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일본 조선족연구학회 홍보위원회】일본 조선족연구학회 전국대회가 2023년 11월 5일, 도쿄 소재 조치대학에서 열렸다. 대회는 학회 회장 조치대학 권향숙 부교수의 환영사로 막을 올렸다.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본 학회(akcs1999.com)는 세계화의 맥락 속에서 다양한 ‘조선족 현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단체이다. 2007년 설립이래 국제적인 학문 교류 및 문화적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는 기구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오전 세션은 게이오기주쿠대학의 오무송 부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됨으로써 깊이 있는 토론의 틀을 마련했다. 권태걸(리츠메이칸대학 박사과정)은 1925년부터 1931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북만주에서 조선인에 대한 중국 관청의 압박과 일본의 대응 전략을 조명했으며, 이에 대한 풍부한 토론이 이어졌다. 권력(히토츠바시대학 박사과정)은 식민지 시대의 강제 이주 정책과 한강 수력발전 공사의 사례를 들어 그 당시의 만주 이민자 경험을 분석했고, 이설명(무사시노대학 강사)은 중국 내 조선족의 ‘높은 교육 수준’이라는 담대한 가설을 제기한 후, 만주 조선인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들어 그 교육사적 배경을 탐구했다. 허진(게이오기주쿠대학 강사)은 조선족 사회의 주요 관심사인 중국내 조선족 학교의 조선어 교육현황을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의 사례를 통해 심도있게 분석했다. 

이어 ‘일본 문부성 과학연구 프로젝트 보고'의 일환으로 열린 세션에서는 재일 조선족 커뮤니티를 둘러싼 다채로운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오사카 경제법과대학의 김설 연구원은 "에스닉 커뮤니티의 변형과 소셜 미디어 활용"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환경이 커뮤니티의 유지와 성장에 어떠한 새로운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펼쳐 보였다. 동 대학 현선윤 연구원은 "재일 조선족 1세대와 그 후속 세대: 전망과 기대"라는 주제로 이주민 공동체의 정체성과 그 연속성에 관한 심도 깊은 탐구를 진행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동 대학 림매 연구원은 "이민자 가족관의 전환 - 재일 중국 조선족의 노부모 부양을 사례로"라는 주제로, 이주 배경을 가진 가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가족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연구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번 발표들은 역사학, 교육학, 사회학을 어우르는 학제적 접근을 통해 ‘만주 조선인’과 ‘중국 조선족’, 그리고 해외 이주지 조선족 커뮤니티 등 ‘조선족’의 역사와 현대적 맥락을 통찰하는 깊은 이해를 참석자들에게 선사했으며, 이를 통해 학문적 대화의 질을 높이는 풍부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였다.

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세션이었다. 오후 세션은 조선족연구학회와 조치대학 아시아 문화연구소의 공동주최로 국제심포지엄 형식으로 펼쳐졌다. '만주국' 붕괴 후 형성된 재만 조선인 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립대학교의 염인호 교수와 연변대학의 손춘일 교수가 해외에서 초청된 가운데, 이들의 기조강연과 대담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오후의 일정은 리츠메이칸대학의 정아영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정 교수의 심포지엄 목적과 주제 선정 취지에 대한 설명에 이어 염인호 교수의 기조강연이 시작되었다.

리츠메이칸대학의 정아영 교수
리츠메이칸대학의 정아영 교수

염 교수는 "또 다른 한국전쟁: 만주 조선인의 '조국'과 전쟁"이라는 주제로 만주국 붕괴 이후 재만 조선인 사회의 움직임을 둘러싼 중층적이며 복잡한 역사 상황을 논의했다. 그는 만주지역에서의 조선인의 삶이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었음을 부각시키며, 이들이 경험한 이중의 정체성과 충성심이 어떻게 국가적 역사의 틀을 넘어설 수 있었는지를 분석했다. 이는 특히 국공내전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염 교수는 연변대 역사학과 박창욱 전 교수의 일사양용(一事兩用) 원칙을 재조명하며, 이 원칙이 어떻게 이 시기의 만주 조선인들의 역사적 경험을 이해하는 데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즉 재만 조선인들의 행동은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 맥락 모두에 속한 것으로, 이중적인 정체성이 양국 역사에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또한, 그는 재만 조선인들의 역사를 단일한 국가의 시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교차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함을 주장했다.

서울시립대학교의 염인호 교수
서울시립대학교의 염인호 교수

이어 염 교수는 해방 직후 만주에서 조선인 지사들이 중국 공산당이나 국민당에 종속된 존재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즉 이들이 단순히 외부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졸'이 아니라, 자신들의 역사적 조건과 상황 속에서 독립적인 정치적 선택을 하고 단결의 동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염 교수가 조선의용군·조선독립동맹과 동북항일련군, 한국독립당 계열과 같은 주요 세력들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투쟁의 역사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만주 조선인들의 주체적 역사인식을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염 교수는 만주 조선인 세력들이 좌우익의 구분을 넘어서, 만주에서의 독립운동을 통해 남북통일을 이루려는 전략적 단결을 이루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조선의용군·조선독립동맹 계열의 입북과정과 그 이후 북한 및 중국에서의 탄압 경험을 통해 더욱 명확해 진다. 또한 만주에서의 조・중민족갈등의 역사적 실체를 조명함으로써, 역사진전의 원동력으로서의 민족갈등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만주지역의 민족갈등은 단순한 충돌이 아닌, 역사의 진행에 있어 중요한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라는 것이다. 일제의 '민족협화' 정책이 민족 갈등을 가장한 차별을 지속시킨 것에 대한 반성적 인식은, 해방 이후 폭발적으로 드러난 민족 간의 충돌과 조선인 무장화의 복합적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 연변대학 손춘일 교수
중국 연변대학 손춘일 교수
줌으로 발표하는 도쿄이과대학 이해연 부교수
줌으로 발표하는 도쿄이과대학 이해연 부교수
줌으로 발표하는 리츠메이칸대학 다나카 류이치 연구원
줌으로 발표하는 리츠메이칸대학 다나카 류이치 연구원

기조강연에 이어진 패널 토론과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연변대학의 손춘일 교수를 비롯하여 도쿄이과대학의 이해연 부교수, 리츠메이칸대학의 다나카 류이치 연구원이 참석하여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으며, 이는 조선족의 정체성과 역사 인식, 그리고 이들의 행적이 동북아시아의 국가 정체성과 민족주의에 끼친 영향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도모하는 계기가 되었다. 염인호 교수의 주제 발표는 만주 조선인들의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 나아가, 재만 조선인 사회의 내적 다양성과 이들이 이데올로기적 경계를 넘어 이룩한 전략적 연대의 사례들이 조명되면서, 연구자들과 참석자들 사이에 풍부한 학술 교류가 이루어졌다.

대면으로 26명의 참가자를 맞이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07명이 참여, 총 133명의 연구자와 청중들이 집결한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일본 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조선족 연구의 최신 동향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구축을 향한 역사적 이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제공: 일본 조선족연구학회 홍보위원회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