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리련화 연변일보 기자

 

[서울=동북아신문]무대 위 눈부신 조명 속으로 한 소녀가 사뿐사뿐 걸어들어가고 있다. 낯선 땅, 낯선 무대지만 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의 모습은 제법 당차다.

11월 19일, 2023년 아스타라이브컵 세계조선족노래자랑대회 현장이다. 연길시제10중학교 8학년에서 공부하고 있는 리은비 학생은 이번 노래자랑 결승전의 최연소 참가자였다. 이날을 위해 몇달간 학업과 련습을 병행해왔던 소녀는 드디어 결승의 무대에 올라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일본에서의 짧은 일주일, 얻은 게 너무 많아

리은비가 이번 결승전에 준비한 노래는 <난봉가>였다. 다소 빨리 시작된 반주음악에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리은비는 상태를 되찾고 열창을 시작했다.

 “무대 중앙에 당도하기 전에 시작된 노래, 아차싶었지만 늘 믿음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던 딸아이였기에 믿고 지켜보았어요.”

일본에 동행한 어머니 리애란과 일본에 있는 친지와 친구들을 비롯한 장내 모든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비는 완전히 음악에 몸을 맡기고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2023년 아스타라이브컵에서 열창하고 있는 리은비 양
2023년 아스타라이브컵에서 열창하고 있는 리은비 양

어린 소녀한테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는 무대를 꽉 채웠고 소녀는 자신만의 노래로 무대를 물들였다. 은비의 노래 표현력과 감정전달력, 그리고 곡에 대한 리해는 심사위원들의 긍정을 받았고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무대를 완성하며 리은비는 이날 꿈에 그리던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너무 놀랐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자체도 벅찼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하면서 느낀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특별했어요.”

수상자 발표를 할 때, 우수상에 기대를 걸고 귀를 도사렸지만 이름이 호명되지 않아서 실망하고 말았다는 리은비, 그러나 최우수상에 <난봉가> 세 글자를 듣는 순간 솟구치던 그 희열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였다. 짧은 순간이였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였다고 한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이 모두 경력이 풍부하고 실력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리은비는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결과를 들었을 때 적잖게 놀랐다고 했다. 한편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였다. 이번 대회의 최연소 참가자여서 가산점이 더 붙지 않았을가 생각되기도 한다는 은비, 한편 앞으로 가야할 길이 아직 먼 그녀에게 주는 격려의 상이라고 생각되여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이번에 처음 일본에 가봤어요. 거기에서도 우리 조선족들이 뭉쳐서 잘 살고 있는 모습에 느끼는게 참 많아요.”

일본에서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노래자랑대회를 조직하고 움직이는 주최측의 파워에도 너무 놀랐고 세상에 흩어져 사는 우리 민족이 노래 하나로 한곳에 모일 수 있다는 사실도 가슴벅차게 느껴졌다고 했다.

결승전을 치른 이튿날 주최측의 안배로 도꾜 시내 투어를 하면서 일본이란 나라가 참 깨끗하고 문명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음식도 너무 맛있었다고 한다.

“저녁에 펼쳐진 만찬회에서 심사위원이신 유명 가수분들의 노래를 듣고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커서 그렇게 멋지게 노래를 부르고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짧은 일주일이였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어린 은비는 얻은게 너무 많다고 했다.

학습도 중요하지만 예술의 꿈도 소중해

리은비는 어려서 한족유치원을 다녔다. 은비의 조선어발음이 걱정되였던 어머니 리애란씨는 그 대안으로 조선말 노래를 배워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은비는 노래와 연을 맺게 되였다.

흔히 중학교가 되면 예술전업을 선택하지 않는 아이들은 학업에 쫓겨 예술이나 스포츠 훈련을 접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비는 지금까지 노래와 피아노 공부를 꾸준히 견지해왔다.

피아노연주를 하고있는 리은비 양
피아노연주를 하고있는 리은비 양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배웠기때문에 중도이폐할 수 없었어요.”

더우기 숨 쉴 틈 없는 중학교 학습환경 속에서 노래와 피아노는 은비에게 힘을 실어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라고 한다.

“주말에 노래를 실컷 부르고나면 한주일의 스트레스가 다 날려가는 기분이예요.”

은비는 소학교 4학년 즈음 지금의 성악지도교수인 연변대학 예술학원의 최성룡 교수를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다.

최성룡 교수는 은비를 두고 나이는 어리지만 성악을 공부하기에 적합한, 비교적 훌륭한 소리조건을 구비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리은비 학생은 음량이 풍부하고 소리 색채가 맑으며 튼튼한 목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최성룡 교수는 이번 아스타라이브컵 세계조선족노래자랑대회가 은비를 단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여 참가할 것을 제안했고 은비는 <신고산타령>을 불러 순조롭게 예선을 통과했다.

예선 통과는 은비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다. 한달이란 짧은 시간내에 결승전에 참가할 새로운 노래를 준비해야 했던 것이다.

“압박감때문에 몇번이고 포기하려고 생각하다가도 시도도 안해보고 그냥 맥없이 물러나기는 싫었어요. 나를 꺾지 못하는 것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도전했죠.”

은비의 욕심을 보아낸 최성룡 교수는 은비를 위해 우리 민족의 민요 <자진 난봉가와 사설 난봉가>를 선택했다. 민요의 발성, 시김새, 발음, 장단 및 무대표현을 틀어쥐고 반복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경연대회 현장 적응을 위해 피아노 반주와 반주곡을 결부하여 연습을 진행했는데 시합 전 일주일은 거의 매일 련습을 강행했다.

최성룡 교수는 “지금 이대로 나아가주기만 한다면 은비는 훌륭한 성악가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봅니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꾸준히 예술적, 문화적 함양을 높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은비의 어머니 리애란씨는 우연히 만난 최성룡 교수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지금까지의 노래지도선생들도 우수했지만 훌륭한 교수를 만나서 은비가 얼마나 노래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지, 모든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스승 최성룡 교수와 함께
스승 최성룡 교수와 함께

교육방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 다방면의 발전 이끌어

아주 늦은 나이에 딸아이를 본 리애란씨였지만 젊은 엄마들 못지 않게 키우려 육아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은비는 성악, 피아노, 스피치 등 학원을 다니며 예술의 꿈을 키웠고 학교 나아가 사회의 각종 문예야회, 웅변시합, 예술절 등에서 활약했다.

“제가 요즘 엄마들보다 한창 나이가 많아요. 아마 많아서 15살 차이는 날 껄요. 그래서 더더욱 육아와 교육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엄마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은비를 잘 키우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3, 4학년때부터 천천히 아이한테서 한발 물러나면서 아이의 성장을 뒤에서 묵묵히 도왔죠.”

홀로서기의 첫시작에는 은비도 적응이 되지 않아 성적도 살짝 흔들렸고, 많은 것이 엉성해서 걱정될 법도 했지만 리애란씨는 믿고 기다렸다. 적응기가 지나자 성적은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고 은비도 많이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의 성장 단계, 감정 상태, 그리고 적절한 교육방법을 이해하면서 지속적으로 학습한 덕에 남들은 다 겪는다는 사춘기 충돌도 크게 없다고 한다.

리은비 양
리은비 양

“사실 이번 결승전 스케줄도 학교 기중시험과 겹쳐서 은근히 걱정되였어요. 중학교 수업진도는 하루만 빠져도 그 자리가 크게 나니까요.”

이번에도 리애란씨는 은비를 믿기로 했다. 은비가 학습 부담감때문에 동요한 적도 있었지만 리애란씨는 “결정되면 엄마한테 알려줘. 엄마는 엄마대로 일본 입국 수속을 하고있을테니.”라고 말하며 믿고 기다려줬다.

그리고 결승전을 앞두고 치른 기중시험에서 은비는 조금도 흔들림없는 실력으로 원래 위치를 지켰고 이들은 예정대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지금 너무 고마운 건 일본에서 돌아온 후 그동안 학습이 뒤처진 은비를 위해 선생님들이 시간을 짜내여 배워주고 있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은비는 선생님의 조수 역할, 친구들의 고민상담사, 해결사 역할도 하면서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다재다능한 학생으로 정평이 나있다. 담임교원 김소영은 은비를 두고 “성품이 바르고 총명한 아이”라고 칭찬한다.

“늘 초롱초롱한 눈으로 시간집중을 잘 해서 눈에 띄는 학생입니다. 학습은 물론 규률이나 위생 등 방면에서 본보기역할을 톡톡히 하구요, 듬직하고 차분한 성격에 자기 주장도 확실해 목표를 향해 흔들림없이 노력하는 학생입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 20만엔을 어떻게 쓸 타산인지 묻자 리은비는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저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배움, 그 학비로 쓰고 싶어요.”하고 오돌차게 대답했다.

李恩菲 수상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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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   在“中国梦华夏艺术星秀全国青少年才艺总展演活动”吉林省选拔赛中 获声乐比赛金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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