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순  근작 복합상징시 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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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68년 6월 5일 중국 길림성 안도현 만보향 공영촌 출생. 중국 연변대학 조문전업 졸업.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소년문예부 주임·주필 역임.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대표회장 역임. 現 중국 조선족시몽문학회 대표회장. 순수아동문학지 「별나라」, 「아동문학」, 「아동문학샘터」 편집주간, 발행인 역임. 現 종합문학지 「詩夢文學」편집주간, 발행인. 시집 <샤갈의 물감> 등 12권 출간. 동시집 <풀아이들의 여름이야기> 등 3권 출간, 동화집 <토농이의 황금닭알> 출간, 설화집 <연변관광명소전설> 출간, 시론집 <복합상징시론> 출간, 윤동주문학상, 해란강문학상, 세계동시문학상, 시선 해외 시문학대상 등 수상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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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오는 소리


어둠 갈라 터지는 틈 사이로 이슬이
몸부림치며 돋아나는 것을
아픔에 길 물어 가는 바람 있거든
안개의 각막으로 보듬어주시라

향기 심어둔 손가락으로
시공하늘 가려 덮으며
點生의 잎잎 감춰 둘 일이다
무엇이 빌라를 숨쉬게 하는가

주춤 물러서는 기억의 샛길에
사막 눕혔다 앉히는 조율調律
나이테 퍼져가는 파문마다
에메랄드 각성에 초점 맞추는데

가로등 파닥이는 애꾸눈 언어가
새벽 선율에 향기 길어 올리고 있다

2024. 2. 1


날숨 부서져 내리는 수틀에서


고추 달린 성씨에 획 긋는 작업은
시공터널에 입 맞추는 연속이다
오아시스에서 구름 건져내는
하늘의 이마 푸른 것도
삐걱이는 시간 낯설어지기 때문이다

점밖에는 또 점
낭자의 볼에 별빛 나풀대듯이
미리내 출렁이는 메아리에
봇물의 과녁은 힘살의 찰나를 비춘다

형이상 공간에 날개 잃은 시간
탁마琢磨의 섬돌 각색해두며
판도라 살진 가슴에 촉수 박는 것은

망각 너머에 서서이는
죄와 악의 쑥스런 모습들이
미라의 먼지 낀 과거를 보듬기 때문이다

2024. 2. 1


믹스의 무게


고독의 섬돌에 어둠 누비는 노숙자
옆채기마다 안개는 구겨져 있다
귀두에서 빛살의 묵상 거머쥐고
고목에 귀 대며
씨나락 까먹는 메아리
낯선 계단에 깃 펴두고 있다
발등에 무릎 꿇고 키스하는
탁마琢磨의 현실 앞에서
무수리의 새벽도
눈물의 갈무리에 얼룩져 있다
굳이 소망마다 해오라기 부리
꽂아둘 필요는 없지
연골 부화 되는 욕망의 실체,
빈자貧者의 아침은
눈꽃 되어
먼지 낀 이방인의 하늘
비상飛翔하고 있다
체념의 키스처럼
이별 서두르지 않기 때문이겠지
악수의 고리에 잘랑거릴은
열매의 미소로 열릴 수도 있으니

2024. 2. 3


입춘立春


시린 문턱너머로 작은 발 들여놓는
존재의 발상엔 향기 감쳐있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느껴 보았는가
햇살 잘라 추녀 끝에 걸어두고
퇴색함 보듬는 순간이
홀로의 무지개 그려가는 선언임을
하늘은 푸르게 미소짓고 있더라

훈향으로 다가와
성에꽃 주워 담는 시간 앞에
바위는 벗겨 내린 계절의 어깨로
세월 받쳐 올리시었지
하지만 망각 앓는 손아귀에
놀빛 비껴 지난 순간은
덩더쿵 춤추는 바람 되어 놀다 갔었지

아픔과 그리움도 그 속에 있었네
사막의 그림자에 풀꽃 심는
젊음이여 빛이여
그대 오시는 발자취에
사랑은 초석礎石 눈뜨고 있음을 알았네

2024. 2. 4


메기의 추억


매각된 향기에 구멍 난 적설의 함금량
다육의 미소 감춰둔 자정의 농단에
스마트 아침 빚어 올린다
무엇이 눈물을 아픔이게 했던가

이별이 사랑의 시작임을 각색했듯이
암야 다독이는 손끝의 향연
눈 감긴 대불의 입술에 꽃 피어있었다

해저 더듬는 강오리
그 연골의 녹녹한 아삭함
숲 가려 덮는 전설로 으깨져 내리며
지평의 이슬에서 단속 꺼내 들겠지

녹슨 동년 그 발자국에 꿈이 솟고
스핑크스 야릇함 놀빛에 휘감겨 있다

2024. 2. 6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어느 먼 고장 에돌아 가슴 찢어 보이는 것이더뇨
색바랜 약속에 상고대의 주파수 흔들어 보이며
새벽은 바람의 연륜 떨며 만지고 서있다
기다림마다 솟대의 둔덕에 향연 조각해가듯
실각의 표정 깃 펴고 날아내리며 시간을 덮는다

어디 보자 다시 보자 다시 만지어보자
눈물로 잡아보는 기억의 끈마다 토막 난 사랑
능선의 아쉬움엔 비익조 우짖는 소리가
공허의 계단 수놓으며 하루를 각색해간다
눈 감으리 염불의 하늘, 꽃잎 밟는 그림자처럼

2024. 2. 7


그믐과 설의 분계선


어둠의 주검들이 거리를 걸어간다
시체들 썩어서 물이 되고
에치투오가 방출해내는 메탄가스
다시 그 속에서 꽃펴나는 점화點火

카타르시스의 기슭에 머뭇거리는
손들의 집합이 사막의 심장에
오아시스 빚어 올리면
집념의 묵상들 둔덕 거닐고 있다

해묵은 계곡에 숙녀의 날이 밝고
대머레 총각의 하늘에 비,
숨죽인 계율 흐느끼는 음색을
오로라 연륜에 빛살로 걸러두고 있다

2024. 2. 8


절정의 뒤안길에서


어둠 머물다 가듯 바람 쉬었다 간 자리에
시간의 각질 안개로 부서졌다가 이슬로
엉켜 붙었다가 무지개로 나풀거리다가
집시의 빌미에서
아침 엮는 질서로 마법의 뼈 쌓아 올린다

저승꽃 향기에 손 내밀어
회한 적어보는 세상살이 한마당
솔잎 지고 걸어가는 빈자貧者의 고갯마루에
숙명으로 다가서는 존재의 트라우마

꿈빛 이랑에 사랑 한 알 심어두며
넌충 뻗는 정적위에 기상탑 일으켜 세운다
아픔 닮은 허무의 안색인가
그 자줏빛 고독이 천사의 향기 부활시키고

녹슨 바다 너른 품에서
낮달 하나 꺼내어 먼 기억 비추어주고 있다

2024. 2. 10


집합


냇물에 손 적신 기억들이 도마위 햇살로 잘려나간다
메아리의 용적은 손의 크기에 고요를 담고
베개잇에 수놓은 별들의 속삭임 노랗게 구워져 있다
사랑과 이별의 변주곡 사이로 봄이 걸어 나오듯
자정 딛고 간 자리에 이슬이 향기로 망울져 있다
발가락에 발톱 달린 현실
타임머신 공간에 머뭇거릴 때
독경하는 연륜의 매무새, 아픔은 장단을 모르고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담 넘어 청포밭을 지난다
먼지 낀 뉴스에 실각의 메신저, 돋을새김 익혀 둘 일이다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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