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아베라는 일본로인 한분이 단골손님으로 자주 왔다. 나이가 70넘는 분인데 나이보다 건강해보이고 아들이 중국 절강 어디서 무슨 사업을 한단다. 그 로인은 일주일에 한번씩 꼭꼭 오는데 올 때마다 마사지 끝나고 손님이 없을 땐 나하고 잠간씩 얘기를 나누고 간다. 난 안되는 일어로 꺽꺽거리며 그 로인과 손짓 발질로 의사소통을 해간다. 그덕에 나의 일본말이 조금 느는것 같았다. 그 로인이 처음 오던 날은 눈이 내렸다.  나무에도 지붕에도 두툼히 눈이 쌓여갔다. 나는 내가 버는 돈도 언제면 저 눈처럼 두툼해질가 하고 혼자 마사지가게에 앉아 돈낟가리를 쌓고있었다. 그날은 내가 일본땅 밟은지  103일이 되는 날이였다. 밖에서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면서 마음은 고향을 기웃거리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똑똑 들렸다.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이랏쌰이마세》하면서 보니 구부정한 일본령감 한분이 들어오신다. 어디가 아픈가고 물어보니 허리가 불편하시다나. 그래서 마사지 침대에 거꾸로 엎디게 하고 허리안마를 시작했다. 마사지 배운지 몇달 안되였을 때라 손가락이 자꾸 아파서 팔굽으로 허리를 누르고 문지르고 하는데 문뜩 어디선가 푸욱~하는 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왔다. 무슨 소릴가? 먼데서는 나는 소리가 아닌데 분명히 가까운 곳에서 났는데 다시한번 열심히 젖먹던 힘까지는 아니고 아침에 돼지고기 먹은 힘으로 내리누르는데 또 들려오는 푸웅소리...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아니 글쎄, 이 일본령감의 골짜기에서 울려나오는 가죽피리소리 아닌가 . 령감이 연신 《스미마셍》라고 한다. 요전에는 발에 때가 다닥다닥하고 발버짐이 있는지 껍질까지 군데군데 벗겨진 분이 오셔서 시큼털털한 냄새로 내 코를 자극하더니 이번엔 웬 일본령감의 이산화탄소냄새를 맡아야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났다. 젠장, 속으로 투털거리는데 천만다행으로 가스냄새가 별로 더 나지 않았다. 마늘 먹은 사람과 몇메터 거리에 있어도 마늘냄새를 묘하게 맡아내는 내 코가 오늘은 웬 일일가? 아, 그제야 내가 요새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서 냄새를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감기 걸리기 잘 했구나. 요럴 땐 참 다행이요 요행이였다. 그래도 허리마사지를 잘하면 손님이 가스를 내보낸다던 나의 안마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나도 몇달 마사지합네 했더니 이젠 손에 올랐는가 .무슨 싸개 몇년이면 바자굽을 넘는다더니. 제멋에 좋아서 큭큭 웃음이 나왔다. 이번엔 목을 할 차례였다. 손가락에 돼지고기국 먹은 힘으로 냅다 모가지를 문질렀다. 한창 열성스레 하고있는데 아차, 이번엔 내기 실수를 하였다. 감기에 걸려서 코안에서 가스냄새를 막아주던 고맙던 코물이 뚤렁 령감님의 목우에 떨어질줄이야. 아참! 이걸 어쩌나 이 령감이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인츰 알텐데. 두근닷근 속에서 쿵쿵쿵 소리가 났고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런중에 범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라던 우리 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날쌔게 티슈로 코물을 닦아냈다. 미끌미글한 내 코물을, (이 령감 먼저 닦아야지 이 령감이 먼저 닦아내는 날이면 끝장이 아닌가.) 그렇게 쭉- 60분 지나서 마사지는 끝났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내가 기본료금 받고 서툰 일본말로 <오쯔가레사마데시다(힘드셨지요)>하고 떠드벅거리는데 벅거리는데 령감님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오늘같은 추운날에도 땀까지 뚝뚝 떨구면서...이 돈은 수고비로 받으십시요》 라고 하시면서 고맙게도 1000엔짜리를 한장 더 주는것이였다. 길림신문/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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