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영 시인 
장문영 시인 

장문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장문영 시인이 <'거미의  일생' 외 2편>으로 2023년 월간 국보문학 183기 신인문학상을 수상한다.  

월간 국보문학 제182기(10월), 183기(11월), 184기(12월) 신인문학상 시상식 및 가을 문학기행 기행문학상, 대한민국 국회문체위원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 명인대상 등 시상식이 지난 12월 2일(토) 오후 2시 서울 강동구에서 월간 국보문학 주최, 사단법인 한국국보문인협회의 주최하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장문영 시인은 최근 2년간 협회의 사무국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동시에, 평소 시 창작과 더불어 소설과 수필 등 창작으로 열심히 문학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장문영 시인이 "오랜 기간 습작한 여유가 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며 "장문영의 시는 순수성이 가미된 정서의 깊이가 품격을 높여주고 있으며 자기의 꿈을 그려나가는 연속성이 엿보인다. 이제까지 마음에 품은 언어들을 세상 밖으로 표출하면서 자기의 삶을 확충시키고 있다."고 높게 평했다. 

이를테면 "거미의 일생"에서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자식을 보면서 희생하는 부모의 절절한 심정을 이야기 하고 있고, <시간이 죽고 난 후>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심감하고 달밤에 실루엣으로 하염없이 서 있는 자신, 끝없는 기다림도 소용없이 별이 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애달프다"고 평가했으며 “<대림동 중앙시장>은 어린 시절부터 입에 맞는 음식은 과거를 기억하는 인자가 되어 뼈속 깊이 각인딘 정체성이다"고 평하고 있다. 

또 "시인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시는  마음이 닿는 시각에서 사물을 은유하듯 풀어내는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소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것도 내일을 약속하는 공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심사평에서 밝혔다. 

 

<장문영 신인상 당선 시>


<거미의 일생> 

               

늙은 몸 끌고
그물을 쳐
왕잠자리 잡아준다
젊은 녀석은 먹성도 좋아
주어도 주어도 배고픈 타령뿐
낳아주었지 
키워주었지
결혼까지 시켜주었는데
아직도 달라고만 손 내미는
다 큰 새끼
그래 
낳은 이 어미 죄겠지
그 죗값이겠지
다시 후들거리는 다리 움직여
그물을 늘인다
바람이라도 잡혀라
아들아
이제 엄마는 
더 이상 해줄 게 없구나
내가 죽거든 나를 먹어라
너의 한 끼 허기는 달래줄 수 있을 테니
 

<시간이 죽고 난 후>

 

망설이다가 
주춤거리다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진작 해치울 것을
시작부터 하고 볼 것을
서툴게 건넌 강을
다시 건널 수는 없을까
숙명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웃으며 다시 시작하자
저 물소리 드높은 
마음의 고향에서
후회도 약이라면 
사발 들이로 마실 것을
무너진 가슴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의 홍수
슬픔 마저 그리워지는 날
희망도 절망도 따지지 말고
오연히 하늘 보며
다시 한번 신들메를 고쳐 매자
푸른 초원이 푸른 등이겠지
푸른 하늘이 푸른 등이겠지
 

<대림동 중앙시장>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 나오면
서울 속의 차이나타운 대림 중앙시장이 있다
붉은색 노란색 중국어 간판과
마라탕 냄새와 양꼬치 냄새가 맞아주는 곳
꽈배기 건두부 해바라기씨
월병 푸주 절인 오리알
떠우죠 모충 썅차이 마쟝
양꼬치랑 냉면구이와 야버즈는 
오리지널 중국 맛이다
우리가 여기 오는 이유 단 하나
고향의 맛 한 조각 찾으러
서울 말투 배우고
서울 스타일 옷을 입어도
입맛의 공허함은 채울 수 없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향수 달래려
김치 해 먹고 냉면 눌러 먹고 
된장찌개 잊지 않았듯이 
이국 타향 나고 자란 손자 손녀들은 
어린 시절 맛을 찾아 
중앙시장을 누빈다
음식은 과거를 기억하는 메모리
뼈 속 깊이 각인 된 정체성이다

 

<당선 소감> 

 

저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경북 선산군(구미시)의 고향을 떠나 만주 즉 지금의 중국 헤이룽장성 쟈무스라는 곳에서 농사를 짓다가 광복을 맞이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잡이 아빠를 두고 일찍 돌아가셨지만, 할머니는 제가 고등학생 때까지 함께 사시다가 꿈에도 그리던 고향 땅을 끝내 못 밟아 보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이야기로만 듣던 고향마을 이야기, 할머니가 가보신 제일 큰 도시였던 대구의 서문시장 이야기들을 들으며 고국에 대한 동경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고국에서 어릴 적부터 문학 소녀로 키워왔던 꿈인 등단의 기쁨을 누리게 되니 한없이 설렙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배운 대로 된장국에 김치를 먹었던 우리는 중국에서 온전히 중국인일 수 없었고 할아버지 할머니 뿌리 더듬어 찾아온 고국에서도 우리는 온전한 한국인일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시간과 환경이라는 시금석이 우리를 두 나라 문화 사이에서 또 다른 특징의 문화를 가진 군락으로 살아남게 했습니다. 오늘날 재한 외국인 240여만의 세계화 시대에 디아스포라 문학도 한국문학이란 큰 꽃밭에 한 송이 매력 있는 꽃으로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송 8대 가의 한사람인 구양수 성현님의 말씀대로 “삼다”(多读, 多做, 多商量)의 가르침 받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저의 작품을 선정해 주신 여러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재한동포작가협회 이동렬 대표님과 재한동포문인협회 김경애 대표님, 그리고 늘 항상 격려하고 지지해 주시는 재한동포문인협회 여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어릴 적 저의 티끌만 한 재능을 발견해 늘 용기와 격려를 해주시고 못난 딸을 자랑스러워 해 주셨던 하늘나라 계시는 아버지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장문영 프로필 

.중국 헤이룽장성 벌리현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사무국장 
동북아신문 기자 
한국문예작가회 제9회 백일장 차상
2023 국제가이아 환경문화대상 문학부문 우수상
월간 국보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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