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표지
시집 표지

 

1. 들어가는 말

 

김계식 시인은 2002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한 후, 33권의 시선집을 상재했다. 시인은 41년의 교직 생활을 거친 후, 전주교육청 교육장으로 정년퇴임을 하였으며, 현재는 다양한 문단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을 비롯하여, 한국창조문학 대상, 전북 문학상, 전북 시인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인의 33번째 시집 농익은 체념 한 폭의 시들은 인생과 자연, 사랑과 희망, 체념과 순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고 솔직하게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또한 성경전서를 필사본으로 출간하였으며, 거기에는 종교적인 요소와 메시지가 여러 곳에서 자주 나타난다.

시인의 시적 관점은 인생의 깊이와 넓이를 탐구하는 것이다. 인생의 시작과 끝, 즐거움과 슬픔, 성공과 실패 등 삶의 여러 순간을 퍼즐 풀이에 비유하며, 각각의 조각이 가진 유일무이한 가치를 인식해 표현한다. 또한 삶의 부침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실망과 체념이 아닌 희망과 감사로 살아가야 하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시들은 평화롭고 따뜻하다. 시인은 복잡하고 난해한 언어보다는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며, 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친절하게 다가간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여, 독자들에게 자신과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자연과 하늘, 바다와 꽃 등 아름다운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가 고풍스럽고 신비함을 더한다.

김계식 시인은 인생을 관조하고 때로는 삶 자체에 동화되어 독자들을 위무하고 위로하는 시인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고 솔직하게 표현하여 시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온화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시들은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자신의 인생과 삶을 독자들과 나누고, 영감과 동기와 지혜를 부여한다. 따라서 시인은 인생의 향기와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2. 시인의 시 따라가 보기

 

    라일락의 향기

장미와 국화의 향기

유명 무명의 온갖 초목의 꽃향기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기만 해도

이른 아침

맑은 이슬처럼 맑아지는 정신

 

보굿처럼 살갗 두터워진 인생 해거름

꽃향기보다 훨씬 진한 향기로

새로운 활력을 안기는 귀한 호재

정 넘치는 이에게서 풍겨오는 생의 향기

 

운문 산문에 담은 글의 향기로

그리고 유언 무언의 속 깊은 대화로

남다른 보물을 안겨주는 귀인 있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 어디 있을까

 

눈 꼭 감고

깊게 들이마신 정다운 이의 향기

호흡 멈추기 직전까지 꼭 끌어안고

온 심신 젖어 살아갈 이 행복

 

※ 보굿 : 굵은 나무줄기에 비늘 모양으로 덮여있는 겉껍질.

(ex) 소나무 보굿

 

- 생의 향기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풍부함을 라일락, 장미, 국화 등 다양한 꽃의 향기를 통해 표현한다. 시인은 꽃향기가 바람결에 / 코끝을 스치기만 해도 / 이른 아침 / 맑은 이슬처럼 맑아지는 정신이라고 비유하면서, 꽃향기보다 더 진한 향기를 내는 것은 인생의 해거름이 된 보굿이라고 표현한다. 보 굿은 굵은 나무줄기의 비늘같이 생긴 껍데기로, 견고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준다. 시인은 보굿처럼 살갗 두꺼워진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고 표현한다.

또한 글의 향기와 대화의 향기를 언급하며, 그것들이 남다른 보물을 안겨주는 귀인이라고 칭찬한다. 글과 대화를 통해 정다운 이의 향기를 느끼고, 그것은 심신에 젖어 살아가는 행복이라고 감탄한다. 뿐만 아니라 눈을 감고 깊게 들이마시는 호흡과 호흡을 멈추기 직전까지 끌어안는 모습으로 행복을 강조한다.

시는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그려낸다. 꽃과 나무, 글과 대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생명의 향기를 전달한다. 생명의 향기는 활력과 기쁨을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시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비가 온다

아니 비가 오신다

선어말어미 –-

어쩌면 이리도 잘 어울릴까

 

한 포기의 풀

한 그루의 나무

갈 탄 목을 축이는 해갈을 넘어

쩍쩍 갈라진 농심을 달래고 있는 비

 

초목이 아니어도

오곡을 가꾸는 농부가 아니어도

윤기 도는 부드러운 살결

윤활유 칠한 매끄러운 뼈마디로

올리고 또 올리는 감사

 

베풀고 싶은 마음이 일어

내 아낌의 옥죄었던 매듭까지도

스르르 풀게 하는

이 값진 강우降雨의 큰 가르침

 

- 해결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비가 내리는 모습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묘사한다. 시인은 비가 오는 것을 온다’, ‘오신다로 인사하는 것처럼 표현하면서, 비의 존재감과 존중감을 드러낸다. ‘선어말어미 –시-에 대한 의미적 해석은 비가 인간에게 주는 은혜와 가르침을 강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시인은 한 포기의 풀과 한 그루의 나무를 예로 들어, 비가 자연에게 주는 생명력과 영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해갈은 건조하고 갈증을 느끼는 상태를 나타내며, 이것이 비로 인해 촉촉하고 부드럽게 변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농심은 농사를 짓는 사람의 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쩍쩍 갈라진 것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깨졌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비가 농심을 달래주면서, 자연과 인간의 화합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초목이나 농부가 아니어도, 비에게 감사하고, 베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비가 인간에게 주는 가치와 영향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자신의 아낌과 매듭을 풀게 해주는 비의 가르침에 감동하면서, 비를 귀하고 값지다고 칭찬한다. 시는 비의 역할과 의미를 깊이 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자연과 인간의 소통과 조화를 주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꽃이 졌으니

제 모습도 시들해졌으리라는 생각

꿈에라도 하지 마세요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흐르는 시간이 더욱 농밀해지듯이

나의 마음속 깊숙이 터 잡아

토실한 열매로 익어간답니다

 

그대와 함께 있을 때

쓰린 슬픔을 까맣게 잊었듯이

그대와 헤어져있으면

쟁여둔 정이 새록새록 피어난답니다

 

이 밤이 가고나면

더욱 싱그러운 아침이 온다는 믿음에

겉 비운 내 마음의 빈자리

속 밝은 기쁨으로 채우고 있는 내공內功

 

- 빈자리 채우기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아름다운 꽃이 졌다는 비유로 시작하여, 그대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한다. 꽃이 졌으니 자신도 시들해졌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꿈속에서라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대와의 정이 더욱 깊어지고, 토실한 열매로 익어가기 때문이다. 그대와 함께 있을 때는 슬픔을 잊지만, 헤어지면 정이 새록새록 피어난다며, 이 밤이 가고 나면 더욱 싱그러운 아침이 온다는 믿음에, 내 마음의 빈자리를 밝은 기쁨으로 채우고 있다고 고백한다. 시는 이별과 그리움을 주제로 하면서도, 비관적이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대와의 정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비유와 상징 : 시인은 꽃, , 어둠, 시간, 열매 등의 자연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비유하고 상징화한다. 예를 들어, 꽃이 졌다는 것은 이별의 슬픔을 나타내고,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시간이 농밀해지듯이 정이 깊어진다고 그리움의 강도를 나타낸다. 열매가 익어가는 것은 정이 성숙해지는 것을 상징하고, 싱그러운 아침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반복과 대조 : 시인은 '그대와 함께 있을 때'그대와 헤어져 있으면이라는 구절로 자신의 감정 변화를 드러낸다. 함께 있을 때는 슬픔을 잊지만, 헤어져 있으면 정이 피어난다고 대조적 표현으로 그대와의 관계에 대해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내공 : 시인은 마지막 구절에서 '내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내공은 동양 문화에서 정신 수련의 결과로 얻는 내부적 힘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인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대와의 정을 내공으로 바꾸어, 슬픔과 그리움을 극복한다.

따라서 시는 자연적인 비유와 상징, 반복과 대조, 동양적인 내공 등의 수단을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를 읽으면서 우리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정을 소중히 생각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기쁨을 찾아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상실과 슬픔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와 자존감을 드러내는 시다.

 

    인생은

주어진 명제를 완성하기 위해

한 조각 한 조각

조심스레 맞추어나가는 퍼즐풀이

 

기쁜 조각 성난 조각

슬픈 조각 즐거운 조각

벌써

자신에게 주어진 조각 하나하나

 

어느 하나

빼놓을 수도 보탤 수도 바꿀 수도 없이

이리저리 틈새 없이 잇대어

끝내 미지의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오직 하나뿐인 유한성의 인생과제

 

어느 결과물에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깊은 유일무이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인생 퍼즐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인생의 다양한 감정과 순간들을 퍼즐 조각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시인은 인생이 주어진 명제를 완성하기 위해 조심스레 맞추어나가는 퍼즐 풀이라고 말하며,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등의 감정을 퍼즐 조각으로 상징화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조각 하나하나를 빼놓을 수도, 보탤 수도, 바꿀 수도 없이 이리저리 틈새 없이 잇대어 끝내는 미지의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이는 인생의 유한성과 필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결과물에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깊고 유일무이의 가치가 있을 뿐이라며, 시인의 철학적 사유와 감상을 퍼즐이라는 비유를 통해 인생의 복잡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드러낸다. 퍼즐 조각의 모양과 색깔, 크기와 위치 등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사용함으로써, 독자에게 상상력과 공감력을 요구한다.

또한 퍼즐 조각들이 완성하는 미지의 그림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독자에게 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인생의 결과물에 대해 우열을 가리지 않고, 깊고 유일무이의 가치가 있을 뿐이라고 말함으로써, 독자에게 인생의 존중과 감사를 전달한다. 퍼즐 조각들이 이미 주어진 것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인생의 선택과 책임에 대해 스스로 깨우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생의 시점이라는 출생

인생의 종점이라는 사망

제 나름으로 깊게 터득하였으면

그것으로 좋았으련만

 

아무 것도 모르고 태어남도

그렇거니와

어렴풋이나마 알고 떠나감은

더욱 더 그렇기만 할 것 같아서

 

이쪽에도 저쪽에도

마음 주지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변두리의 차가운 예리함에

깊숙이 마음 베이다가

 

문득 제 자신이

평면도형의 중심을 디딘 주체가 아니라

변방 없는 구형球形이 안은

객체라는 무력한 미물임을 깨달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드리워진

인생 해거름의

긴 그림자 하나

 

물끄러미 바라보는

편안한 마음으로

넉넉히 발길 떼고 있는

무색무취의 푹 익은 체념 한 폭

 

-농익은 체념 한 폭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고민하는 시인의 내면을 담고 있다. 시인은 출생과 사망이라는 인생의 두 극점을 깊게 터득하면서, 그 사이에 있는 삶의 과정은 어렴풋하고 무력하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평면도형의 중심이 아니라 구형의 객체라는 것을 깨닫고, ‘인생 해거름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이 시는 인생의 무의미함과 허무함을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나타나는 편안함과 넉넉함을 강조한다.

시의 장점은 구체적인 이미지와 비유를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변두리의 차가운 예리함에 깊숙이 마음 베이다가라는 문장은 시인이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에 상처받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무색무취의 푹 익은 체념 한 폭이라는 문장은 시인이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평화롭게 마무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반복과 대조를 활용하여 시의 흐름과 구조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출생사망’, '알고모르고’, '이쪽에도저쪽에도등의 단어들은 인생의 양면성과 모순성을 드러낸다. '평면도형구형’, '주체객체’, '제 자신인생 해거름등의 단어들은 시인의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를 비교한다.

뿐만 아니라 음운과 어조를 조화롭게 다듬어 시에 운율과 음악성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인생의 시점이라는 출생 / 인생의 종점이라는 사망이라는 문장은 동일한 어미와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변방 없는 구형球形이 안은 / 객체라는 무력한 미물임을 깨달았기에라는 문장은 '-기에로 끝나는 단어들로 연결되어, 이러한 음운적 효과는 시에 일관성과 조화감을 주며, 독자의 감상을 증진시킨다.

시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동을 전달하며,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위안과 평온함을 공유한다. 시를 읽고 나면,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그 속에서 행복과 만족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따라서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하는 문학적인 시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다

가장 낮은 자세로 터 잡고 앉아

주는 것 안기는 것

어느 하나 손사래 치는 일 없이

받아안는 바다

 

세찬 해일海溢로 해변을 덮치는 건

성난 폭풍의 홀림에 빠진

한순간의 일탈일 뿐

본연은 언제나 평온이다

 

나 오늘도

그런 바다가 되고 싶어

푸른 빛 묵도를 드리고 있다

 

-바다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바다를 통해 자신의 삶과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시인은 바다의 넓고 깊은 특성을 자신의 인격과 가치관에 비유하며, 바다처럼 너그럽고 평화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바다가 해변을 덮치는 해일이나 폭풍에 휘말리는 것은 잠시의 일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바다의 본연은 언제나 평온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바다의 푸른 빛과 묵도를 드리우며, 자신의 삶에 대한 소망과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시는 다음과 같은 문학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비유 : 바다를 자신의 인격과 정신세계에 비유한다. 예를 들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 다"는 문장은 바다의 넓이와 깊이를 자신의 마음과 사상에 견준다. 또한, "주는 것 안기 는 것 어느 하나 손사래 치는 일 없이 받아안는 바다’"는 바다가 모든 것을 수용하 고 포용하는 태도를 자신의 인격에 비유한 것이다.

반복 : "바다"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여 강조한다. 예를 들어, "그런 바다가 되고 싶어"라는 문장은 시인이 바다에 대한 강한 동경과 열망을 표현한 것이다.

상징 : 바다의 색깔과 형태를 자신의 삶과 정신을 상징한다. 예를 들어, "푸른 빛 묵도를 드리 우다"라는 문장은 바다의 색깔과 형태를 자신의 평온하고 깊은 정신세계에 대비한 것이다.

시는 바다에 대한 시인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자신의 삶과 정신세계에 대한 성찰과 소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태도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따라서 바다와 인간의 관계와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는 시다.

 

   피어나는 커피 향기 속에

떠오르는 얼굴

잔잔히 깔리는 배경음악에

생각나는 사연

 

잊기 위해 닦아낼수록

더 밝히 떠오르는 마음 고샅길

밀어내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말갛게 떠오르는 얼굴

 

시간의 흐름을 역류하여

희비의 부침浮沈 속에 드러나는 모습

차라리 안고 살려 덤비면

자신도 모르게 잊히는 순간이 올까

 

순전히 타의에 손목 잡혀

살아가는 무력을 끌어안는 순응

이보다 더 좋은 방편 따로 있으랴

 

-순응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순응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인은 커피 향기와 배경음악 속에서 자신이 잊으려고 하는 사람의 얼굴과 사연을 떠올리며 힘들어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 사람과의 희비를 되돌아보고 고민한다. 타의에 손목 잡혀 살아가는 무력함을 느끼고, 순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는 다음과 같은 문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목은 순응이지만, 실제로는 순응하지 못하는 시인의 갈등과 고뇌를 보여준다. 또한 잊으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그 사람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한다. 시인은 순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 싫다는 모순적인 심정을 드러낸다. 시는 비유와 상징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커피 향기와 배경음악은 잊으려고 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나타내며, ‘시간의 흐름을 역류하여라는 표현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시인의 바람을 비유한다. 또한, ‘타의에 손목 잡혀는 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결정할 수 없는 무력감과 억압감을 상징한다.

시는 반복과 대조를 통해 강조와 긴장감이 들게 한다. 예를 들어, “떠오르는 얼굴생각나는 사연이라는 표현은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강렬한 감정을 보여준다. ‘밝히 떠오르는 마음 고샅길말갛게 떠오르는 얼굴이라는 표현은 밝고 말갛다는 긍정적인 단어와 고통스럽다는 부정적인 단어를 대조시켜, 시인의 갈등과 혼란을 드러낸다. 시는 순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성찰을 제시하고 있다.

 

    곁에 없고 속마음에만 있으니

없음인가 있음인가

 

추진 나락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기라도 할 양

밝은 빛 맑은소리로

하늘 닿게 추켜세우지만

 

한없이 넓어져 버린 간극間隙 속의 미물

빛에 눈 감기고 소리에 귀 막히는

한없이 초라할 몰골일지니

이 안타까움을 어찌 할거나

 

비통과 희열의 긴 선분을

이도저도 겉 드러나지 않는

원만의 둥근 호弧로 빚어

겉이 속인 듯 속이 겉인 듯

둥글둥글한 한 세상 살아가고 싶다

 

-마음에 그리는 호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어서 그리움과 애절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시인은 곁에 없는 이를 추진 나락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기라도 할 양 밝은 빛 맑은소리로 하늘 닿게 추켜세우지만’, 그것은 한없이 넓어져 버린 간극 속의 미물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안타까움을 어찌할거나하면서, ‘비통과 희열의 긴 선분을 원만의 둥근 호弧로 빚어 겉이 속인 듯 속이 겉인 듯 둥글둥글한 한 세상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문학적으로 돋보인다.

첫째, 시인은 곁에 없는 이를 마음에 그리는 호弧라고 비유한다. 호弧는 원의 일부분으로, 완전하지 않고 끊어진 모양을 나타내지만, 이를 통해 자신의 사랑이 완전하지 않고 끊어져 있는 상황을 묘사한다. 또한, 호弧는 원의 중심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신과 곁에 없는 이가 동일한 마음을 가졌는지, 혹은 서로 다른 간극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둘째, 곁에 없는 이를 밝은 빛, 맑은소리로 하늘 닿게 추켜세우지만, 한없이 넓어져 버린 간극 속의 미물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시인이 곁에 없는 이를 아름답고 순수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일 뿐이라는 절망감을 드러낸다. 또한 곁에 없는 이를 건져내기라도 할 양이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암시한다.

셋째, 시인은 비통과 희열의 긴 선분을 둥근 호弧로 빚어 겉이 속인 듯, 속이 겉인 듯 둥글둥글한 한 세상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곁에 없는 이와 함께하는 행복함과 그리움으로 인한 슬픔을 겪으면서, 그것들을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호형의 모양을 바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를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곁에 없는 이가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결국 시는 곁에 없는 이를 마음에 그리는 호형의 비유를 통해 그리움과 애절함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자신의 사랑이 완전하지 않고 끊어져 있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호형을 바라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사랑하는 이와의 간극과 소통을 주제로 한 시로, 시인의 감정과 상상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굵은 것이 필요할 때

어레미의 위쪽에 놓이고

가는 것이 필요할 때

어레미의 아래쪽에 놓이는 기쁨

 

이 모든 것

딛고 일어서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작은 힘 보태고 보탠 옹위로

조심스레 높임 받은 결실인 것을

 

삶의 나날

어레미의 촘촘함과 헐거움 탓함 없이

주어진 여건을 수긍하는 마음가짐에

한 줄기 밝은 빛 머물렀으리라는 믿음

 

한 방울의 물일지라도

깊은 물 끌어올리는 마중물 되기를

한 촉의 빛일지라도

앞길 밝히는 등불 되기를 바라노니

 

쓰시도록

마음껏 가져다 쓰시도록

이 심신 고스란히 드리고 싶다

 

-싶다전문 -

 

 

□ 정성수의 감상기鑑賞記

 

시는 어레미라는 전통적인 우리 농기구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표현한 작품이다. 어레미는 나무를 얇게 켜서 겹으로 끼운 두 개의 바퀴 사이에 말총이나 헝겊 또는 나일론 천이나 철사 등으로 바닥을 메워, 가루를 곱게 치거나 액체를 거르는 데 쓰는 용구다. 시에서는 어레미의 위쪽과 아래쪽에 따라 굵은 것과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삶의 상황에 따라 강하게 나아가거나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어레미는 작은 힘으로도 큰일을 할 수 있는 도구로서, 시인의 삶에 감사와 겸손함을 나타낸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딛고 일어서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작은 힘을 보태고 보탠 옹위로 조심스레 높임 받은 결실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운명이나. 하늘의 섭리로 인식하고,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감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어레미의 촘촘함과 헐거움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을 수긍하는 마음가짐에 한 줄기 밝은 빛 머물렀으리라는 믿음을 표현한다. 이것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자신의 삶이 한 방울의 물일지라도‘ ‘깊은 물 끌어올리는 마중물 되기를’, ‘한 촉의 빛일지라도 앞길 밝히는 등불 되기를 바라노니하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삶이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에 밝음을 주고 싶다는 소망이다.

또한 시인은 자신의 심신 고스란히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시를 독자들에게 마음껏 가져다 쓰시도록 권한다. 자신의 시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싶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는 어렵고 복잡한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지 않고, 간결하고 솔직한 언어로 삶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한다. 어레미라는 사물을 대상으로 독특한 비유를 통해 시인의 삶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잘 드러내며, 공감과 감동을 준다. 시인의 겸손하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열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3. 나가는 말

 

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은 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시는 문학의 한 장르로, 운율, 음악성, 상징성, 함축성 등의 특징을 가진 언어로 표현한다. 또한 시인의 감성, 상상력, 사상, 경험 등을 반영하며, 독자에게 새로운 인식과 감동을 전달하는 시는 삶과 예술의 교감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행위다.

시를 쓰는 방법은 정해진 규칙은 없다. 시인은 소재와 표현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시를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소재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시인은 자신이 쓰고 싶은 소재를 찾아야 하며, 소재에 대해 깊이 관찰하고 생각해야 한다. 소재는 자신의 삶과 연관된 것이어도 좋고, 타인의 삶과 연관된 것이어도 상관없다. 소재는 구체적인 사물이어도 좋고, 추상적인 개념이어도 좋다. 또한 현실적이어도 좋고, 비현실적이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소재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과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언어에 대한 감각과 숙달로 자신의 소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시는 일반적인 문장보다 음악적이고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로 구성되기 때문에 운율, 음절, 음운, 억양 등의 음성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며, 비유, 상징, 은유, 반복 등의 수사적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풍부하며 정확한 단어를 선택해야 하며, 불필요하거나 평범한 단어는 생략하거나 바꿔야 한다. 시인은 자신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독자에 대한 배려와 소통으로 시인 자신의 작품을 독자와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와 목적을 가져야 한다. 시는 시인의 개인적인 표현이지만, 독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독자의 배경과 수준을 고려해야 하며, 너무 어렵거나 쉽지 않게 써야 한다. 시인은 독자에게 새로운 인상과 감동을 주기 위해 창의적이고 독특하게 작품을 만들면 좋다.

결국 시문학은 감성 문학으로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볼 줄 아는 시각과 시선이 필요하다. 김계식 시인의 33번째 시집「농익은 체념 한 폭」에서 배울 점이 그것이다. 시는 낮은 자세에서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하늘을 보는 것이다. 가을이 가기 전에 시집「농익은 체념 한 폭」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김계식 시인의 연륜과 경륜에서 비롯된 깨우침이 독백보다 더 곡진한 삶에 대한 물음이라는 것을…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정성수

저서 : 시집 공든 탑, 동시집 첫꽃, 동화 폐암 걸린 호랑이 등 다수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전라북도문화예술창작지원금,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 수혜 등 다수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전주비전대학교운영교수 역임

) 향촌문학회장, /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 전라매일논설 위원, 명예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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