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제25회 재외동포문학상 발표

시 부문 대상 등 미국 동포 12명 수상
35개국 279명 참여…참가자 다양해져

재외동포청, 제25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14개국에서 33개 작품이 선정된 가운데 중국 국적 출신의 강매화 시인(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이 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시 부문 우수상을 받은 강매화시인 
시 부문 우수상을 받은 강매화시인 

이번 공모전에는 총 35개국에서 279명이 707편을 응모했다.
 
심사위원들은 “재외동포 문학도의 거주 권역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리스트로서의 성격이 더해져 재외동포문학상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최근 한중 시문단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강매화 시인은 소박한 시적언어로 생활 속에서 시의 주제를 잘 포착해서 독자들에게 나름 감동을 주고 있는 실감나는 시를 많이 쓰고 있다.

아래는 강매화 시인의 시와 시평, 수상소감이다. 

 

강매화 시 
 

외할매 쌈지
 
 
외할매 쌈지돈은
그 한없이 늘어난 사각팬티 앞
언제나 핀으로 단단히 봉쇄되어 있었다
 
얼마나 들어있을가
요술주머니처럼 꺼내도 꺼내도
끝을 모르고 계속 나오는 외할매 쌈지돈
 
어른이 되고 시집을 가고
자식까지 낳고 이제
이 외손녀도 마흔이 넘었는데
 
그래도 설이면
꼬박꼬박 나와주는 꼬깃꼬깃한 세뱃돈
외할매 쌈지안은 항상 궁금하기만 했다
 
외할매 몸져누우신 날
나는 빨래하느라 모처럼 그 쌈지를 뒤져보았다
거기에는 의례 돈이 조금 들어있었고
그리고 아
남쪽나라 외할매 고향주소가 적힌
돈보다 더 쭈글쭈글한 종이쪼각이 들어있었다

제25회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심사위원 :신달자 (시인),정호승(시인),유자효(시인),문태준(시인)

제25회 재외동포문학상 작품 응모에 보내온 시 부문 작품들의 수준은 높았다.접수 편수도 많았다.예심 대상작은 총 391편이었고,심사위원들의 추천에 의해 본심에 오른 작품의 편수는 총 21편이었다.모국에서의 가족 서사를 다룬 작품은 물론,계절과 시간에 대한 서정,이주한 곳에서의 개인적 삶과 그곳에서 만난 동포와의 인연 등 시적 재료가 다양했다.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을 다룬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는 점이었다.그만큼 응모한 작품들이 이 시대 개인의 삶의 조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 등을 다루고 살필 만큼 시적 관심사가 다양해졌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심사위원들은 응모한 작품들의 모국어 활용이 빼어나고 그 시적 완성도 또한 높았다는 점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이 마지막까지 숙의한 작품들은 <외할매 쌈지>,<까마중과 어머니>,<아버지 도널드>였다.

<외할매 쌈지>는 외할머니가 속옷 안쪽에 쌈지를 하나 차고 사셨는데,그 쌈지에서는 아껴 모아 둔,구겨진 돈이 나왔다는 얘기로부터 시작한다.그리고 그 쌈지에서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꼬깃꼬깃한 세뱃돈”이 나왔으니 외할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는 무한한 것이었다고 시심을 펼친다.이 대목까지는 사실 평이한 전개라고 할 수 있겠는데,이 시의 감동적인 반전은 마지막 연에 이르러 드러나고 있었다.외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 계실 때 우연히 쌈지에서 발견한 내용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남쪽나라 외할매 주소가 적힌/돈보다 더 쭈글쭈글한 종이쪼각”이었다.이 대목을 읽는 순간 외할머니의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에 가슴이 뭉클했다.외할머니에 대한 묘사가 시 전반에 두루 걸쳐 좀 더 상세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

<까마중과 어머니>는 화자가 어렸을 적에 고향에서 까마중 열매를 따서 먹던 일을 술회한 작품이었다.밭에 ,길가에 자라면서 가을이면 까맣게 익는,콩알만 한 까마중 열매 속에 향수를 담아낸 작품이었는데,이 작품은 아주 감각적이었다.촉각과 시각,후각,청각 등을 충분히 활용했다.일례로 “손으로 따서 툭 터트리면/화살처럼 튀어 나가는 씨앗사이로 /쏟아지는 순한 향내”에서 시인은 촉각과 시각과 후각을 함께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다.까마중 열매를 한 웅큼 따 쥐어 입에 털어 넣었을 때의 그 흥분과 놀라움을 “까만 웃음소리가/산을 덮는다”라고 표현한 시구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적 재능을 읽을 수 있었다. “해를 까맣게 덮고 산 아래 내려오니/양쪽 호주머니에 물들어 있는 /까만 추억”이라고 쓴 마지막 연도 산뜻했는데,무엇이 해를 까맣게 덮어 날이 어두워지게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비록 그것이 어둠이든 어머니의 부름이든 화자의 걱정이든 까만 웃음소리든 상관할 것 없이,너무 뻔하게 짐작하게끔 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시의 시행이 갖는 묘미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시어를 고르고 또 압축미를 살렸더라면 더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심사위원들이 대상작을 선정한 작품은 <아버지 도널드>였다.이 시는 구두 수선을 하는,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도널드와 화자와의 깊은 인연을 뼈대로 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오랜,두터운 인연의 한 사례를 운전 연습의 경험을 통해 표출하고 있었다.도널드는 화자를 “드넓은 /잡초들의 벌판”으로 데려가 운전대를 처음으로 잡게 했다.시에서 “드넓은 /잡초들의 벌판”은 중의적인 의미로 이해되었다.운전 연습을 한 광할한 장소의 의미도 있었지만 ,화자가 막 이주해서 정착할 때에 느꼈을 법한 그 어떤 마음의 상태로도 느껴졌다.내일을 개척해야 할 ,견디며 자력으로 헤쳐 가야 할 어떤 시공간으로 다가왔다.게다가 그 다음 연에서 인용한 “가고 싶은 데로 가라”, “이 안에선 장애물은 없다”, “여긴 허락되어진 네 공간이다” 등의 도널드의 언술은 화자에게 그리고 이 시를 읽는 이에게 동시에 감동을 자아내는 시구였다. 이 발언은 아마도 이주에 대한 시인의 사유, 즉 집념과 용기와 도전 등을 보여줌은 물론 이주를 앞둔 동포에게 들려주는 뜨거운 충고와 격려라고 생각했다.시적 긴장이 고르게 유지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 시를 통해 표현된 안목의 내용과 마음의 결이 크고 자상하여 수일(秀逸)한 작품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하는 데에 흔쾌히 동의했다.

입상하신 분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전한다.1999년 이래로 매년 시행해 오고 있는 재외동포문학상을 이제 재외동포청이 주최하는 만큼 재외동포문학상이 우리 재외동포들의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 .

수상소감

시 우수상 <외할매 쌈지>
강매화(중국)

입동이 지나서 추위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습니다.출근길에 우연히 길옆에 피어있는 진달래 꽃을 보았습니다.행인들이 모두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을 다그치는 겨울임에도 꽃을 피우고 있는 길가의 진달래를 무심코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꽃은 각자 피는 시기가 있는가 봅니다. 꽃이 피지 않는 나무가 없듯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기다리다 보니 나의 계절이 다가오나 싶습니다. 출근 중에 메일을 받아서 열어보니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기쁨의 메시지였습니다.전 세계 재외동포들이 참가한 공모에서 수상을 했다는것이 꿈만 같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습니다.저의 시를 우수상으로 선정해 주신 재외동포청과 심사위원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방학이면 거의 외할머니네 집에서 있었고 부모님들이 해외 진출로 의해 시집가기 전까지 쭉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그런만큼 정도 각별히 깊었습니다.그래서 제가 쓴 시중에 외할머니와의 사연을 적은 시가 꽤 많습니다.이번에 수상한 시 <외할매 쌈지>도 외할머니를 쓴 시였습니다.5년 전 외할머니께서 103세의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며칠 후이면 외할머니 기일인데 좋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 불과 몇년 안되는 저에게 이번 수상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더 좋은 시를 쓰도록 격려해 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를 문학의 길로 이끌어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묵묵히 응원을 아끼지 않은 저의 가족들에게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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