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56호]

             -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김단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2017년 동포문학 신인상, 2020년 화성제부도 바다시인학교 백일장 장원상, 2023년 호미문학대전 중국조선족문학상 수상.
김단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2017년 동포문학 신인상, 2020년 화성제부도 바다시인학교 백일장 장원상, 2023년 호미문학대전 중국조선족문학상 수상.

 

 

1) 향수

저 해란강 젖줄기 따라가면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어스름 녘 저녁 먹으라고 부르던
젊은 엄니의 목소리

 


 

2) 심안

상처가 눈이 되었다
세상을 보는 눈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

내 안을 들여다본다

 


 

3) 노을처럼

점점이 불꽃
번질 테지

변두리의 꿈이지만

 


 

4) 거울

뼛속까지 시려보고 알았다

화려한 옷 모두 벗고 나니

네가 나인 것을

 


 

5) 만궁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쓩 쓩
과녁은 내년 봄이다

 


 

6) 소용돌이

새침데기의 가슴에도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봄이다

 


 

7) 쩌어엉

텅 빈 골목을 누비는
마을이 떠나가는 소리

폐촌의 울음소리

 


 

8) 눈 가리고 아웅

꽃을 다 덮는다 한들

새어나가는 향은 어쩔 건데

차라리 네 눈이나 가리렴

 


 

9) 참 좋은 시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돌아보니
뒷모습만으로도 설레고
발뒤꿈치에 이는
바람조차 싱그럽다

 


 

10) 그때에도

제구실을 할 것 같지 못하다고
들며 나며 걱정하시더니
질끈 허리를 묶어주었다

못난 자식한테
그런 맘으로 회초리를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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