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정희 기자/ 사진, 이수걸 촬영가/ 편집, 배상봉 쉼터기자

[동북아신문, 이정희 기자] 2023년 아마도 쉼터미디어의 마지막 뉴스가 될 것 같은데, 아래와 같은 좋은 소식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일본에 드디어 세번째 조선족 마을 – 타카시마 마을이 탄생했답니다! 동네소식 전문가 이정희 기자님의 보도와 함께 더 상세한 내용을 요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월24일, 도쿄 이타바시구(東京都板橋区) 타카시마다이라(高島平) 아파트단지 집회소에서 타카시마동네 공식적인 발족모임이 있었다.

이날 모임에는 타카시마동네 9세대 가족들과 우끼마동네 이용식 대선배님, 이일남 촌장부부 그리고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님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

세 번째로 고고성을 울린 타카시마동네 주민들은 10년전부터 가족모임을 가지며 깊은 인연을 쌓아왔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일본 고도경제성장시기인 1972년에 일본주택공단(현, UR도시기구)에 의해 개발∙완성된 타카시마다이라 단지는 고층아파트 단지로 임대 8287호, 분양 1883호 총 1만 170호를 갖춘 ‘동양 제일의 맘모스 단지’로 불렸다. 도쿄 도심까지 전차로 약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단지 주변에는 쇼핑센터, 유치원, 학교 등 공공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 입주 희망자가 쇄도해 당시 약 3만 명이 이주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기에 일본에 온 외국인들에게 이곳은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UR임대주택은 보증인을 세우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고 사례금, 중개 수수료가 없어 초기 비용이 저렴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또한 계약 갱신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장기 거주에도 이점이 많았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에 처음 온 외국인에게 있어 일본 국적의 보증인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먼저 터전을 잡은 주민들이 학교동창이나 선후배들을 소개해 한 집, 또 한 집 이주해오다 보니 어느새 10세대가 이 지역에 정착하게 되었다. 처음 이곳에서 살다가 집을 사서 이사한 분들도 정든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고 해마다 바베큐, 낚시, 크리스마스 파티 등 때때로 모임을 갖고 있는데, 힘든 시절 고락을 함께 했던 인연도 있어 더 끈끈하게 똘똘 뭉치게 되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 파티모임
2017년 크리스마스 파티모임
2022년5월 바베큐 모임
2022년5월 바베큐 모임

이날 사회는 타카시마동네 초대 촌장으로 선발된 김군(金君)이 맡아주었다. 그는 타카시마동네 촌장을 맡게 되어 영광이라고 하면서,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존중하며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정착시켜 행복한 동네로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선족 지역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촌장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타카시마동네 촌장 김군
조선족 지역사회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촌장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타카시마동네 촌장 김군

전일본중국조선족연합회 발전기금회 김광림 이사장은 조선족동네의 친목과 상부상조에 도움을 주고자 일본조선족의 새로운 풀뿌리(草根) 단체인 우끼마동네 뒤를 이어 올해 가을에 만들어진 닛보리동네(日暮里村)와 오늘 발족모임을 갖는 타카시마동네(高島村)에 ‘이용식기부금’에서 각각 5 만엔을 후원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전하여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건배를 제안하는 김광림 이사장님
건배를 제안하는 김광림 이사장님

우끼마동네 이일남 촌장은 타카시마동네와는 아라가와(荒川)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웃 동네라며 앞으로 협력과 친목을 도모하자는 축사를 전하면서 우끼마동네분들의 성의라고 축의금까지 챙겨와서 또 한번 박수소리와 함께 장내 분위기를 화끈하게 하였다.

우끼마동네 이일남 촌장 축사
우끼마동네 이일남 촌장 축사

지난 11월에 있었던「2023년 Astalive(아스타라이브)컵 세계 조선족 노래자랑대회」의 주요 후원자로 ‘조선족 사회에 선구자의 발자취를 남긴 이용식 회장’으로 알려진 이용식 대선배님은 ‘오늘은 타카시마동네 탄생과 크리스마스 이브가 겹친 정말 기쁜 날이다’고 환한 웃음을 지으시면서 향후 타카시마동네에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부부가 서로 내조하면서 화목한 동네로, 또 우리 조선민족 전통을 이어가는 지역동네로 되어달라 간곡히 부탁하셨다.

오늘도 조선족 지역사회 형성에 앞장서서 젊은 세대들에게 힘찬 격려와 성원을 보내시는 우끼마동네 이용식 대선배님
오늘도 조선족 지역사회 형성에 앞장서서 젊은 세대들에게 힘찬 격려와 성원을 보내시는 우끼마동네 이용식 대선배님

이어서 타카시마동네 가족소개와 가족별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40-50대가 주된 연령층으로 무역, 교육, IT, 음식업 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새롭게 탄생한 타카시마동네를 위하여 모두가 힘을 합쳐서 오붓하게 잘 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재일조선족 최초의 커뮤니티 <쉼터> 와 <쉼터미디어> 대표이며 현재 일본에서 제일 큰 규모의 중국물산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남 사장은 그동안 묵묵히 조선족들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해왔다. 특히 2002년에 설립한 ‘쉼터’는 많은 유학생들이 고향 생각을 달래고 정보를 교류하는 유일한 플랫폼이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 가족 일동으로 나온 김정남 사장은 이용식 대선배님께서 제시한 지역사회 구상에 찬동하고 현재 조선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있는 상황인만큼 더 많은 동네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하였다. 부인 이춘자씨는 타카시마동네 현수막과 로고마크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우리 조선족을 오색찬란한 천지꽃으로, 여러 가족들이 한집 지붕 아래에 모여 사는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디자인구상을 밝혀서 감탄을 자아냈다.

쉼터물산 사장 김정남 가족일동
쉼터물산 사장 김정남 가족일동

한국국적인 부인과 10살되는 딸 아이와 나란히 가족소개에 나선 이수걸 사장은 약 23년전 처음 일본에 와서 4년간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온 지역이 이곳 高島平라고 밝히면서 몇년동안 나까노 지역으로 이사갔다가 지금은 다시 타카시마동네로 회사와 집을 옮겨왔다고 한다. 영상 촬영가로 조선족사회뿐만아니라 폭넓게 활약하고 있는 이수걸사장은 향후 가족들과 함께 타카시마동네 모임에 적극 참가하여 조선족 특유의 민족문화 체험을 하겠다고 하였다. 김군 촌장을 지지하며 앞서 나가고 있는 우끼마, 닛보리 두 동네를 능가하는 동네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항상 묵묵히 영상 찍는 모습만 보아왔던 이수걸 사장님의 유모어적 센스를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동영상 촬영가 이수걸사장과 가족일동
동영상 촬영가 이수걸사장과 가족일동

긴 식탁에는 오색 송편과 찰떡, 도라지무침, 중화요리들로 푸짐하게 차려졌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술잔이 오가고 앞으로 동네모임 전개에 관한 환담이 오가고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어서 빙고게임과 노래자랑, 들끓는 춤판이 펼쳐졌다.

찬찬찬 술잔을 부딪치며 즐거운 시간
찬찬찬 술잔을 부딪치며 즐거운 시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산타클로스 쇼타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산타클로스 쇼타임
모임에 앞서 오후에 진행된 볼링대회
모임에 앞서 오후에 진행된 볼링대회

이날 타카시마동네가 탄생하며 도쿄에는 벌써 3개 조선족 동네가 생겼다. 3곳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더 많은 곳에서 새로운 동네가 생겨나 활발한 조선족 사회가 곳곳에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타카시마동네 기타 가족소개 사진

글 / 이 정희 기자, 사진 이 수걸 촬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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