕핑(胡德平) 국가종교사무국 중앙통전부 교류처장, 푸증 (普正) 부비서장, 왕리(王立) 국제부 주임, 뤄위진(羅喩臻) 국제부 부주임, 왕조텐(王兆天) 국제부 서기관 등이 참석했다.

총무원장 상진스님은 "한중 불교는 법맥이 같은 형제와 같다"며 "앞으로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했다. 또 "한국불교 태고종의 종조이신 태고보우원증국사께서 석옥 청공선사를 통해 부처님의 법맥을 이어받아 한국에 널리 전파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중싱 중국 불교협회 상임부회장은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께서 취임후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에 감사드린다. 중국 불교계와 태고종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며 "저장(浙江)성에 있는 석옥 청공선사의 유적지를 함께 방문하자"고 화답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서기 372년) 중국을 통해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한중 불교의 정통 법맥(法脈)을 잇는 태고종과 중국 불교의 깊은 인연이 석옥 청공스님과 태고보우원증국사를 거져 700여년의 유구한 세월을 건너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중국 불교협회 대웅전에서 올린 상진스님의 청아한 반야심경 독송은 중국 불교계에 불심을 울리는 메아리가 되었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태고종 국제교류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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