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중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는데, 정말 중국을 다녀오게 되었다. 인천공항을 들어서면서부터 아직도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라면, 어느 샌가 성큼 가깝고도 가까워진 나라가 바로 중국임을 강하게 느꼈다. 공항 H카운터에서 베이징행 출국 수속을 밟는 수많은 인파들 틈에서 지금까지 중국을 다녀간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1500만 번이나 된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행은 연길에서 2박3일 간의 여정을 끝내고 8월 13일 늦은 밤 북경에 도착하여 화북전력 대학에서 주선해 준 특급 호텔 "크라운 프라자"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 현관 입구에 "熱烈歡迎韓國訪問團"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랐다. 대학측에서 한국에서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교육자단체에 큰 환대를 해 준 덕분에 특급 호텔에서 5박6일 동안 귀빈으로 대우 받으며 특급 여행을 하게 되었다. 여기엔 화북전력대학에 계시는 김순연 교수님과 최근묵 교수님의 숨은 노고가 있었다.

저녁에는 화북전력대학을 방문하여 부총장 및 교수들의 학교에 대한 소개와 인사를 서로 나누었다. 대학측의 설명을 들은 후 중국의 학교정책도 세계화 시대의 대열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무한히 개방의 길을 걷고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밤에는 대학측에서 베푼 만찬에 참석하였다. "북경 오리 구이"는 정말 일품이었다. 13억의 인가구 사는 대국답게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끊임없이 진귀한 요리가 나왔다. 이정선 총무선생님의 노련한 사회로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워 아이 니~" 성이 양씨인 삼십대 부총장의 감미로운 노래의 답가로 우리는 "내게 강 같은 평화, 내게 강 같은 평화"를 힘차게 부르며 율동을 했다. 늦은 밤 수족관에 잉어가 헤엄치고 있는 고급 음식점을 뒤로하고 호텔로 향했다.
다음날 육안으로 보이는 지구 유일의 인조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에 올라서 느낀 첫 느낌은 역시 중국은 큰 나라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중국이 공산화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기원전 5세기 진시황이 10만의 군병과 수백만의 농민들의 고혈을 짜며 실제는 만리(6,150km)가 넘는 다는 이 장성을 지은 때부터 벌써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장성을 짓다가 잘못되어 죽은 이들이 묻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덤이기도 하다는 가이드의 말로 간담이 서늘했다. 내려오는 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제법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소계림이라고도 부르는 천연협곡 용경협에 이르렀다. 유람선을 타고 빗속의 정취를 감상하며 긴 협곡을 건넜다. 우리는 아름다움과 그 장엄함에 취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찬송가를 메들리로 불렀다.

다음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발이 아프도록 이화원과 자금성과 천안문 광장을 돌아다녔다. 중국 최대의 황실 정원인 이화원에서 청나라 멸망의 주인공 서태후의 극에 달한 사치와 엽기적인 행각을 목격하며 고소를 금치 못했다. 북경의 유명한 북한식당 "해당화"에서 북한 여성접대원 동무들의 안내를 받으며 깔끔한 맛이 나는 평양냉면을 먹었다. 오후에는 청나라 황궁이었던 "자금성"을 관광했다. 성안에서 오직 황제 한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고 전례를 거행하고 사생활을 보내기 위해 지어진 여러 궁궐들을 돌아보며 솔로몬왕의 고백 "전도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북경 지하철에서 잠시 중국인들의 인파에 묻혀, 우리와 똑같이 생긴 한 아가씨의 고운 중국어 발음에 매력을 느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넓다는 천안문 광장 앞으로 나아갔다. 정말 기기 질리도록 넓고 컸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상징물들인 모택동 기념과, 인민대회당, 중국역사박물관 등을 멀리서 눈으로만 차례대로 감상했다. 저녁엔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촌인 왕징을 방문하고 그곳의 시장, 상가, 거리에서 번화하게 사는 한국인들의 모습들을 자랑스럽게 지켜보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우선 교사의 입장에서 중국을 본 소감은 이렇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중국에 와서 꿈으로 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중국을 선의의 의도로 잘 이용하고 중국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사업이나 상업과 같은 시장개방에 우선하여 국가에서 한국의 유학생들을 중국으로 많이 보내어 중국을 바로 알아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 일이 당장은 이익이 되지 않겠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말 그대로 꿈에서 깨어난 중국은 무섭게 뜨는 나라이다. 한국도 중국어를 배우려는 인구가 대학에서부터 사회인에 이르기까지 무섭게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앞이 전혀 예측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막막한 중국이라는 대국의 특성 때문에 경솔히 행동하다가는 오히려 반대급부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한 부분을 보기보다는 중국 역사의 전체를 보려는 안목과 한개인의 이익보다는 나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원대한 비전을 갖는 다면 중국을 향한 그 수많은 발걸음들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양금선(서울봉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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