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한동포문인협회 迪卡詩 분과 [제57호]

 

아픔

포갰던 마음을 풀고
끝내 터뜨리는 눈물

그 작은 방울방울에
엉엉 들려오는 황소 울음소리

 


 

<시작노트>

이해란 프로필: 1965년 룡정 출생, 국가2급심리상담사. 연변작가협회 회원, 대련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이해란 프로필: 1965년 룡정 출생, 국가2급심리상담사. 연변작가협회 회원, 대련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비 오는 날 등산을 하는데 솔잎에 대롱대롱 맺힌 빗방울이 시선을 끌었다. 떨어질 듯 말 듯 하면서 매달려있는 빗방울을 바라보노라니 뾰족하고 모질 것 같은 솔잎도 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이 살면서 누군들 아픔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파도 울 수 없고 참다가 뒤에서 엉엉 우는 때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그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혼자서 펑펑 쏟아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설>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디카시인협회 중국조선족디카시연구회(지부) 회원. [동북아신문]에 디카시 평설 연재 중.
이준실 프로필: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한국디카시인협회 중국동포디카시연구회(지부) 회원. <동북아신문>에 디카시 평설 연재 중.

뾰족하고 모질고 까칠해서 여간해선 울 것 같지 않은 솔잎이 운다. 그것도 엉엉 황소울음을.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을 겪게 된다. 명예와 지위가 높은 사람도, 근심걱정이 없을 듯한 부자도, 강철의지를 소유한 강자도 피해 갈 수 없다. 질병, 전쟁, 친인과의 사별, 사업의 실패 등과 같은 시련은 사람들에게 심한 고통을 안겨 준다. 지진, 홍수, 해일처럼 불의에 닥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하다.
전 세계에 만연되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사태 앞에서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아픔은 물론 사업의 부진, 파산 등 사유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이해란님의 <아픔>은 솔잎에 맺힌 빗방울 사진과 “포갰던 마음을 풀고/끝내 터뜨리는 눈물”이란 언술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아픔”이란 정감 체험의 보편성을 표현하고 있다.
그럼 맞닥뜨린 “아픔”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작은 방울방울에/엉엉 들려오는 황소 울음소리”란 언술은 “아픔”을 겪는 사람은 참지만은 말아야 한다고 일깨워 준다. 그럼 누구에게 “아픔”을 호소할까?
풍부한 물질생활 속에서 현대인들은 겉은 화려해 보여도 속으론 고독한 존재이다.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들을 많이 겪는다. 주위에 “아픔”을 호소할 대상이 없으면 심리자문기구를 방문해서라도 해결을 봐야 할 현실이다.
이렇듯 이해란님의 작품 “아픔”을 보면 심리상담사를 찾아와 참고 참았던 아픔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보는 듯하다. 현대인들의 쉽지 않은 삶을 펼쳐 보이면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 그 아픔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아픔”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하는 숙제를 내준 듯하다.
돌은 바닷물에 씻기고 씻기어 조약돌이 되고 연은 감탕 속에서도 우아하게 꽃을 피우며 조개는 긴 고통 끝에 진주를 만들어 낸다.
솔잎에 맺힌 방울방울의 눈물이 애틋하면서도 미묘하게 안겨온다.
누구한테나 쉽지 않은 삶을, 아픔을 피해 갈 수 없는 삶을 반짝이는 삶으로 영위해 나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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