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바인과의 격투

웬일인가싶어 호기심에 목을 빼들고 건너보니 맞은켠에 서있던 꾸바인이 인도남자곁에 누워 얼굴 맞대고 뭐라고 중얼중얼거리고있었다. 인도 사람은 연신 《다메다메》 한다. 그곁에서 누워자던 이란인이 꾸바인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뭐라고 하자 꾸바인은 와락 몸을 돌려 이란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무차별하게 란타한다. 투닥투닥 싸움이 일어나서 좋은 구경거리 생겼구나 했는데 웬걸 얻어맞은 이란인은 이상하게 아무 말도 없이 반항도 하지 않고 슬며시 제자리에 눕는다. 모두들 잠에서 깨여났지만 멀뚱멀뚱 서로 지켜만 본다.

어깨를 으쓱으쓱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여기저기 눈길을 돌리던 꾸바인은 이번엔 21살짜리 목단강 남자애곁에 가서 《다이죠브?》 (괜찮아?) 하면서 이불을 끌어내린다. 목단강남자애는 반항조차 못하고 그냥 누워서 《다메다메》 하면서 모기소리만큼 내는데 꾸바인은 이젠 팬티까지 당긴다.

헉, 몇백마리 벌레가 내 몸에 매달린듯한 느낌에 오싹해났다. 그제야 난 그놈의 의도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것 같았다. 난생 처음 본 일인지라 혹시 외국사람들의 풍속이 그러려니 하고 그놈이 여기로 들어오기전에도 이런 짓거리를 했을가 하며 쭈쿠리고 앉아 구경했다.

이때 목단강애곁에 누워있던 상해남자가 한어로 《깐마?》(무슨짓이야?)라고 하자 꾸바인은 상해인의 얼굴을 마구 강타한다. 이제 더는 강 건너 불보듯 하며 참고있을수만 없었다. 나는 저도 몰래 버럭 《야, 이 변태야!》 하고 소리질렀다.

그 소리에 꾸바인은 상해인한테 하던 주먹질을 멈추고 날 노려보면서 흔들흔들 걸어온다. 다른 때 같으면 생김새만 봐도 오싹해나서 휘리릭 삼십륙계 줄행랑을 놓았을테지만 허탈감에 빠져 삶의 의욕조차 상실하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꾸바인의 검은주먹이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

죽은 돼지가 뜨거운 물 두려워하랴. 터벅터벅 나와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나는 아무런 방비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데 위기일발의 찰나 내곁에 앉아있던 콜롬비아인이 벌떡 일어나 가로막는다. 꾸바인은 콜롬비아인한테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둘이 서로 맞붙어 때리고 얻어맞는 소리가 떡치듯하였다.

콜롬비아인은 몸매는 다부지지만 작은 체구때문인지 성성이같은 꾸바인의 상대는 될수 없었다. 얼마 못 벋치고 발길에 채워 나가 쓰러진다. 불현듯 나의 가슴속에 정의감인진 뭔지 이름모를 울분이 치밀었다. 돼지 필살기, 직선 골받이, 눈과 눈섭도 분간 못할 검은 얼굴에 골받이를 날렸다. 근데 응당 쓰러져야 10환이련만 이놈은 그냥 얼굴만 감싸쥐는것이였다. (아차!) 면상을 명중 못하고 볼타구니를 한껏 걷어찼다. 그 기회에 모두들 일어나서 얼굴 감싸쥔 꾸바인한테 달려들었다. 상해인, 콜롬비아인, 이란인, 타이인 등등 꾸바대 《련합국》의 전투가 시작된것이다.

꾸바인은 발정난 검정소마냥 방안을 마구 날뛴다. 이사람 저사람한테 긴팔 긴다리를 휘두르며 마구 주먹질 다리질 해대는데 그놈의 다리질에 나도 왼팔을 채웠다. 팔이 긴데다 어찌나 팔팔한지 전혀 가까이 범접할수 없었다. 그 일당백의 날파람에 아마 리소룡이 왔다 해도 얻어부시울것 같았다. 전세는 련합군이 밀리는 추세가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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