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라도와 경상도간 지역 감정이 심한 것처럼 중국에도 지역 감정이 있다.

중국인들이 유독 심한 차별을 가하는 지역은 바로 황허(黃河) 이남의 허난(河南)성이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허난성은 송나라 시대 천하의 중심으로 중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곳이다. 중국 속담에 '중원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이 중원은 지금의 허난성으로 중화민족의 발원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만 해도 허난성은 모든 중국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왜 현대에 와서 허난성 사람들은 외지인들에게 갖은 멸시와 차별, 집단 따돌림을 받는 걸까?

허난성은 개혁·개방 정책에서 소외돼 경제적 약자로 둔갑하면서 중국에서 가장 궁핍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전국에서 에이즈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불명예 타이틀도 달고 있다.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범죄가 늘어 났고 '허난 사람은 곧 도둑놈'이라는 식의 공식이 성립되기 시작했다.

'허난성 출신 가짜술 제조상 검거', '무지가 부른 에이즈…허난성 에이즈 환자 중국 내 최고' 등등의 기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방송에서 조차 도둑, 사기꾼 등 악역은 모두 허난인들이 맡으면서 중국인들에게 허난 사람은 곧 살인자, 도둑 이라는 편견을 심어 줬다.

매년 각 기업들의 구인 모집 광고를 보면 '허난인 사절' 이라는 문구가 실려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베이징은 물론 션쩐, 홍콩 등 많은 지역 기업들이 허난인을 직원 모집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이들은 허난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도둑놈이자 사기꾼이라고 주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허난인들과는 절대 같은 곳으로 고개를 돌려도 안되며 한 배를 타서도 안된다고 당부한다.

허난성 출신이라는 장씨(24)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베이징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그는 정말 어렵게 베이징에 올라 왔고 실력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업들이 면접을 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울상이다. 결국 자신의 친구 신분증을 도용해 위장 취업을 했다. 그는 베이징 사람들 중에는 지방 사투리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투가 비슷한 산둥 사람 행세를 한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굳이 허난 사람이라고 말해서 멸시를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베이징 내 모 한국 광고 기업 사장 A씨(한국인·52)는 자신도 지역 감정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준 적이 있다고 실토한다. 중국동포 직원이 많이 필요한 한국 기업들은 연변 출신을 꺼린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변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거칠고 사기꾼과 도둑이 많다는 것이다. 만약 뽑더라도 돈을 관리하는 경리 일이나 요직에는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

이렇듯 중국의 지역 감정은 다른 지방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데 따른 '경제적 차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지 가난만으로 중국인들의 차별을 설명하기엔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중국에서 가난한 지역은 허난이나 연변 뿐 아니라 서부지역인 깐수(甘潚)성이나 윈난(雲南)성 등도 마찬가지인데 왜 하필 중국인들은 유독 허난성 출신을 기피하는 것일까? 또 왜 한인 사회와 중국동포 사회에서는 연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일까? 쉽게 설명하면 이 두 지역 모두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허난 지역은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데 13억 인구 중 1억이 이곳 사람들이다. 중국 전체의 약 7%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허난 출신인 셈이다. 또 이들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을 떠나 베이징, 상하이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이징의 외지 인구 중 허난 사람이 10%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에는 약 200만 명 정도의 중국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그중 연변조선족자치주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동포는 1998년 당시 85만 명이었다. 전체 중국동포 중 42% 가량이 연변 출신인 셈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인구까지 합하면 거의 60%에 육박한다. 이들은 한족과 함께 대거 거주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많이 받아 왔고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도 많이 느꼈다. 한국으로 일을 하기 위해 나온 사람 대부분도 연변 사람들이라는 점과 한국 드라마에서 연변 사람들을 못살고 촌스런 역할로 분담한 점도 한국인들의 연변에 대한 편견을 조성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이런 허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의 시각을 바로 보자는 움직임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중국 인구의 7%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이 봉기를 일으킬 경우 중국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매우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릿 속에 자리잡은 차별 의식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을지, 앞으로 중국이 가야할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류난영기자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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