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생활이 시작되다

약속시간이 되여 엘리베트를 타고 7층에 올라가니 커다란 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상 맞은켠에는 나같은 신세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많았다. 출입국의 사람들을 붙잡고 눈물흘리며 애걸복걸하는 사람도 보였다.

내 차례가 되자 사무원이 나를 보고 일본말은 잘하냐 물어보았다. 모른다고 하자 앞에 앉아있던 수갑찬 한 녀자를 통역으로 데려왔다. 경찰서에서 비슷한 심문이 또다시 재풀이되였다.  다른점이라면 정체원을 누구 명의로 했는가고 집요하게 물어보는것이였다. 비자가 있는 설이이름으로 하지 않았는가고 자꾸 물어본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 일도 없지만 속이면 설이한테 불리하단다.

(이게 나를 코 풀래긴줄로 아는가봐. 흥.)

번역해주던 녀자는 내가 혹시 실수할가봐 출입국사람이 알아 못 듣는 조선말로 나보구 절때 설이이름을 대서는 안된며 승인하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제대로 말하면 설이도 자격외 활동으로 추방당할수 있단다. 그 여자는 연길사람인데 일본 온지 4년, 비자 끊긴지 열흘만에 면허증 없는 친구차에 앉았다가 불행을 당했단다.

심문이 끝나자 또다시 철문을 여러개 지나 9층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가둬놓는 방에 들어섰다. 맞은켠 방에서 이불 하나와 탄자 두개를 가져다 주었다. 내가 있던 칸에는 복건인 한명, 상해인, 목단강인 등 중국인 세명과 타이, 콜롬비아, 인도, 꾸바, 이란, 뉴질랜드 등 나라의 사람들이 한명씩 있었다.

일본온지 18년 된다는 복건인, 일본 온지 넉달만에 잡힌 상해인, 나이 제일 어린 21살짜리 긴머리 목단강 남자애, 웃기 좋아하는 인도사람 한명. 키가 165가량 돼보이지만 작은 덩치에 근육이 퍽 발달한 콜롬비아인, 열명중에서 코가 제일 큰 이란인, 구부정한 체격에 이빨까지 빠져서 45살 나이에 70대 령감으로 보이는 타이인, 검은 얼굴에 말수가 적은 버마인, 몸에서 흰색이라고는 이빨밖에 찾아볼수 없고 팔다리가 길어 한마리 성성이같아 보이는 꾸바인 그리고 나 이렇게 모두 10명이였다.
방 한가운데 기다란 밥상이 있고 량쪽에 다섯명씩 누워 자게 만들었다. 벽에는 텔레비 한대 있고 창문쪽에 수도꼭지 세개 있는 세면대가 있었다. 창문이 있으니 유유히 떠다니는 배들도 볼수 있었고 하늘에 날아다니는 까마귀와 갈매기도 드문히 볼수 있었으며 큰길로 달리는 자동차와 거니는 사람들도 내려다 볼수 있었다

9시가 되자 《덴꼬》소리가 들려왔다. 덴꼬라는것이 사람인수를 점검하는것임을 그날에야 알았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하이》 하고 높은 소리로 대답해야 한다. 덴꼬 끝나서 9시가 넘으면 텔레비도 꺼진다. 전등불빛도 어둑스레해지고 웃고 떠들던 사람들 모두다 잠자리에 든다. 여기저기에서 깊은 한숨소리,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모두들 나처럼 일본에 미련 많은가보지…)

나도 조용히 가슴에 손을 놓고 누워있노라니 또다시 혼자 남겨놓은 설이생각에 가슴이 쓰려났다. 설이와 함께 보냈던 아름다운 나날들이 필림마냥 눈앞에 떠오르면서 내 가슴은 아파났고 눈물이 주루륵 눈귀로 굴러떨어졌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풋잠이 들었는데 건너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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