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1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직장 증후군/ 김순자

신참 고참 할 것 없이
축 처진 가분수 체형들

살아남기 위한 모퉁이 대화
올여름도 참 춥네

 


 

자지자명(自知者明)/ 이광일

비추고 더듬어도
나 자신을 알 수 없네

영원한 미스터리
내 안에 있는 나

 


 

노부부/ 최기건

굳어져 가는 혈관 속에 잠든
얽히고설킨 사연들

푸름 한 점 맞잡고
조심스레
들숨 날숨 몰아쉬어 갑니다

 


 

그네를 태우다/ 최춘란

오늘은 무엇을 태워볼까
밥풀 묻은 엄마의 행주치마나
아빠 담뱃대로 패인 문짝도 좋을까

독점하기 아쉬운 그네터

 


 

사춘기/ 김영란

가둘래야 가둘 수 없는
기다리다 보면 예쁘게 피여나는

 


 

 꺼내보다/ 박명화

 소태처럼 쓰고 캔디처럼 달고
 갯벌같이 질퍽하고
 무지개처럼 영롱했다

 영혼이 반죽된 활자의 집합
 가둘 수 없는 마음의 여울

 


 

엄마 등/ 박계옥

마음 놓고 업힐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엉덩이 토닥이며 불러주던  
자장가 소리 들으며
힘들 때 쉬어가는 나의 안락처

 


 

용서/ 심송화

활짝 피우고 나서야 알았어

꼬깃꼬깃 구겨진 마음
쫙 다려지는 기분

 


 

인생/ 함향

조금은 비뚤어지고 틈이 생겨도 괜찮아

부족하면 채워주고 넘치면 비우면서

행복도 사랑도 그렇게 쌓아가는 거야
끝없이...

 


 

짝사랑/ 김선애

내 마음속엔
온통 너밖에 없는데
너 진짜 내 마음 모르는 거니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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