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광훈 장편소설 연재1>

제 1 장


                                                              1

   ▲ 우광훈: 1954년 생.   중국 길림성 연길에서 출생. 연변대  학 조문학부 문학반 졸  업. 현재 연변작가협회 창작련락부 주임. 길림성정치협상위원회 제 9기, 10기 위원.
 단편소설 <외로운 무덤>으로 문단데뷔.
 창작집으로 <메리의 죽음>, <가람건느지 마소>.
 장편소설 <흔적>
 중국작가협회 제6기 소수민족문학 준마상 수상, 길림성정부 제6기<진달래>문예상 수상. 외 기타 문학상 수십여차 수상.

끝도 없이 펼쳐진 검푸른 바다는 우울했다. 하늘과 물사이는 고기배마저 자취를 감추어 비여있었다. 양식장의 부표들이 늠실거리는 파도속에서 낡은 괘종의 흔들이처럼 절주를 맞추고, 철썩이며 바위를 핥는 파도소리가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은채 속삭이고있었다. 창호는 저 바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있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자란 그에게 바다는 신비로 가득한 물의 세계였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는 바다의 이런 신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해가 지고있었다. 창호의 등뒤로 끝없이 펼쳐진 화북평원의 어디론가로 태양은 무료한듯 얼굴을 감추어버렸다. 갑자기 쏟아지듯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바위의 벼랑끝에 앉은 창호는 저 검푸른 어둠에 빨리여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해탈과 같은 푸근함이 서서히 다가오는것을 느꼈다.

     <<시주께서는 돌아가셔야지요?>>

     분명 땅에서 솟아오르는 목소리였다.

     창호는 머리를 돌렸다. 검잇한 그림자가 그의 등뒤에 서있었다. 빡빡 깎은 머리와 길다란 자주빛 장삼이 저 알수 없는 땅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태양의 마지막 여운속에서 보였다.

     <<뉘신지요?>>

     땅에서 솟은 음성이 대답했다.

     <<저는 여기 작은 암자에 사는 승려입니다. 저의 암자로 갑시다. 어디로 가시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돌아가는 뻐스도 택시도 없습니다.>>

    <<저는 돌아갈 준비가 되여있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검은 그림자가 창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서는 창호의 발치에서 려행용트렁크를 들었다.

    <<시주께서 여기에 앉아계신지 이미 다섯시간이 되였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알수 없지만 살아있는 생명은 죽어간 생명보다는 귀중한것입니다. 루추하지만 저의 암자에서 하루를 지내면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을겁니다. 갑시다!>>

 

    갑자기 창호는 눈물이 북받쳤다. 죽음을 택해서 이곳으로 왔던가? 아니, 그런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없은것은 아니였다. 경희를 만나기전까지 창호에게는 사랑이라는것과 핑크빛의 희망이라는 있었다. 그러나 경희를 만나고 그녀가 사늘하게 돌아섰을 때 창호는 절망했고 이곳, 이 바다가를 찾으면서 지금까지 절망과 허무와 죽음이라는것을 생각하고있었다.

 

     죽어야 했을가? 그렇다면 이 바위우에서 저 바다에 뛰여들면 죽음은 쉽게 창호의 령혼을 입맞출수 있었다. 그러나 창호는 이 벼랑우에 다섯시간이나 앉아있으면서도 바다에 뛰여들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두려움은 아니였다.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죽음은 그렇게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랬동안 그의 머리속에서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죽음이라는 단어가 영원한 승자가 없는 싸움을 하고있었을 뿐이였다.

     창호가 천천히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검은 그림자가 말했다.

    <<이미 말씀 드렸지만 이 시간에 여기서 도시로 돌아가는 차는 없습니다. 저의 암자로 갑시다.>>

    창호는 검은 그림자를 따라 울퉁불퉁한 소로길을 따라 한동안을 걸었다. 동안을 걷자 가파로운 돌층계가 나지고 돌층계를 따라 숨이 턱에 다을만큼 톺아오르자 낮으막한 산문(山門)이 나타났다. 산문우에 <<공산사(孔山寺)>>라는 금박 글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이 산을 공산이라 부릅니다. 공자님께서 이 산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았다는 전설이 있지요. 그래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검은 그림자는 절간이 초라한데 비해 이름이 크다고 생각했는지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창호의 트렁크를 내려놓고 절의 주황색대문을 두 손으로 쾅쾅 두드렸다. 한적한 산곡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메아리치며 오랜 여운을 남겼다.

    한참이 지나서야 속복(俗服)을 한 사람이 대문을 열었다. 손에 든 초롱의 불빛에 여위여보이는 기름한 얼굴이 비쳐져있었다. 20대가 되였을가? 생기가 있어보였다.

    <<찡관스님, 이제야 오십니까? 저는 안오시는줄 알았는데요.>>

    그러다가 뒤에 창호가 서있는것을 보고 초롱불을 조금 높혔다.

    <<손님이 있었군요...>>

    청년의 말투에 화북지방어조가 가득했다.

    찡관스님이라 불리운 검은 그림자의 사나이가 창호의 트렁크를 속복의 청년에게 맡겼다.

   <<저녁준비를 해라. 아직 식전이야. 그리고 이불 한채를 내 방에 가져다 놔.>>

   청년은 짤막하게 대답을 하고 앞에 서서 걸었다. 절은 암자라기에는 고풍스럽고 건물이 컸다. 열려진 문으로 초불에 비춰진 부처가 보였다. 금빛으로 빛나는 여래의 얼굴이 안온해보였고 속세를 바라보는 눈길이 왜서인지 우울해보였다. 찡관스님라는 사람은 창호를 이끌고 절 오른쪽에 자리잡고있는 청색 벽돌건물로 들어갔다.

   <<루추하지만 여기서 함께 묵읍시다.>>

   창호는 고맙다고 해야 할지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런 판단도 하지 못한채 덩덩해진 기분이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찡관스님이라는 사람이 라이터를 켜 초불을 달았다. 어린애 손목만큼 굵은 붉은 초대에 불이 달렸다. 사나이가 초불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키는 중등키를 조금 넘어 창호만큼은 되였고 구리빛 얼굴은 탄력이 있어보이면서도 관후함이 드러나있었다. 연한 자주빛의 승복속에 가리워져 몸매는 알리지 않았지만 박달처럼 단단하겠다는 인상이 단숨에 들어왔다.

   <<찡관이란 저의 불명(佛名)입니다. 고요할 정(靜)장에 바라볼 관(觀)자입니다. 이후 저를 부르실 때 스님이라는 호칭을 빼도 좋겠습니다. 그대로 찡관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세속인들처럼 형제로 호칭해도 좋구요...>>

   <<감사합니다. 갑자기...>>

   창호는 갑자기 여기로 찾아와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했으나 어쩌다 이곳 바다가의 깊은 산속 암자에 오게 된 자신이 오리무중이 되면서 뒤말은 무어라 해야 할지 잃고말았다.

 

   찡관스님이 데리고 들어선 승방(僧房)에는 거의 가구가 없었다. 침대 하나, 고풍의 홍목 책상 하나, 뒤받이가 없는 걸상 하나였고 벽에는 바래워진 불교그림 한장이 붙었을뿐이였다. 그러나 눈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다. 그것은 아무런 장식도 없는, 작은 함을 쌓은듯 네모난 칸으로 만들어진 중국 옛식의 책장이였다. 선장(線裝)으로 된 불교서적과 고서들이 보였지만 이 절에서는 당연한것으로 눈길을 끌지 못했고 오히려 지금 나오고있는 책들이 이상하게 안겨왔다. 니체, 쇼펜하우, 토플러들의 저작들이 보였고 기(氣)에 관한 책들, 중국 무술(武術)을 소개한 책자들, 그리고 중국 문화에 대한 저작들과 다른 인문서들이 보였다. 거의 모든 분야들을 섭렵하고있었으나 유독 문학서만은 없었다.

    <<저는 독서가 잡다한 편입니다. 닥치는대로 읽는다고 할가요?...>>

    <<그러나 문학서는 없군요.>>

    <<문학이란 젊음을 자극하는 잡서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자기만이 구제할듯 설쳐대는 문인들을 보면 역겨워지거든요... 석가님께서 세상에 오시여 깨달음을 펼치신지도 오래되였는데 중생은 아직도 깨달음이 무언지를 모르고있습니다. 이처럼 긴 력사를 무시하고 오늘의 문인들은 세상 다 알았다고 까불고있습니다. 이토록...>>

    찡관스님은 갑자기 말을 끊고 창호를 돌아보고는 피끗 미소를 보냈다.

    <<그만 합시다. 저도 세속에 젖은 사람이군요...>>

 

    찡관스님은 입을 다물고 승복을 벗었다. 그러자 한사람의 세속인이 창호의 눈앞에 안겨왔다. 스님은 승복속에 한벌의 운동복을 입고있었다. 곤색의 운동복은 눈길이 스치는 순간에 저가품이라는것이 알렸고 땀의 얼룩이 배여있었다. 도시와 농촌의 접경지대에서 사는, 한사람의 농부의 모습이였다. 빡빡 깎은 중머리, 해빛에 그을을대로 그을은 둥그스럼한 얼굴, 너무나도 순진해보이는 모습이였다. 만일 거리에서 만났다면 무심히 스칠 그런 모습이였다. 다만 입을 다물고 사람을 주시할 때만이 눈빛에 투시하는듯한 서리발같은것이 스쳤고 무심하듯, 말할 때 가볍게 하는 제스츄어에 절어있는듯한 박력이 슴배여나왔다.

    대문을 열어주던 청년이 수저와 먹거리를 들고 들어왔다.

    <<허루이, 너 시주님께 인사를 해야지?>>

    허루이는 목만 쑥 내밀며 어줍게 웃어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순박함이 머리끝까지 절어있는 모습이였다.

    허루이는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에서 전병(煎餠) 십여장과 말린 고구마덩굴무침 한접시, 그리고 불수(佛手)라는 이상한 이름의 산나물볶음 한접시를 상우에 놓았다.

    <<어서 드십시오.>>

    물러나려는 허루이에게 찡관스님이 말했다. 

    <<너도 같이 먹어도 돼.>>

    <<저는 먼저 먹었습니다. 찡관스님께서 오시지 않으니 오늘도 산아래서 묵는줄 알았습니다.>>

    찡관스님이 이마살을 찌프렸다.

    <<스님이라 부르지 말랬잖아. 스프라고 불러!>>

    허루이는 힐끔 창호쪽을 바라보았다.

    <<손님이 계시기에...>>

    허루이가 물러나가자 찡관스님이 절을 들며 왼손으로 찬을 가리켰다.

   <<자,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창호는 찡관스님이 하는대로 전병을 말아쥐고 한입 뜯었다. 입안이 마르고 목에 메였다. 하루동안 굶어있었지만 식욕이 없었다. 머밋머밋하는 창호를 보더니 스님이 밖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허루이! 전번에 맹가장 멍칭꾸이가 가져온 황주를 가져와!...>>

 

   창호는 멍칭꾸이라는 호칭을 들으며 웃음이 나오는것을 참았다. 그러면서 이 시각에 이런 호칭에 웃음이 흔들릴수 있는 자신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허루이가 품에 자그마한 진흙빛 토기단지를 안고 들어와 아구리를 봉한 유지를 떼고 작은 사발에 술을 부었다. 감초향 비슷한 황주향이 온 집안에 그들먹히 가득찼다.

    <<자, 듭시다!>>

    찡관스님이 술사발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창호는 다른 말로 감사의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있었지만 나간것은 결국 상투어가 되여있었다.

    창호는 술사발을 들고 찡관스님이 어떻게 마시는가 눈치를 보고 따라서 마셨다. 달큼한 맛이 혀끝에 다아오더니 어루쓰는듯한 부드러움이 혀바닥을 다독이고 술을 넘기는 순간에는 알콜의 쓴맛이 가볍게 느껴지며 저미듯 술향이 코구멍에 가득차올랐다.

    <<좋은 술이군요!>>

    창호는 저절로 감탄사가 튕겨나갔다.

    <<소흥의 황주가 일품이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맹가장의 황주가 천하제일이라 생각하고있습니다. 맹씨네 선조는 명나라 경태(景泰)원년부터 황주를 빚었다니 지금까지 5백년하고도 반세기가 다된 셈이지요. 어떻습니까? 한사발 더 드시지요?>>

    찡관스님은 말하면서 창호의 사발에 다시 황주를 부었다.

    <<듭시다. 실은 소흥의 황주는 로신선생의 <공을기>라는 소설의 덕을 봐 소문이 난것입니다. 주인공 공을기를 아시지요? 잠두콩에다 술을 마셨다는...>>

    그는 머리를 기웃하며 말을 끊었다. 창호는 찡관스님이 소설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 그의 서가의 책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 물으려고 입을 여는데 그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시주께서 앉아있던 곳은 혼귀석(魂歸石)이라는 바위입니다. 그 바위우에서 바다로 뛰여내리면 돌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이 뛰여내려 설사 상하지 않는다더라도 파도가 사람을 감아서 바위에 짓부셔놓습니다. 그러면 사람은 볼모양도 없이 짓이겨지고 찟어집니다... 다음에는 그 짓이겨진 살들을 고기와 새들이 먹어주고 뼈는 수백메터되는 바다속으로 가라앉습니다. 구조는 불가능합니다. 그 바위밑의 바다에는 이상한 해류가 흐르고있습니다. 모든것을 삼키고 그 다음에는 토해내는 그런 해류입니다. 시주께서 아시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혼귀석이라는 이름이 문자로 남은지도 이미 2천년이 넘었습니다...>>

 

    질겁할 이야기를 하는 찡관스님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얼른거리는 초불에 비친 눈속에 조소같은것이 담담하게 비쳐있었다.

    창호는 가슴이 딱 맞쳐왔다. 혼귀석, 참으로 멋진 이름이였다. 알고온것은 아니였지만 그 이름을 듣는 순간에 뛰여내려야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시간이나 그 바위우에 앉아있으면서 그는 수천수만번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그는 바다에 뛰여들어야 한다는 결심을 내리지 않았다. 비겁해서도 아니였고 생에 대해 깊은 미련이 있어서도 아니였다. 결과는 없었지만 다만 자신을 정리하고싶었을 뿐이였다.

    <<돌아가세요! 더 아픈 상처를 주면서  끝나고는싶지 않았지만 당신이 찾은거니까 어쩔수 없군요. 다시는 저를 만나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이틈에서 빠지는듯한 경희의 말은 마치 오랜 시간을 외워둔듯 했다.

    <<왜?! 경희, 왜 이러는거야?! 사랑한다고 했잖아?!...>>

    창호는 마구 소리를 질렀다. 이처럼 갑작스레 들이닥친 현실을 그는 받아들일수 없었다. 리유가 없었다. 아무런 귀뜸도 리유도 없이 경희는 잠적을 했고 찾아낸 순간에는 이처럼 랭혹한 얼음미인으로 변해버린것이였다.

    <<리유는 없어요.! 만남에 리유가 없었듯이!...>>

    말하면서 경희는 사무실문을 닫아버렸다. 그 순간에 사무실문이 잠궈지는 딸깍 소리가 울렸다.

    <<안돼! 이렇게는 안돼!...>>

    소리를 질러대는 창호에게 오피스텔수위들이 달려왔다. 태도가 부드럽고 말투는 점잔았지만 창호의 팔을 비트는 손들은 비명을 지르도록 거칠었다. 오피스텔문을 나서자 수위들은 창호를 떠밀었다. 그리고 던지듯 그의 려행가방을 그의 발치에 동댕이쳤다. 영화의 어떤 장면처럼.

    <<개-애-간나!...>>

    창호는 그때 이 말을 했던지 기억이 없다. 그런것 같기도 하고 다른 욕을 했던것 같기도 하고.

 

    찡관스님이 묵묵히 술사발을 내밀었다. 둥그런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눈길에는 우유빛의 부드러움같은것이 감돌고이있었다.

    <<사람은 무(無)에서 왔다가 무(無)에로 돌아갑니다. 남녀의 사랑이라고 해서 다를바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것이 그러하니까요. 인간은 물질만은 영원할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을 이루고있는 물질조차도 무에서 왔었고 다시 무에로 돌아갑니다. 사람이란 눈앞에 보이는것에 집착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처럼 랭정한 도리를 말하는 저 스님의 눈길이 왜 저토록 부드러워지는걸가? 창호는 자신이 어린애처럼 발가벗기운다는 감이 들었다.

    <<어떻게 저가 사랑때문에 고민한다고 알았습니까?>>

    찡관스님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속세의 인간이 지을수 있는, 자신감에 찬 사람의 득의양양함이 내비쳐있었다.

    <<인간만이 사랑때문에 죽을수 있습니다. 짐승은 암컷을 위해 다투기는 하지만 죽기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죽을 지경으로 내몰지 않고 지는 편도 죽을 정도로 싸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만큼 선하지도 않고 그만큼 지혜도 없습니다... 아마 시주께서는 어떻게 이처럼 속마음을 잘 집어내는가 놀라겠지만 그건 우리가 같은 세대이기때문입니다.>>

   <<같은 세대라니요?! 그럼 하향했던 세대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바엔카라산맥에 있는 장족마을에 하향을 했었습니다. 해발고가 평균 4천메터가 되였고 산소는 이곳의 30퍼센트밖에 안되였습니다. 화석협이라는 곳을 지나다가 차가 멈춰섰습니다. 저의 학교에서 홍위병대장으로 있던 녀자애가 차에서 내려 우리는 모주석의 호소를 받들고 지구를 수리하러 왔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를 데리러 왔던 지방사람이 흥분하거나 뛰지 말라고 천백번도 당부했는데 말입니다. 모주석의 어록을 들고 휘저으며 소리를 지르던 녀자애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안아일으켰을 때 녀자애는 이미 눈알이 튀여나와 죽어있었습니다... 저희들이 갈 때에는 마흔다섯이였지만 고향인 도시로 돌아온 애들은 서른 하나였습니다. 고산병으로 페기종으로 산사태로 죽었습니다. 스무살이 안되는 애들도 있었지요. 어쩌면 지금도 그들은 죽을 때의 그 모습으로 동토에 묻혀있을겁니다. 동토에 깊이 묻으면  오래동안 시체가 썪지 않는다고 폭발약으로 언땅을 폭파해가면서 무덤을 만들었으니까요. 그러는 우리를 장족들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구요. 그들에게는 사람이 죽으면 천장(天葬)을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실은 새들에게 시체를 먹이는거지요. 그런 관습이 오히려 더 자연적이고 자연의 섭리에 맞는것이 아닐가요?... 그런데 유물주의교육만 받아온 우리들은 오히려 다른 영원에 집착하고있었습니다. 바보처럼 어떤 영원함이 있다고 믿고있은겁니다...>>

<다음에 계속><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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