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 이제는 선택이 아니다-



남중(논설위원)


 스님들이 이용하는 ‘발우’란 ‘양에 알맞은 그릇’이란 뜻으로 사찰에서 오래도록 사용해 온 식기이다. 이 발우를 이용한 식사, 즉 ‘공양’은 모든 생명체가 똑같이 나누어 갖자는 평등. 위생적인 청결. 낭비 없는 절약을 근본정신으로 삼는다. 생명 공동체의 화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화정선생(和靖先生) 임포(林逋)는 부귀를 추구하지 않고, 아름다운 서호(西湖) 구산(孤山)에 은거하며,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아 생애를 보냈다.

 ‘자연 가족’ 이것이 이들의 정신이다. 우리 인류 모두는 이런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보도는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꿀벌 실종 - 열매가 사라진 지구 - 식량대난 - 인류와 모든 생물의 멸종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 아인쉬타인의 경고이다. 최근 갑자기 전 지구에 걸쳐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작년 꿀벌실종이 처음 보고된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는 꿀벌 떼가 밀랍도 남기지 않고 통 안에는 새끼 벌만 남겨두고 자취를 감추었다. 영국의 런던에서도 먹이 등을 많이 남겨놓은 상태에서 그냥 벌이 사라져버렸다. 응애도 없었고, 벌집 나방이 먹었다는 증거도 없었다.

 우리나라 경상북도 칠곡에서도 꿀벌 실종사례들이 보고되었다. “여왕벌은 남아있는데 일벌들은 모두 달아났다. 작년에는 250군 가운데 150군이 달아나고, 올해는 150군 중에서 80군이 달아났다. 50%가 넘는다. 양봉경력 26 년에 이런 현상은 처음이다.” 한 양봉인의 말이다.

 지구 곳곳에서 적게는 30%, 많게는 50~60%의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벌통에는 여왕벌과 유충은 남아 있지만 일벌들만 사라진다. 전 세계 4개 대륙에서 동시에 발생하여 심각한 과제를 던지고 있는 ‘CCD’라는 괴현상이다. 그러나 사라진 꿀벌들은 사체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적인 원인은 진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파, 바이러스, 응애, 온난화, 유전자조작식물 등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원인들을 별개의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모두가 종합되어 있는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일방적이고도 무분별한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지나친 소비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구 기후 변화로 말미암아 응애 및 진드기, 모기 등 해충의 활동이 증가하고, 농산물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서 더욱 많은 농약 및 살충제를 사용한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탄생시킨다. 한편 인류의 소비욕 증가는 인터넷 매체와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의 사용량 증가와 유기적인 관련이 있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전체 농작물의 약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활동으로 열매를 생산하며, 그 중 80%가 꿀벌을 통해 이루어진다. 꿀벌이 멸종한 지구, 이 상황이 온다면 식량대란은 반드시 닥칠 것이고, 이로 인해 기아와 전쟁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엔정부간기후협약(ICPP)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시기는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오고 있다는 관측이다.


 오염된 강과 바다. 날로 더해 가는 토양오염 및 대기오염. 휴대전화 전자파로 가득한 지구공간. 발길 곳곳 널려 있는 쓰레기...

 어쩌면 친숙하게 되어버린 일반적인 지구풍경들이다. 그러나 아직은 화단에 여전히 아름답게 꽃이 피고, 벌과 나비와 새들이 날아든다.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고 있다. 아름다운 한강변을 따라 단풍잎은 더욱 새빨갛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더 이상 절망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모두의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더욱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 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라도 더욱 사랑해야 한다. 지켜야할 규범은 마땅히 지켜야 한다. 자기가 사용한 그릇에 물을 부어 음식 찌꺼기를 씻어 마시는 ‘발우공양’과 같은 정신. 수질보호를 비롯한 생태계보호를 위해 조그마한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노력. 우리들의 생명과 희망은 오로지 그 속에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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