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3명 구속"說 "...카더라"입소문 그대로 옮겨

국내 체류 중인 조선족동포들은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강제출국조치와 이에 맞서는 시민단체들의 상충된 주장들 사이에서 심각한 의견대립을 보이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동포들의 혼란 이면에는 한국 언론들의 몫도 상당했다는 것이 조선족 문제 관련자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동포 관련 각종 루머나 유언비어에 한국의 메이저 급 언론이 이용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과 혼선이 어디에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한국 언론의 동포문제에 대한 보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사례별로 정리해 본다.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 운동’과 ‘재외동포법 개정 운동’
지난해 11월 15일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서울조선족교회(서경석 목사)와 동포들 5천여명은 <한국에 돌아와 살 권리>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헌법소원을 내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동포들을 돕는 중국동포의 집(김해성 목사), 조선족복지선교센터(임광빈 목사) 등 시민·종교단체들도 각각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조선족교회(서경석 목사)는 ‘대한민국 국적과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의 이중 국적자인 재중동포에 대하여 1992년 8월 한중수교 이후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 또는 조약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 부작위는 위헌이고, 법무부장관이 제정한 국적업무처리지침은 위헌이다’ 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5,700여명의 명의로 헌법소원을 내고 동포문제 해결과 불법체류자 강제출국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중국동포의 집(김해성 목사) 등 재외동포법 추진위원회 산하 단체들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재외동포법에 대한 개정을 촉구하면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전면 사면’을 정부측에 요구하며 기독교연합회관,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등을 점거 농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연일 신문과 방송에 보도 되었으며 이로 인해 후에 동북아신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73%가 조선족을 동포로 인정한다고 답하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헌법소원자 3년 징역에 1,500만원 벌금 처벌?
서울조선족교회 동포들의 단식농성이 16일째인 지난해 11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단식농성 중이던 서울조선족교회를 전격적으로 방문, 동포들을 위로했다. 이에 서울조선족교회는 일단 단식농성을 풀고 정부측과 불법체류 동포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협의했다.
서경석 목사는 “동포들의 근본적인 권리를 묻는 헌법소원은 적어도 1~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전에 불법체류 상태인 동포들에 대해 정부가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논의하였고 일부분을 정부가 합의하여 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합의내용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법무부는 불법체류 동포들을 강제 단속하였고 헌법소원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동포 40여명이 단속에 걸렸다.(이들은 며칠 뒤 보호일시해제 조치로 풀려났다.)
이에 대해 서 목사는 “적어도 헌법소원한 사람들은 정부의 조치에 따라 앞으로의 절차를 밟으려 하는데 이들을 잡아 들이는 것은 부당하며, 이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보호토록 하겠다”고하고 동포들에게 ‘헌법소원자’임을 확인하는 ‘확인증’을 발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각종 루머와 유언비어가 돌기 시작했다.
‘서울조선족교회가 주는 확인증만 있으면 단속에서 면하게 한다는 사기를 벌이고 있다’
‘중국 청도를 통해 들어간 헌법소원자 3명이 붙잡혀 처벌받았다’
이는 곧 언론을 타고 빠르게 퍼졌으며 첫 보도는 지난해 12월 13일 문화일보에 다음과 같이 게재됐다.
--13일 재외동포연대추진위 등 중국동포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중국 칭다오(靑島)에 도착한 중국동포 9명 가운데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한 3명을 연행했다. 중국 정부와 사법부는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한 중국동포들에 대해 10만 위안(한화 약 1,500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동포의 집’ 김해성 목사는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 동포의 한국내 취업을 묵인해왔으나 지난달 국적회복운동 전개 이후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안다”며 “최근 중국으로 귀국한 모든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국적회복운동 참여 여부를 강도높게 조사, 참여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처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이 보도가 나가자 KBS, SBS 등 방송사에서도 이 뉴스를 사실처럼 다루었고, 청도에서 3명이 연행된 것과 중국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처럼 되었다.

사실 확인도 안된 루머에 놀아난 언론
며칠뒤 한겨레신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앞선 보도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도하였다.
--19일 전화를 통해 중국 한 성의 한족 간부와 접촉한 결과, 중국정부는 최근 공식적으로 각 성 정부에 “국적회복운동을 한 조선족이 중국으로 입국할 땐 ‘10만위안(우리돈 약 1,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징계(구금)까지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지침은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이며, 우리 성 외에 다른 모든 성으로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컴퓨터에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한) 조선족들의 이름이 다 들어있다”고 덧붙였다.<한겨레>--
하지만 청도에서 붙잡혔다는 3명에 대한 설의 진위여부는 그 후로 아무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심양공항 변방검사장(공항 출입국관리), 변방 수비대, 각 성 공안국 등 공식적으로 내려간 이러한 지침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모르고 있었으며, 한국에 특파된 중국 언론 (신문, 방송) 기자들도 금시 초문이라며 오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중시하는 일에 대해 일선 관리들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까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또한 실제로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했던 한 동포는 그 이후 중국으로 돌아갔는데 그 역시 아무런 문제없이 도착하였다고 하여 이 보도의 진위에 의문이 더해졌다.
특히 주한국 중국대사관도 “이번 농성에 참여한 조선족이 중국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되는가?”를 물은 이세기(李世基) 한중문화협회 회장의 질의에 답하여 “중국정부는 이번 농성에 대해 주목은 하지만 이번 농성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조선족에게 규제를 가하거나 혹은 금년 7월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할 때 이를 막는 일은 일체 없다”고 답해 처벌이 있을 수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동포들 음해하고 불안케 하는 루머 왜 확산되는가.
‘청도 3명 구속’설에 대한 정보가 의심스러워 그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관련자들에게 알아본 결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농성 중인 한 동포의 증언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 동포는 이러한 이야기를 중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즉 ‘평소 아는 친구의 조카(동생)가 청도를 통해 입국하였는데 일행 중 3명이 조사 받았다’는 것이었다. 즉 원제보자도 3년이상 징역이나 벌금 문제를 확인할 수 없는 그러한 사실이 침소봉대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루머가 확산되는 것은 한국 체류 조선족동포들이 벌인 국적회복운동의 파장이 커 조선족사회가 긴장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흑룡강신문이나 CCTV를 통해 전해지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동포들 소식들은 소수민족 정책에 민감한 중국정부를 자극한다는 것과, 특히 이 운동으로 인해 조선족사회가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국적회복운동에 대해서 서울조선족교회측은 “이번 국적회복운동은 지난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동포 위로방문을 통해 일단락 되었고, 현재는 정부의 인도적인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제출한 헌법소원 이외에 다른 운동은 진행되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교회의 입장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조선족 동포들이 모두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고 있어 사실상 우려할만한 과격한 차원의 운동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여러 방면의 노력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 있는 명확한 보도를 해야
동포문제들을 다루는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동포들의 강제출국을 앞두고 시행된 잘못된 정부 정책을 고발하는 시각에서, 점차적으로 운동 단체간의 충돌을 보도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체류 동포문제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재입국보장이나 이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배려 등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조차 삼고 있지 않다. 또한 이미 개정 시일을 넘긴 재외동포법 개정도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동포들의 우려와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검증이나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 결국 그것이 사실처럼 비치게 하므로써 동포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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