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시인(향촌문학회장) 
정성수 시인(향촌문학회장) 

종이와 연필


종이와 연필의 힘으로 문학은 섭니다
한 편의 글이 
허기를 채울 수 없어도
깊고 넓은 마음 그릇을 채울 수 있습니다

시는 시일 때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수필은 수필일 때 사람과 사람 사이가 따뜻합니다
소설은 소설일 때 사는 재미가 있습니다

문인들의 감성과 이성이 빛날수록 종이와 연필은, 삶을 받치는 거대한 주춧돌이 되고, 아름드리 기둥이 됩니다. 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닙니다. 꽃씨가 터지는 아픔을 견디어야 하고, 고통의 날들을 지나야, 비로소 꽃은, 향기로운 꽃이 됩니다.

아날로그는 가고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세상을 끌고 갑니다

종이와 연필은 
문인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필수품입니다
해가 지는 그날 까지 
문인의 자존감이자 문인의 힘입니다
 

▒ 詩作 Note

종이와 연필은 각각의 물질과 도구로서의 의미가 있다. 종이는 나무를 잘게 쪼개어 만든 얇은 판이고, 연필은 목재로 된 통 안에 연성의 탄소를 넣어 만든 필기도구다. 종이와 연필은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연필로 종이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종이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정보나 감정을 전달하는 매체가 된다. 종이와 연필의 관계는 삶에서도 여러 가지로 비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종이와 연필과 비슷하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존재하면서, 자연을 이용하여 문화나 예술을 창조하고, 자연은 인간에게 살아가는 공간과 자원을 제공하면서,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면서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종이와 연필과 유사하다.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과 지도를 제공하면서, 학생의 성장을 돕고, 학생은 교사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교사에게 자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다. 교사와 학생은 가르치고 배우면서 교육의 의미를 실현한다. 만물은 상호 간에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하고 시들어간다.

 

동백꽃 


꽃 진자리마다 눈물이다
누가 울고 갔는지 가지마다 동백꽃 그렁그렁하다
울기는 왜 울어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
이별 없는 사랑이 어디 있고 배신 없는 삶이 어디 있겠어
목을 꺾는다고 눈물자국까지 지울 수 없지
울지 마라 
떠난 사랑도 사랑이다 
어쩌자고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웃고
제 갈 길을 가는지 
무너지는 것은 
와락 껴안아도 무너진다
꽃처럼 진 사랑은 향기가 없고 상처가 깊으면 눈물은 붉다
 

▒ 詩作 Note

동백은 한자로 '冬柏'이라 표기하지만, 중국에서는 해홍화海紅花라고 부르며. 동백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한다. 꽃이 겨울에 꽃이 핀다고 하여 동백冬柏이라고 이름을 붙었다. 꽃은 주로 붉은색이지만, 흰색이나 분홍색 꽃도 있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동백나무, 일년생 가지와 잎 뒷면의 맥상 및 씨방에 털이 있는 것은 애기동백이라 부른다. 꽃이 크고 아름다워 동북아시아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며 많은 품종이 관상용으로 개량됐다. 개량한 원예품종은 꽃의 색과 모양, 크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 거문도 등 남쪽의 섬에서는 흰동백이 있다. 주로 섬에 많은데 동으로는 울릉도, 서로는 대청도까지 올라간다. 육지에서는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마량리 춘장대 것이 가장 북쪽이고 내륙에서는 전북 고창의 선운사 경내에서 자라는 것들이 가장 북쪽에 위치했다. 동백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로 다른 꽃들이 다지고 난 추운 계절에 피어 사랑을 듬뿍 받는다. 겨울에는 수분을 도와줄 곤충이 없어 향기보다는 강한 꽃의 색으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오줌이 마려워 어느 집 담장 아래에 섰다
시원하게 난 하나 치고 있는데 담장너머에서 개가 짖는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어느 집 개냐?
얼른 지퍼를 올리고 돌아서다 보니
담장 위에 무궁화꽃 활짝 피어 킥킥킥 웃고 있었다 

순간 언제가 그 여자네 집을 기웃거리며 
담장 위 무궁화꽃으로 폈던 때가 
목을 움츠리게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꽃 무궁화꽃

사랑을 위해서는 개가 되어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 詩作 Note

사랑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고 복잡한 감정 중 하나다. 여러 유형과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1900~1980)은 사랑을 배려, 책임, 존중, 이해의 네 가지 기본 요소로 정의했다. 미국 인지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194912~ 현재)는 사랑을 친밀감, 열정, 헌신의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하고, 이들의 조합에 따라 여러 유형의 사랑을 제시했다. 이러한 사랑의 이론들은 사랑의 본질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사랑하는 걸까?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실존적인 불안과 고독을 극복하고,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고,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킨다. 사랑은 인간의 본성과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감정이기 때문에, 인간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장점으로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고,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강화하고,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적 지지감을 제공한다. 단점으로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사랑은 우리의 뇌에서 오피오이드와 같은 진통제를 억제하게 한다. 이는 통증과 슬픔, 분노와 질투, 배신과 상실감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의 뇌에서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주의력과 집중력, 기억력과 학습 능력, 문제해결 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저하한다.

 

아버지의 초저녁


처마에서 땅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 와 
어둠으로 집을 짓는다 
그때서야 아버지는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잠시 굽은 등을 편다 

댓돌 아래 마당에는 모깃불 한 무더기 아버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같은 고단한 하루를 태우면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아버지 곁에서 밤을 새워 무릎을 세워도 좋을 짧은 여름 밤 별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 이 세상이 별 밭이 되면 나는 밤새도록 아버지의 거친 손을 잡고서 곰발바닥 같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간다 

찬 서리 내리는 가을 날 
감나무 가지마다 
등불 하나씩 내다 걸면 
그때 아버지가 걸어 온 길 하마 보일까 

미어지는 가슴으로 엷은 코고는 소리에 목침을 돋아 고여 주면 잠든 줄만 알았던 아버지의 눈가에 이슬방울 방울방울 번지며 별처럼 빛나는 어느 여름 아버지의 초저녁 

 

▒ 詩作 Note

초승달은 양 끝이 눈썹 모양과 같이 한 쪽으로 긴 달이다. 그림이나 상징물에 주로 이용되며 실질적으로는 서쪽으로 가는 달을 초승달이라고 부른다. 아침 (오전)에 떠서 한낮쯤이면 남쪽에 이르는데, 이 무렵에는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달은 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삭으로 시작해 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 순으로 모습을 바꾼다. 초승달은 음력 3~4일경 뜨고, 그믐달은 음력 26~28일 즈음에 볼 수 있다. 초승달과 그믐달은 손톱 모양을 이용해 구분하기도 한다. 손을 손등이 눈앞으로 향하게 해서 볼 때 달의 모습이 왼손 엄지손톱같이 오른쪽으로 보이면 초승달, 오른손 엄지손톱같이 왼쪽으로 보이면 그믐달이다. 이 방법은 우리나라와 같이 지구 북반구에서만 맞다. 남반구에서는 달의 모양이 북반구와 정반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반구에서 보는 초승달은 달의 왼쪽, 그믐달은 달의 오른쪽이 눈썹 모양이다. 로마인들은 달은 거짓말쟁이다라는 격언을 이용해 초승달과 그믐달을 구분하기도 한다. 달이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에점점 작게라는 뜻의 데크레셴도Decrescendo의 약자인 D와 닮은 달은, 점점 커지는 초승달이며,‘점점 크게라는 뜻의 크레셴도Crescendo의 약자 C와 닮은 달은, 점점 작아지는 그믐달이라는 것이다. 로마인들의 이 구분법 역시 손톱 모양을 이용한 구분법과 마찬가지로 북반구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향집을 찍다


굽은 소나무들이 길은 내준 마을 어귀에 차를 받쳐놓고 게딱지같은 집들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마을을 담았다 
이제 해외로 나가면 언제 올지 기약조차 없는 나를
마을은 옛날처럼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대문을 밀자 아버지의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붉은 칸나가 땀을 흘리며 마당을 쓸고 있었다 송골송골한 땀방울을 통화버튼을 누르듯이 손수건으로 꾹꾹 눌렀다 지금은 부재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멘트가 반향反響으로 돌아온다 텅 빈집을 아버지를 닮은 감나무가 우직하게 지키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핸드폰에는 손자들이 와르르 얼굴을 내밀었다 버튼이 대처로 나간 자식들 걱정으로 반질반질하다 그리운 목소리가 구석구석에서 들리는 고향 집 마당에서 아버지가 핸드폰에 자식들을 담듯이 나도 추억들을 차곡차곡 스마트폰에 담았다

먼 훗날 내 가슴의 빈터에 
사진 한 장 아침 해처럼 솟아오기를 염원하며
오래도록 고향집 마당에 서 있었다

 

▒ 詩作 Note

고향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혹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다.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라는 정감을 강하게 주는 말이면서도, 정작이것이 고향이다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고향은 시간·공간·마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굳어진 복합된 심성을 담고 있어 생물학적 탄생과 일치시켜 어머니와 동격으로 보기도 한다. 다정함·그리움·안타까움 등의 정감은 여기서 비롯된다. 타향살이·귀향·낙향·실향·향수 등 고향과 관련한 많은 말들은 사소하지만 서로 다른 복합적인 심성을 담고 있다. 고향을 떠나면 출향出鄕·이향離鄕이며, 타의에 의하여 고향을 잃으면 실향失鄕이다. 또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름은 향수鄕愁·객수客愁·여수旅愁라고 한다. 고향에 돌아오는 것은 귀향歸鄕이요, 어쩔 수 없으면 낙향落鄕이다. 이처럼 다양한 단어가 있음은 우리의 고향에 대한 심성이 어떠한가를 알 수 있다. 이런 말들은 주로 국내에 있는 경우이지만, 다른 나라에 가 있을 때는 곧 고국(조국)을 일컫는다. 이때 고국을 그리는 교포는 타국이며, 일제 강점기 같은 경우는 망국이다.

 

문자


눈을 감고 있어 죽었거니 
가지를 꺾자
매화나무가 붉은 꽃잎을 내밀고 있다 
눈보라 치는 엄동설한에 봄을 꿈꾸느라 눈을 감고 있었을 줄이야! 
붉은 화답이 가슴을 친다고 
수년 전 절교한 친구에서 문자가 왔다.

사는 일도 그러리. 때를 기다리는 것 조용히 침묵하는 것, 끊임없이 서로에게 눈짓을 보내는 것 아니면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에서 나에게 내미는 뜨거운 안부이거나, 너에게 보내는 뭉클한 몸짓이 아니겠나? 우리 집 매화나무도 핏빛으로 터진다고 문자를 보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마디 문자가 언 가슴을 녹일 때가 있다.

 

▒ 詩作 Note

요즘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휴대 전화의 자판을 이용하여 상대에게 전달하는 짧은 글을 말한다. 문자 메시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통신 수단이 되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장점 때문이다. 첫째 문자 메시지는 무료로 수신할 수 있으며, 답장을 보내는 것도 비용이 적게 들고, 둘째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컴퓨터에서 관리할 수 있고, 셋째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문자 메시지는 스팸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고. 시력이 나쁜 사람은 잘 보이지 않거나, 키보드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지켜야 할 예의로는 긴급한 사항이 아니라면 연락을 재촉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늦은 시간 또는 너무 이른 시간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 예의를 지키면서 문자를 보내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구천동 


소쩍새가 울더니 구천동 골짜기에 진달래 피었다

지난겨울을 잘 버티었다고 
꽃마다 연분홍이다
진달래 필 때 마다 소쩍새는 
피울음을 우는 것이었다

외로운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 끼리 잔을 권하면
진달래가 앞가슴을 열었다
서산에 눈썹달이 뜰 때 까지

때로는 슬픔도 때로는 약이 된다고 
구천동 골짜기에 흐르는 물은 소쩍새 눈물이었다

 

▒ 詩作 Note

구천동九千洞은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두길리에 위치한 덕유산 내의 계곡으로, 무주읍내에서 38지점에 있으며, 무주 I.C에서 22지점에 위치해 있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용이하다. 구천 계곡은 설천면과 무풍면을 가로막은 암벽을 뚫어 만든 동문洞門인 나제통문羅濟通門(신라와 백제의 국경 관문)에서 덕유산 국립공원의 중턱 아래 위치한 백련사까지 28에 이른다. 계곡의 맑은 물과 절묘한 기암, 천고의 수림 등이 어울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독특한 풍치를 자아내는 제1경인 나제통문을 비롯한 은구암·와룡담·인월담·수심대·구천폭포 등 구천동 33이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문화재청은 2009년 구천동 일사대一士臺와 파회巴洄·수심대水心臺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하였다. 명승 제55호로 지정된 일사대 일원은 구천동 33경 중 제6경에 해당하는 곳으로 일명 수성대水城臺라고도 한다. 하천의 침식작용에 의해 발달된 기암절벽의 절경이 수려하여 구천동의 3대 경승지의 하나로 손꼽힌다. 파회·수심대일원은 명승 제56호로 지정되었으며, 11경에 해당하는 파회는 연재淵齊 송병선宋秉璿이 이름을 지은 곳으로 다른 곳에 비하여 경치가 매우 다양하며, 계곡 건너편에 파회정이 있다. 12경인 수심대는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을 연상하게 하는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하여 일명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별밥 


전기밥통을 열었다

별들이 밤새도록 익어
밥이 되어 있었다

밥그릇에 밥을 퍼 담자
밥통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 밥을 먹고 너희도 익어라 

어두워 질 때 까지 
목숨을 다해 
익어라

외로워서 밥을 먹는 인간들아
 

 

▒ 詩作 Note

별밥은 '밥이 된 별이라는 의미로,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는 다르게, 하늘의 별을 닮은 밥이다. 이는 인간의 삶과 존재,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상징한다. 별밥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별밥은 인간의 외로움을 상징한다. 따라서, 별밥은 인간의 삶, 성장, 그리고 외로움을 대변하는 개념이다. 이는 우리가 삶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매우 언어다. 별밥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삶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별밥이라는 말을 들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는 밥 한 그릇이 빛난다. 별밥이란 이름처럼, 맛도 별처럼 빛나는 밥. 하루에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별밥을 보면 마음이 설레고 행복해진다. 별밥을 먹으면 별이 가슴을 밝혀준다. 별밥이란 말은 따뜻하다. 오늘도 한 그릇의 별밥을 찾아 캄캄한 밤하늘을 헤맨다.

 

 

사랑은 묘약


담배에 취하면 건강을 잃고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고 
테레비전에 취하면 시간을 잃는다

잃는 것이 두려우면 
사랑하라

사랑은 만병을 예방하고 병든 자들을 치료한다
늙은 가슴에 꽃이 피게 하고 
젊은이들에는 녹슨 쇳덩이도 녹일 수 있는 힘을 준다 

사랑은 묘약이다

멀리 있는게 아니라 바로 당신 곁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가슴을 확 열고 덥썩 받아라
 

 

▒ 詩作 Note

사랑을 묘약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삶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세상을 밝게 만들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치 묘약이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사랑을 하면 묘약을 마시고 병에서 회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사랑은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삶에서 의미를 찾게 된다. 묘약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삶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랑이 독이 된 경우도 있다. 켈트Celts족의 신화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and Isolde”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은 원래 이졸데의 어머니가 딸이 마크Mark 왕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하려고 지은 것이었다. 아일랜드 공주인 이졸데와 콘월Cornwall의 왕인 마크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콘월로 가는 배 안에서 사랑의 묘약을 엉뚱하게도 이졸데와 마크의 사자使者로 아일랜드에 온 트리스탄Tristan이 마셨다.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것은 위험한 사랑이었다. 시녀 블랑게네Blanche가 두 사람이 마신 빈 술잔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그대들이 마신 것은 바로 죽음이에요!”그 말은 예언이 됐다.“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사랑의 묘약은 약이 아니라이었다. 독을 마신 덕에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환희를 누리지만, 함께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 나란히 죽음에 이른다. 때로는 사랑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통나무 계단 


숨을 헐떡거리며 산을 올라가던 인간들이 
계단에 엎드린 통나무에서 
아고똥하게 돋아난 연둣빛 새싹을 본다 

원래 통나무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날 산 같은 분이 인간들을 위해서 
계단이 되라고 하자 
엎드려 계단이 되었다

통나무는 죽어서도 나무가 되려고 
애를 태우고 
인간들은 통나무를 깔고 앉아
영원한 계단이 되라고 사목死木같은 소리를 한다 
 

 

▒ 詩作 Note

계단階段은 높이의 차가 나는 두 곳을 오르내리는 데 쓰는 여러 단으로 구성된 통로이다. 조선 시대까지 계또는 제라로 불렸다. 석명釋名(경론經論을 해석할 때, 제목에 담긴 의미나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함)에서 ''''로 해석한 것처럼 두 문자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계에는 신분 질서를 상징하는 예제적 의미가 포함되었다. 제는 보다 실용적인 맥락에서 사다리를 지칭하였다. 또한 계는 돌이나 벽돌을 잘라 만들었고, 제는 나무로 간단하게 제작되었다. 계와 제는 각각 층계層階와 층제層梯로 사용되어 여러 단()으로 구성된 형태를 강조하였다. 계단의 종류는 모양에 따라 곧은계단·꺾은 계단·중공 계단·원형 계단 등이 있다. 곧은계단이 가장 널리 이용된다. 계단에 사용하는 재료는 나무··· 철근 콘크리트·합성수지 등 여러 가지다. 계단은 안전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야 하므로 계단의 너비나 단의 높이, 디딤판 면의 너비 치수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해 놓고 있다. 계단을 안전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단 옆에는 난간을 만들고, 높은 계단에서는 계단 사이에 계단참階段站(계단의 중간에 조금 넓게 만들어 놓은 곳)을 만든다. 동양에는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계단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으나, 서양에는 오래전부터 계단이 많이 사용되었으며, 여러 가지로 발달하여 예술적인 가치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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