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5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하얀 기억/ 김동휘

나는 너를 잘 모르더라도
너는 잘 알고 있으리라
어제와 오늘의 나를

 


 

계절의 풍경/ 김선애

햇빛에 쪼인 마른 몸
주저앉을 의자 하나 없어
지나간 행간에 기대어
시간이 부서지는 소리 듣는다

 


 

휴일 없는 재봉사/ 최춘란

아침과 저녁 꿰매어 놓고
숨 돌릴 틈 찾는 이방인

 


 

화려한 인생/ 김경애

이 꽃 저 꽃
옷 깃만 스치고 다니면서
지아비 노릇 한번 못 해보는
역마살의 대명사

 


 

미스터리/ 박계옥

환호인가
절규인가
저 무언의 몸부림은?

 


 

있을 때 잘해/ 이광일

늘 푸를 줄 알고
살고 있지만

세월, 이길 놈 없다

 


 

여인 본색/ 정정숙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란 이름 앞에
두려울 게 없었다

눈부신 백발 되어도
올곧은 심성 하나
뿌리박고 떠나리

 


 

행복/ 최기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한계/ 성해동

꿈과 현실을 가르는 빗금선 경계(境界)
뜻밖의 사고 생기지 말라는 경계(警戒)
옳고 그른 경위 분간하라는 경계(经界)
같은 잘못 저지르지 말라는 경계(镜戒)

그 앞에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인

 


 

연리지/ 신명금

시린 가슴
그대로 품은 채

우리는
두 영혼의 사랑을 비문에 새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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