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이야기에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소설...작가의 년륜이 느껴진다

[DBANEWS=이다연 기자] 남태일 소설가의 첫 소설집 『바다는 말이 없다』가 지난 10월 26일 『도서출판 바닷바람』(발행인 이동렬)에 의해 출간 됐다. 

이 소설집에는 작가가 최근 몇 년 간 <도라지>, <연변문학>, <장백산> 등 문학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정情>과 <반려견의 장례식>, 중편소설 <바다는 말이 없다>, <새 두마리는 왜 호수에서 날아갔을까>, <아파트에 감도는 잿빛 구름> 등 5편이 수록됐다. 280쪽에 달하는 이 소설집은 요즘 독자들이 갖고 다니며 읽기 편한 사이즈에 표지도 현대 감성이 깃들게 디자인 해서 눈길을 끈다. 

이 소설집에는 류경자 문학평론가의《사랑, 욕망과 죽음에 관한 서사》란 평론도 실렸다. 그는 평론에서 “이 다섯 편의 소설 모두 죽음이 등장한다. 사랑, 욕망과 죽음에 관한 서사죽음이 삶의 일부로서 죽음 서사 그 자체로서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 문제는 그의 소설들에서 죽음을 만나는 순간들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면서도 다양하고 기괴하다는 점이다. 특히 그의 많은 소설들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죽음과 관련된 인간의 따뜻한 온정과 함께 그 반대의 그로테스크함의 기묘한 결합이다. 많은 경우 이 상반된 정서가 한 편의 소설, 혹은 한 인물에 동시에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소설가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어떤 형태로 보여주고 있고 무엇을 암시코자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특별한 맛이 날 것 같다. 

이동렬 발행인은 추천사에서 “인생의 밑바닥 천 길 나락에서 남태일 작가를 잡아주고 꿈꾸게 해서 마침내 인생의 반전을 이뤄낸 것은 역시 독서 덕분이라겠다. 독서를 하면서 꿈꾸고 끊임없이 실천해온 노력의 보상이었다. 한국에 입국해서도 공사 현장을 뛰었고 보따리 장사, 무역 등 생업에 종사하며 치열하게 살았단다. 이는 그가 예순을 넘겨서도 인생의 또 다른 반전을 이뤄낼 수 있는 자본이고 운명적인 준비 과정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했던 세포들이 한껏 부풀면서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구수하고 멋진 스토리를 엮어내고 소설로 풀어낼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짠!”하고 소설로 태어나고 소설집으로 엮이고 소설가로 변신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이제 완전 어엿한 소설가가 됐다. 진정한 소설가가 됐다!”라며 “그의 소설은 그의 인생을 닮은 듯 이야기가 평면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야기 속 인물의 성격과 운명의 반전이 그러하다. 이는 인생의 깊이를 아는 자의 글쓰기 내공이 상당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이야기가 있고 인물이 개성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삶이란 무엇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시해주고 있다.”라고 평했다. 

남태일 작가 사모님과 함께  
남태일 작가 사모님과 함께  

남태일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칠십부터가 글쓰기의 황금기라고 한다. 비록 소설 쓰기는 고독하고 힘겨운 작업이지만, 세상을 마감하는 날까지 나는 소설가로 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의 소설이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하회가 더 기다려진다. 

아래는 남태일 소설집『바다는 말이 없다』에 수록된 <작가의 말>, 차례, 작가소개 순이다.   

작가의 말
 
 지루하고 괴로운 퇴고를 마친 뒤 원고를 넘겼다. 첫 출판의 벅찬 설렘을 이루 표현할 수 없다. 한 권의 소설집 출판을 위해서 뼈를 깎아내는 거듭되는 아픔을 체험해야 했다. 그 수고로움은 마치 자식을 출산하는 산고에 비유해도 될 듯싶다.

나의 소년 시기는 내가 쓴 소설처럼 반전이 많았다. 아버지는 환갑에 나를 본 지 몇 해 뒤 세상을 떴다. 나는 조선족 소학교를 졸업하고 한족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 두 달도 안 돼 연로하신 어머님마저 중병으로 쓰러졌다. 

나는 부득불 촌에 돌아와 농사할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사랑받지 못한 탓인지 나는 나약한 자아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자비심으로 인해 항상 위축돼 있었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공감력이 떨어져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 무렵, 길림시조선족중학교에서 조선어문과 정치학과를 가리키던 이모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했다. 막내 이모는 급작스러운 충격으로 우울증과 폐결핵을 앓게 됐다. 어느 일요일, 어머니는 하얀 입쌀과 내가 잡아 온 물고기를 이모네 집에 가져다주라고 했다. 그때 나는 물고기잡이 선수였다. 이모가 식사하는 동안 나는 이모부 서재에 들어갔다. 와! 서재에는 엄청 많은 책이 무질서하게 널려 있었다. 주인 없는 그 책들은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내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조선어로 된 중국 고전 소설, 외국 소설, 정치학, 경제학 등 서적을 바라보는 순간, 노다지를 캐고자 광분하다가 금광(金鑛)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과 희열로 목이 콱 메어왔다. 나는 소설책 몇 권을 고른 다음 이모님에게 빌려 달라고 했다. 이모님은 웃으며“요즘 서재의 책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읽을 사람이 생겼으니 참 잘 됐구나. 책이 임자를 만났어.”라며“다음 주에도 물고기를 많이 잡아 오고, 책도 많이 가져다 보라.”면서 미리 차비까지 주었다.

그 뒤로 나는 물고기를 열심히 잡는 한편, 미친 듯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많은 책을 등짐으로 집에 날라 왔다. 가방끈이 짧아 독서 과정에서 여러모로 이해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조선어 사전을 펼쳐 놓고 밤낮없이 독서를 하였다. 책은 나의 친구가 돼 주고 길잡이가 됐다. 엄격하고도 인내심이 강한 선생님이 됐다. 독서를 시작한 지 1년쯤 지난 뒤, 영혼에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난 듯 나는 자신감이 생겼고 마음도 밝아졌다. 독서 3년 후에는 세상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아주 깊어졌으며 대인 관계에서도 과감하고 활발해졌다. 동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독서를 하더니 얼굴에 윤기가 돌고 눈에서 빛이 반짝인다고 칭찬했다. 덕분에 초등학교 교사도 1년 했다. 그동안 조선어 문법을 많이 배웠고, 아름답고 활달한 처녀 교사와 연분을 맺고 결혼도 했다. 몇 년 뒤 우리 집은 어머니를 포함해 다섯 식구가 되었고, 나도 어엿한 가장이 됐다. 부모님 봉양과 자녀 부양은 내 생활의 일 순위가 됐고 독서와는 차츰 멀어져 갔다. 

2000년 한국에 입국해 나는 잡부, 막일, 보따리 장사, 무역 등 닥치는 대로 했다. 인생의 긴 여정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는 불행을 피해 갈 수 없다. 환갑 나이가 되었을 즈음, 갑자기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4년 6월, 나는 8시간에 걸쳐 복부 수술했다. 체중이 6킬로나 빠졌다. 

퇴원 후 나는 철저한 건강 관리에 들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은 회복되었지만,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마음은 우울하기만 했다. 하릴없이 헤매는 자신을 의식하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곤 했다. 내가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끝에 선택한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젊은 시절의 독서는 그대로 남아 밑천이 된다”라는 말이 가슴속 깊이 와닿았다. 

어느 날 서점에서 무심결에《독서와 무의식》에 관한 책을 발견하고 사서 읽었다. 나는 그제야 우리의 몸에 무의식이란 거대한 기억 창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 탐구는 개인마다 다르고, 또 독특한 발견 과정이므로 한두 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창작 과정에서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감정, 기억, 상상력 등이 마치 마술처럼 두뇌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였다.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독서 내용이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무의식에 보존돼 있었다. 소설가 지망생들 대부분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궁금증은 자신에게 소설을 쓰는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이다. 나도 자신에게 누차 질의를 하며,그런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절망하곤 했다. 물론 뛰어난 창작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노력이 일 순위고 재능은 그다음이란 것을 나는 깨달았다. 

칠십부터가 글쓰기의 황금기라고 한다. 비록 소설 쓰기는 고독하고 힘겨운 작업이지만, 세상을 마감하는 날까지 나는 소설가로 살고 싶다. 

소설집을 편집하면서 높은 책임감으로 빈틈없이 편집하느라 고생하신 이동렬 대표님에게 심심한 경의와 감사를 드리고, 소설 교정 중 거친 문맥을 다듬으며 중편소설을 여러 번 꼼꼼히 수정해주신 이준실 선생님, 또 참답게 교정해주신 최춘란 선생님에게도 깊은 사의를 표한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소설집 출판을 격려해준 부인과 출판 비용을 지원해준 아들 며느리에게 깊은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차례

 단편소설
 007 · 정 I 情 
 031 · 반려견의 장례식

 중편소설
 057 · 바다는 말이 없다
 131 · 새 두마리는 왜 호수에서 날아갔을까
 193 · 아파트에 감도는 잿빛 구름

 247 · 작가의 말 _ 남태일 소설가
 253 · 편집자의 말 _ 이동렬 발행인
 257 · 평론 _ 류경자 문학평론

 

작가소개 

남태일 소설가는 1956년 1월 5일생으로 중국 길림시 영길현 화피창(桦皮厂)에서 출생해 그곳에서 동년 시절을 보내다가 교하시 천강진으로 이주했다. 부모님이 예순에 그를 낳았지만, 부친이 일찍 세상 뜨는 바람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했다. 그가 문학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사고로 돌아간 이모부님이 남겨둔 대량의 서적을 접해서부터였다. 여러 유형의 서적을 탐독하며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혔다. 초등학교 교사직, 촌 대대 회계직에 종사했다. 2000년 3월부터 한국에 체류하면서 건설업, 보따리 장사, 무역 등 생업에 종사했다. 2005년에 한국 귀화를 하였고, 2015년부터 경기도 부천시 『원미마루』시민기자로 활약, 2016년에 지인의 소개로 재한동포문인협회에 가입했다. 
2016년에『문예감성』과 2018년『한반도문학』지에 수필로 등단, 2021년에『세계문학예술작가협회』에 소설로 등단했다. 2017년 KBS 한민족방송 주최 체험수기 공모에서〈특별상〉을, 『시와 창작』에서〈특별문학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부터는 소설 창작을 시작, 중국 연변일보에 미니소설 〈포상금 1800원〉을 발표로 연변문학, 도라지, 장백산 등에 중단편 소설을 육속 발표했다. 
『바다는 말이 없다』는 그의 첫 중단편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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