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Astalive(아스타라이브)컵 세계조선족노래자랑대회 최우수상 수상자 김채화 가수의 이야기

본 무대 시작과 함께 그녀는 시종일관 무대 뒤 걸상에 앉아 모든 가수의 무대를 꼼꼼히 그리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2023 Astalive(아스타라이브)컵 세계조선족노래자랑대회에서 <배 띄워라>로 본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채화 가수이다.

다른 가수의 무대를 지켜보면 긴장이 될텐데 괜찮았냐는 질문에 무대의 분위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고 무대를 더 즐기고 관중들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하여 다른 가수의 무대를 보면서 스스로의 무대를 머리속에 그려본다고 대답하는 그녀다. 

새하얀 한복차림에 특유의 진한 화장,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구성진 최강의 보이스로 객석을 사로잡은 그녀는 장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안도의 미소를 띄우며 무대를 내려왔다.

무대가 너무 좋고 노래로 관중들과 소통하며 호흡하고 싶다는 그녀, 그런 그녀의 음악과 함께 한 인생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2023년 Astalive(아스타라이브)컵 세계조선족노래자랑대회 를 부르고 있는 김채화 가수
2023년 Astalive(아스타라이브)컵 세계조선족노래자랑대회 를 부르고 있는 김채화 가수

학창시절을 회억하며

9살쯤 우연히 고향 룡정에서 있었던 노래자랑대회에 참가하였던 것이 첫 무대였어요. 학교에서 배웠던 <고향의 봄>을 불러 1등을 하게 되였는데 당시 평심위원분들이 제가 목소리가 좋다고 노래를 계속 시키라고 하셨대요. 그 뒤 지인의 소개로 예술학교 강신자 선생님의 제자분을 알게 되여 강신자 선생님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였었죠. 강신자 선생님께서 제 노래를 들어보시고 제대로 배우면 가수가 될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일년정도 레슨을 받고 예술학교에 입학하게 되였고 강신자 선생님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였어요.

선생님들이 참 많이 이뻐해 주셨고 저도 많이 노력을 했었어요. 예술학교 다닐때 매년 노래시험이 있었는데 시험에서 일등을 하곤 했었죠. 그러나 당시 사회적으로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유명한 가수가 되기까지는 하늘의 별따기다 라는 말이 많았어요. 실력뿐만 아니라 재력이나 집안 배경도 뒤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였어요. 어린 마음에 주위의 그런 말들에 흔들려 스스로 음악을 포기하고 일본유학을 선택하게 되였어요. 

일본에서 시작된 제2의 인생

일본에 온 후 유학생활을 거쳐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는 평범한 삶을 보냈어요. 그럼에도 노래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여 일본연가(演歌)대회에 참가한적이 있는데 대회에서 알게 된 작곡가 한분이 저의 노래실력을 칭찬하며 저만의 일본연가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러나 저 스스로가 CD를 홍보하러 다니고 팔아야 되는 상황이라 가족이 있고 애가 어렸던 저에게는 힘든 일이라 포기했었죠.

또한 각종 조선족모임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할 쯤부터 기회가 되면 참가하여 노래를 불렀어요. 조선족 사이트 <쉼터>모임에서 알게 된 현 해바라기 예술단 박봉화 단장님의 소개로 한국 KBS 한민족 방송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동포 노래방 프로그램에서 전화 연결로 전화를 받은적이 있어요. 갑자기 생방송이라 하여 전화너머로 <달타령>을 불렀었는데 상금으로 한화 50만원 받았었던 기억이 있어요. 

2007년 우리노래대잔치에서 2등을 수상
조선족노래자랑 1등 수상
조선족노래자랑 1등 수상

한번은 고향에 놀러 갔다 은사였던 강신자 선생님을 만났었는데 지금이라고 돌아와서 반년만 레슨을 받고 가수로 도전해 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당시에는 거절했지만 일본에 돌아온 후 선생님의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죠. 하여 2013년쯤 일본의 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가수에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그때 아버지께서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갑자기 들이 닥친 상황에 충격을 받아 저의 가수 꿈은 또 한번 포기하게 되였죠.

이번 노래자랑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저는 강신자 선생님의 학생으로서 드디어 선생님한테 보답한 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항상 저를 믿어주고 기다려주신 분이셨거든요. 또한 이렇게 제가 은사에게 보답을 할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에도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재일조선족축구협회에서 조직한 행사에 초대되어 공연
재일조선족축구협회에서 조직한 행사에 초대되어 공연
2022년Caraz(카라즈)컵 세계조선족글짓기대회시상식에서 공연

 

재일중국조선족경영자협회 송년회에 초대되여 공연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음악은 저와 숨박꼭질하는 느낌이예요. 제가 포기하려고 하면 운명처럼 나타나주고 손을 뻗어볼라 하면 또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이죠. 그러나 분명 제 운명에 가수라는 이름이 있을거라 믿어요.

지금도 집에서 노래연습을 항상 하고 있어요. 이러다 옆집에서 신고하여 경찰이 들이 닥치지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리내여 노래하고 있어요. 언제든지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둬야죠. 다만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다거나 그런 욕심은 없어요. 제가 설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우리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일본에 있는 조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우리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또한 한국처럼 결혼식, 환갑잔치 등 행사가 있으면 언제라도 달려가서 우리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구요. 그리고 꿈 같은 얘기이지만 세계 방방곳곳의 조선족들의 요청으로 노래하러 다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웃음). 내년에 일중카라오케공클이 일본에서 있게 되는데 거기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한복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게 꿈이죠. 

음악의 바다에 띄운 김채화 가수의 꿈의 배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젓고 바람이 불면 돛을 올려 이제부터 멋지게 항행해 나아갈 듯 하다.

글: 윤희 흑룡강신문 기자/일본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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