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령 : 연길시 출생. 박사수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최미령 : 연길시 출생. 박사수료.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종강파티 음식메뉴를 어떻게 정할지 두고 한국인 친구들과 여러가지 음식들을 후보로 꼽다가 마라탕얘기까지 나왔다. 
  “마라탕에 궈바오러우야말로 꿀조합 아닌가요.”
   한 한국인 친구가 입을 다시며 이런 발언을 했다.
   “네? 걔네가 꿀조합이라구요?”

내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의 반론은 공신력을 얻음과 동시에 모두의 관심을 끌었고 마라탕이 궈바오러우와 어울리지 않으면 무슨 음식을 궈바오러우와 함께 먹어야 하냐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궈바오러우는 당연히 연변 냉면과 함께 먹어야 되죠.”

나는 확신에 찬 어투로 대답했지만 한국인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연변냉면은 한국에서 말하는 ‘냉면’이나 중화요리집의 중국식 냉면과는 어떻게 다르고 또한 냉면에는 만두를 함께 먹는 것을 ‘국룰’로 여기는 그들은 궈바오러우를 만두 대체템으로 상상하기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나는 생생한 시각적인 전달을 전해받기 위해서는 유튜브에서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연변편을 검색해 보라는 조언을 했다.

한국인 친구들의 질문공세는 멈출줄 몰랐고 중국에서는 궈바오러우와 마라탕을 함께 먹지 않냐고 물었다. 

그들의 질문에 곰곰이 기억을 뒤짚어 보니 마라탕과 궈바오러우를 함께 시켜놓고 먹어본 것은 한국에 온 뒤의 일이었다. 지금만큼 마라탕 가게가 보급화되지 않았던 십여년 전에 중국음식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면 대림역 12번 출구를 찾았고 봉언니(鳳姉)마라탕가게에서 마라탕만 먹고 가기에는 아쉬어 메뉴판을 여러번 스캔하다가 궈바오러우를 함께 시키기는 했던 것 같다. 다른 많은 요리중에서 굳이 궈바오러우를 시켰던 것은 마라탕과의 조합을 좋게 보아서기 보다는 당시 감자채볶음이나 건두부볶음 같은 요리가 만원좌우였는데 이러한 요리들을 먹을거면 돈을 좀 더 얹어서 고기가 주재료인 궈바오러우를 먹는 것이 가심비가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던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마라탕가게가 우호죽순처럼 생겨나더니 그 어느동네를 가나 쉽게 찾아볼 정도로 흔해졌고 중국음식이라고 하면 기름지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와 달리, 마라탕은 넣어먹을 재료를 잘 고르고 소스를 줄인다면 웰빙푸드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레시피에 찹쌀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찹쌀 탕수육이라고 불리우던 궈바오러우는 어느 순간 발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궈바오러우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적지 않은 마라탕가게의 메뉴판을 가뿐히 올라탔다.

마라탕과 궈바오러우가 왜 꿀조합인지 하는 질문에 한국인 친구들은 마라탕의 매운맛이 힘들즈음 달달한 궈바오러우를 먹으면 매운 기운을 눌러주는 중화작용을 한다고 했다.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이 이러한 니즈를 미리 예견하고 마라탕과 궈바오러우라는 조합을 만들어낸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본고장이 서로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음식이 한국이라는 이국땅에서는 단짝이 되었다는 것이다. 
궈바오러우에는 그래도 냉면이라는 어릴때부터 내게 친

숙한 메뉴 조합을 선호해 궈바오러우와 마라탕의 조합에 미간상을 찌푸리면서 불호를 던지지만 따지고 보면 궈바오러우와 냉면의 조합이 나온 역사 또한 얼마 안되고 보급지역 또한 한정적이지 않은가. 오리지널이나 포에버는 무의미하고 단지 여러 가지 음식 조합들의 공생을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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