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불법체류자의 일본생활체험기

 

나의 단골중에 고지마라는 50대 일본인도 있었다. 허리띠부터 돈가방 들가방까지 전부 루비이똥, 옷도 바바리. 그는 무슨 회사 사장이라고 하는데 돈이 아주 많은것 같았다. 내가 중국에 사는 조선족인줄을 알고 마사지 끝나면 《좋아요》 하면서 내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한국크라브에서 배운 말이란다.

그렇게 내가 일한지도 두달남짓이 되던 어느날 ,내가 출근하러 가게로 들어가다가 문뜩 문옆에 뭔가 깨알처럼 적힌 종이를 발견했다. 일어글자는 범벅인 내가 아무리 뜯어봐도 알수 없어 사장한테 보였더니 사장님의 눈은 데꾼해졌고 얼굴이 세멘트바닥처럼 굳어졌다.

일어 잘 하는 연길애가 그 쪽지 보고 내용을 나에게 알려주는것이였다. 내용인즉 자기는 일본사람인데  이 가게에서 야밤에 에스테하는거 자기가 아니깐 그런짓 하지 말라고 이제 더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등 무시무시한 내용이였다. 그 글을 보고 불법체류자인 연길애와 나는 머리칼이 우시시 일어서는듯하였다.

내가 일하는 정체원은 우리가 퇴근한 다음 12시부터 아침까지 사천 한족들한테 세를 줬다. 그 한족녀자들이 12시후부터 그곳에서 에스테를 한다는것이였다. 지금도 난 에스테가 뭘 하는 곳인지 확실히는 모른다. 그냥 지저분한 곳이라는것만 알뿐, 난 이전부터 세를 준다는건 알고있었지만 그것이 경찰이 들이칠 정도로 불법적인줄은 몰랐었다.

저녁에 설이하고 쪽지사연을 말하니 설이는 그럼 그 가게가 오래 못간다는것였다. 그날부터 일하러가기 정말 싫어졌다. 일하러 가면 마치 시한폭탄을 곁에 놓고고있는것 같았다. 나와 연길애는 혹시 경찰이라도 들이닥치면 잡히지 않으려고 뒤의 창문에 가서 도망치는 시늉도 해보고 마사지침대밑에 날렵하게 들어가 숨는 연습도 해보았다.

나는 가게에 들어가기전에 늘 먼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도끼눈을 하고 살폈고 때론 지나가는 사람도 경찰로 착각했다. 혹시 가게밑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이 보여도 머리칼이 쭈볏이 일어섰다. 나는 더 이상 그 가게에 가슴이 두근닷근해 있을수 없었다.

나와 같은 심정인 연길남자애도 사장하고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사장은 그를 당장 다른 정체원에 보냈다. 나도 그냥 속수무책이 되여 언제 끊어져 내려앉을지 모르는 썩어가는 대들보밑에서 그냥 살 수가 없었다.

길림신문/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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