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신문>

 

        

 인천공항 세관은 올 들어 해외 여행객들의 휴대품 중에서 약간의 변화를 발견했다. 여행객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외국 술 가운데 중국 술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5월 사이 인천세관에서 압수한 술은 모두 4820병. 이 가운데 중국 술은 330병이다. 전체의 6.8% 수준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변화가 감지된다. 작년 같은 기간 압수된 술은 2926병, 그 중 중국 술은 178병(6%)이었다. 한중 교류가 급증하면서 중국 술이 한국인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하지만 중국 술이 한국에서 대중화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가짜 술’이다. 중국 술, 어떻게 고르고  마셔야 탈이 없는 것일까. 중국 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중국 백주(白酒)는 한국 내 중국 음식점에서 비싼 값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가짜가 많다는 소문 때문에 최근 대만 고량주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꾸이저우 마오타이쥬(貴州茅台酒), 꿍부쟈쥬(孔俯家酒), 십전대보주(十全大補酒)이다.

 

◈고대 영웅호걸이 마신 것은 백주 아닌 황주
중국 술은 제조법과 원료에 따라 크게 5종류로 나뉜다. 백주(白酒) 황주(黃酒) 노주(露酒) 과일주 맥주가 그것이다. 백주란 수수 옥수수 밀 등 곡류를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를 다시 증류한 술이다. 고량주라고도 부르며 알콜 도수가 보통 30도를 넘는다. 마오타이(茅台) 우량예(五粮液) 펀주(汾酒) 등이 이에 속한다.



황주란 곡식을 발효시켜 만든 술로, 우리의 막걸리에 해당한다. 도수가 높지 않으며 색깔에 따라 홍주(紅酒) 흑주(黑酒), 산지에 따라 소흥주(紹興酒) 등으로 불린다. 노주는 발효주에 각종 약재나 식물을 넣고 함께 증류시켜 독특한 맛과 향을 낸 술이다. 죽엽청주(竹葉靑酒)와 오가피주가 이에 속한다.



과일주는 과일의 즙을 천연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중국 서북지방에서 포도를 재배하여 술을 담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의 포도주 역사는 2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맥주는 청(淸) 말기 독일에 의해 전해진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한양대 국제문화대 중국학부 정석원(鄭錫元) 교수는 “중국에서 이미 3200년 전부터 맥주를 빚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도 헷갈리는 ‘4대 명주(名酒), 8대 명주’
중국 술의 대표주자는 백주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바이쥬(白酒)’혹은 ‘까오량쥬(高梁酒)’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널리 쓰는 ‘빼갈’은 고량주를 뜻하는 중국어 ‘바이깔(白干兒)’이 변형된 것이다. 중국 백주는 지역에 따라 종류가 매우 많다. 가히 음식의 종류만큼 많다고 한다. 1950년 조우언라이(周恩來)에 의해 국빈연회용 술로 지정된 마오타이(茅台) 외에, 다른 술들은 ‘명주(名酒)’ 칭호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후 58년 동안 ‘명주’를 가리기 위한 전국술품평회(評酒會)는 5회 밖에 열리지 못했다.


첫 품평회가 열린 것은 1952년. 당시 국가연초전매국이 실시한 품평회에 출품된 술은 모두 103종이었다. 심사단은 베이징 양주(釀酒)공장 연구실에서 형식적인 화학실험을 거쳤으나 실제로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백주 4종, 황주·포도주 4종을 ‘국가명주’로 발표했다. 여기에 포함된 4대 백주는 마오타이, 펀쥬(汾酒), 루조우따취(瀘州大曲, 훗날 瀘州老-로 개명), 시펑쥬(西鳳酒)이다. 최초의 4대 명주가 탄생한 것이다.



1963년 2회 품평회는 국무부 경공업부가 주관했는데, 모두 18종의 명주가 지정되었다. 18종 가운데 백주는 8종으로, 1회 대회 때보다 4개 늘어났다. 새로 명주가 된 백주는 우량예와 구징공(古井貢), 췐싱따취(全興大曲), 동쥬(董酒)이다.



그 후 1979년(3회), 1984년(4회), 1989년(5회)에 대회가 열렸다. 3회 대회에서 지엔난춘(劍南春)과 양허따취(洋河大曲)가 ‘명주’ 반열에 오른 반면, 2회 때의 메달리스트인 췐싱따취와 시펑주는 낙방했다. 4회 대회에서는 명주 백주가 13종으로 늘어났고, 5회 대회 때는 다시 17종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품평회 때마다 ‘명주’ 숫자가 불어나거나 자리바꿈을 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조차 “8대 명주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다.

◈‘명주’ 칭호에 목숨 건 중국 술 회사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1989년의 5회 대회는 대회 후 소송으로 얼룩져 마지막 품평회가 되고 말았다. ‘명주’란 호칭을 얻으면 술 판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주류 회사들은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그해 1월10일 17개 ‘명주’ 명단이 발표되자, 낙방한 일부 회사들이 “심사에 문제가 있다”며 들고 일어났다. 2개월 뒤인 3월 중앙기율심사위 감찰부에서 ‘특별조사반’을 편성, 심사위원 전원을 베이징 시내 공군 초대소에 소집해 놓고 집중 조사에 들어갔다. 이 조사는 그 해 6월 천안문 사태가 발발하면서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중국 국무원은 1996년 술 품평회 활동을 금지했다.



중국의 시사잡지 ‘생활’은 최근호에서 매출 기준으로 8대 술을 열거했다. 그것은 ▲마오타이 ▲우량예 ▲루저우라오쟈오(瀘州老酒)와 궈쟈오(國酒)1573(두 제품은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다) ▲펀쥬(汾酒) ▲지엔난춘(劍南春) ▲시펑쥬(西鳳酒) ▲수이징팡(水井坊) ▲쥬꿰이(酒鬼) 등이다.



이중 펀쥬는 1500여년의 양조 역사를 가진 샨시성(山西省) 싱화춘(杏花村)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80년대 최고 인기주였다. 스촨성 루저우에서 생산되는 라오쟈오와 궈쟈오1573은 명(明)대 만력제 때 건설된 땅굴에서 생산되며, 덩샤오핑(鄧小平)이 즐겨 마신 술로 알려져 있다. 궈쟈오는 값이 980위안(약13만1000원)으로 비싼 게 흠이다.

 

 중국의 오랜 양조 역사를 볼때, 중국경제와 무역의 활성화를 통해 중국의 고급명주가 서양의 위스키를 제압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상상해본다.- 전용진 기자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