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바람

빈 몸을 비틀어서 허공을 흔들대며
유령만 알아보는 무늬를 새겨놓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나이태를 만든다. 

 

2.풀꽃

풀숲에 터를 잡아 제 한철 노래하며
달빛에 얼굴 씻고 물소리에 가슴 씻어
무지개 화관을 이고 삶을 엮어 가누나

 

3.바람꽃

산허리 빙빙 돌아 고개길 넘어설 제
한가슴 향기 풍겨 원 없이 뿌려놓고
구름은 고요를 타고 덩실덩실 춤춘다

 

4.매돌

혼자서 지구 돌려 서러움 갈기 찢어
갈라진 등줄기로 인생길 풀어놓고 
둘이서 한 마음되여 돌고 돌아 그 자리


5.비누

날마다 씻어 주며 마음까지 행궈주도
모든 것 새로워도 감사할줄 모른다네
그 정성 끈없는 사랑 남은 삶의 내 갈 길 

   
6.시조 꽃 

반듯한 정원 안에 낱말의 꽃을 심어
멋과 맛 북돋우어 글향기 풍겨날제
겨례의 얼을 담으니 우리 모두 원예사  

 

7.먼 여행길 

너와 나 우린 모두 삶의 길에 여행자라
싫어도 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슴에 이정표 하나 세월강을 건느네

 

8.세월의 바퀴

사계절 물고 물려 잘도나 굴러 가네
수억년 돌고 돌아 고장도 아니 나니
야속타 인간에 삶은 고작 백년 뿐이네

 

9.계절의 길목  

밟아도 쌓이는 건 낙엽만이 아니구나
바람에 나도 밀려 가는 세월 둘러메고
해살이 홀로 뒹군 길 슬쩍 끼여 걷는다

 

10.노란 계절 

상수리 둥근 열매 언덕에 흔들릴제
온 벌판 타는 함성 갈 바람 정을 섞어
산 까치 울음 소리에 여문 가을 터누나

 

11.가을 나무 

단풍 잎 향을 털어 떫은 속 삭혀 다오 
가지에 타는 갈증 찬 서리가 식혀 줄가
가야 해 떠나는 눈빛 그리운 님 어디에

 

12.석양하늘

서산에 붉은 빛이 구름마저 물들이니
지평선 천만리가 어둠 속에 잠겨 드네
오늘도 분주한 하루 별하늘이 열리네

 

리영해 프로필

 아호: 옥광(玉光)
* 90년대 초부터 {율시-중국어},{칠언 절구}창작.
* 수년간 {율시, 칠언 절구} 전국 여려 문학지, 신문, 잡지에 발표
* 연변시사협회 고문{延边诗词协会 顾问 }
*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시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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