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56호]
-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1) 향수
저 해란강 젖줄기 따라가면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어스름 녘 저녁 먹으라고 부르던
젊은 엄니의 목소리
2) 심안
상처가 눈이 되었다
세상을 보는 눈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
내 안을 들여다본다
3) 노을처럼
점점이 불꽃
번질 테지
변두리의 꿈이지만
4) 거울
뼛속까지 시려보고 알았다
화려한 옷 모두 벗고 나니
네가 나인 것을
5) 만궁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쓩 쓩
과녁은 내년 봄이다
6) 소용돌이
새침데기의 가슴에도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봄이다
7) 쩌어엉
텅 빈 골목을 누비는
마을이 떠나가는 소리
폐촌의 울음소리
8) 눈 가리고 아웅
꽃을 다 덮는다 한들
새어나가는 향은 어쩔 건데
차라리 네 눈이나 가리렴
9) 참 좋은 시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돌아보니
뒷모습만으로도 설레고
발뒤꿈치에 이는
바람조차 싱그럽다
10) 그때에도
제구실을 할 것 같지 못하다고
들며 나며 걱정하시더니
질끈 허리를 묶어주었다
못난 자식한테
그런 맘으로 회초리를 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