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신문=최춘란 기자] 겨울과 봄 사이 징검돌 같은 2월도 지나갔건만 추위가 누그러지지 않는 요즘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내렸다. 가을을 시샘하여 그 자리를 차지하고  찬바람으로 기승부리더니 드디어 파릇파릇 움트는 새싹에 밀려 겨울이 저만치 떠나간다.

화창한 봄날을 맞이해야하는 길목에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로 온 사회가 어수선하다. 의료대란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학병원마다 병상이 반 이상 비여있는 탓에 간병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일대일 간병인 10명 가운데 8명이 쉬는 형국이 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간병인 그룹에 올리는 구인광고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일해왔던 간병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는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일감이 줄었지만 의사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차 병원 일감 감소로까지 이어질까 우려된다. 간병은 급성기, 재활기, 요양기 이렇게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 지금은 급성기 간병, 즉 종합병원 일대일 간병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종합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해줘야 재활 환자가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재활병원, 요양병원 일대일 간병도 줄어드는 형국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병원에 의존하여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으로 간병인들의 일자리도 위협을 느끼고 있어 불안하고 걱정된다. 의사들이 거리에 나섰지만 달라질건 없을 것 같다. 좋든 싫든 의사는 의료 전문가이다. 또한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안다.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고강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고충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모순을 찾을 수 있다. 정부나 의사, 그 어느쪽도 옹호할 마음 꼬물만치도 없다. 다만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의료계에 몰아오는 "꽃샘추위"가 무섭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봄눈 녹듯이 녹아내리고 나쁜 감정들은 꽁꽁 싸매서 저멀리  던져버야 한다. 이젠 겨울과 작별하고 싶다. 추운 겨울이 있어서 따스한 봄이 더 소중한거 아닐까? 아지랑이 피는 봄이 눈앞에 다가왔다. 봄에는 의료계의  좋은 소식이 전해져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의 봄과 의료계의 봄을 맞는 마음은 행복하다. 겨울이여, 이젠 안녕!

김선숙 프로필 

연변위생학교 간호학과 졸업. 간호사로 퇴직 후 2010년부터 한국에서 간병일에 종사, 연변여성 , 문화시대, 노인세계, 조글로, 동북아신문 등에 수필 다수 발표.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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