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이가 일어서며 창호에게 말했다.
    <<전화가 왔대. 받고 올게.>>
    잠간이 지나 전화를 받고난 동현이가 빠른 걸음으로 창호에게로 다가왔다.
    <<박수일의 전화야. 네가 있다니까 여기로 오겠대.>>
    창호는 경희의 전남편이였던 박수일을 만나는것이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있었다. 그날 처음 경희를 만나던 날 만나고 후에 몇번 더 만난 일이 있기는 했지만 언제나 만남은 언손으로 단추를 끼우는 식이였다.
    <<내가 뭐 그 남자를 만나야 될 리유가 있다니?>>
    <<그럼 오지 말라고 할가?>>
    그러기에는 남자로서의 체면이 아니였다.
    <<꼭 만나고싶다더니?>>
    <<네가 있다고 하니까 무작정 온다는거야.>>
    창호는 이런 제기 했다. 경희에게서 영문도 모르고 한몽둥이 얻어맞은 이 시점에 그녀의 전남편을 만난다는것이 당당하지도, 남자의 품위도 구겨질거라고 창호는 생각하고있었다.
    <<될대로 되라지. 나도 모르겠어.>>
    창호의 기분은 억망이 되여가고있었다.
    <<술이나 마시자.>>

    동현이가 술을 부으며 시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 좀 품위를 지켜. 박수일은 나이로 따지면 우리하고 한세대 차이야. 어린 사람들앞에서 지저분하게 보이면 박살이 나. 그들은 우리하고 달라. 사유방식이나 행위방식이 우리로서는 리해가 안될 때가 많아. 그런걸 감안하지 않고 우리식대로 설치다가 망신살이 뻣치기 십상이야.>>
    우리식대로, 창호는 속으로 되뇌였다. 우리식이란 과연 어떤것이였을가? 우리식이라는게 과연 있기는 했는가? 우리가 과연 우리의 인생을 살았고 우리의 청춘을 가지고있었다고 말할수있겠는가?... 창호는 가슴이 답답해오는것을 느꼈다.
    <<부딪쳐보는거지. 언제나 그랬는데... 박수일이가 뭣땜에 날 찾는다고 설치는걸가?>>
    동현이는 덤덤한 표정으로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었다.
    <<나도 모르겠어. 얼마전에 술좌석을 같이한적이 있었어. 어쩌다 너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너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어. 나를 의식해 그랬는지 만점이라고 할수도 있었어.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를 의식할 리유는 없는데 말이야. 나도 경희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이고 사업적으로 무슨 련계가 있는것도 안닌데... 가만. 그날 사실은 수일이가 너의 말을 꺼냈던거야. 그러면서 너에 대해 퍽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였어. 너에 대해 많이 물었거든.>>
    <<나에 대해서?>>
    <<그래. 너의 가정이고 안해에까지 상세히 물었어. 제기, 무슨 감투끈인지 모르겠다...>>
    동현이는 보이를 시켜 얼음을 더 가져오게 하고는 말을 이었다.
    <<만일 네가 만나고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전화를 할게. 아직 떠나지 않았을수도 있으니까.>>
    창호는 될대로 되라는 기분이 되고있었다. 가볍게 술기운이 오르고있었다.
    <<그만 두어. 그럴 리유가 있겠지. 그렇다고 나와 싸우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동현이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경희때문에 너를 질투할 사람은 아닐거야. 내가 알기에는... 그리고 그들은 아주 깨끝하게 리혼이 된것 같더라. 박수일도 지금 북경대학을 졸업한 녀자애와 한창인중이다. 한번 본적이 있는데 아주 깔끔하고 이쁘장한 애더라...>>
    창호는 동현이를 바라보며 우리의 세대는 달라라던 그의 말을 생각했다. 창호는 경희나 그의 또래들과 만나면서도 세대차이를 강하게 느낀적이 없었다. 친구처럼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자신이 정신적으로 유리되여있다고 생각한적은 없었다. 창호는 그들의 행위나 사고방식에 ok표를 던지지는 않았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그래서였는지 그들도 창호를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왕따를 하고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동현이가 창호의 술잔에 얼음을 넣어주고는 술잔을 들었다.
    <<천천히 마시자. 박수일이가 오기전에 취하면 흥분하기 쉬우니까. 수일 그자식 술 많이 마시는편이야. 아마 리혼도 그 술이 계기였을거야. 술 마시니까 란폭해지더라구...>>
    창호는 픽 웃어버렸다.
    <<그런것 겁니니? 경험이 없지도 않잖아?...>>
    그랬다. 중학시절에는 총으로 전쟁이 아닌 전쟁을 해보았고 농촌에 가서는 절망을 풀기 위한 무모한 싸움도 많이 했던 세대였다. 너무나 많은 죽음을 보아왔고 너무나 무자비한 도살을 경험했던 그에게 싸움이란 그렇게 먼것이 아니였고 아직까지도 그 살상의 콤플렉스는 가슴깊이에 가시로 남아있었다.
    <<싸우고싶다면 싸워주지뭐. 너 우리 반 금자 생각나니? 기관총총탄에 맞아죽은 애 말이다.>>
    동현이는 놀라는 눈길로 창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갑자기 걔가 생각이 났어.>>
    <<아마 살았으면 지금쯤은 어린애 낳고 살겠지. 정리실업 당할가 덜덜 떨거나 어느 관리한테 시집가 귀부인이 되여있던가...>>
    동현이는 측은한 마음이 되는지 중얼거리듯 말했다.

    박수일이 바아의 문에 들어서 그들을 찾느라고 바아안을 두리번거리고있었다. 그것을 보고 동현이가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동현이를 보는 순간 박수일의 얼굴에 피는 웃음기가 보였다. 창호는 웃고있는 박수일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떤 긴장이 바람새듯 빠져나가는것을 느꼈다.
    그들에게로 다가온 박수일은 먼저 창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렴선생, 오래간만이군요. 반갑습니다.>>
    창호는 필요 이상의 친절을 느끼며 불편한 심기를 느꼈다.
    <<참 그렇군요. 어서 앉으십시오.>>
    동현이가 보이를 불러 빈 잔을 가져오게 하였다. 술잔이 오자 창호는 술병을 잡았다. 순간 진한 친절을 표시하는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술병은 이미 손에 있었다. 천천히 술을 부었다. 그러면서 박수일의 얼굴을 일별했다. 박수일의 얼굴에서 적의나 질투같은것을 읽을수는 없었다.
    셋은 술잔을 부딫쳤다.
    <<건배!...>>

    창호는 박수일이가 무슨 말이든 꺼내기를 기다렸다. 그로서는 박수일이와 해야 할 말이 없었고 찾은것도 박수일이였으므로 급해할것도 없었다. 그러나 박수일은 찾았댔다는 흔적조차 없이 다른 말을 하고있었다. 창호는 불편한 심기로 술 마시는것이 싫었다.
    <<저를 찾았다고 했지요?>>
    박수일은 동현이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뭐 큰 일이 아니구요, 저...>>
    동현이가 눈치를 차리고 일어섰다.
    <<그럼 이야기 해. 나 일이 있어 사무실에 가야겠어.>>
    박수일은 그러는 동현이에게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현형, 화쟈띠에 조선족불고기집이 개업했던데 맛이 제격이더라구요. 저녁에 한자리 같이 해요. 제가 살테니...>>
    동현이는 일어서서 가다가 고개를 돌렸다.
    <<때가 되면 전화를 해. 사무실에 있을테니까...>>
    동현이의 뒤모습이 사라지자 박수일이 창호에게로 몸을 돌렸다. 조금은 비굴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일이 입을 열었다.
    <<저, 경희를 만났습니까?>>
    <<예.>>
    <<경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창호는 박수일은 경희가 어디 있는지 알고있을거라고 생각하고있었다. 무슨 속내일가? 그러나 박수일의 얼굴에서 기만을 골라낼수 없었다. 그렇다면 경희는 모든것을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것이였다. 창호로서는 경희의 행동이 이제는 신비에 가까워가고있었다.
    <<해성시에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무역회사에 취직이 되였더군요.>>
    박수일은 조금 생각하는듯 했다. 표정이 암담했다.
    <<왜 갑자기 그곳에 취직을 했답니까? 미안합니다. 실은 렴선생을 난처하게 굴고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급작스레 직장을 바꾼게 리해가 안됩니다. 려행사의 직원들조차 모르고있더군요... 북경은 발전하기가 좋은 곳인데 왜 오지로 튀였는지...>>

    이 점에서는 창호도 박수일과 마찬가지였다. 왜 그런 선택을 했으며 왜 그토록 신비하게 사라져버렸으며 왜 갑자기 창호와의 관계를 청산하려고했는지 창호로서도 알길이 없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지금 박선생과 저는 같은 립장에 서있습니다.>>
    박수일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같은 립장이라니요?!>>
    <<저와 경희는 이미 남입니다. 서로를 관심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박수일은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였다.
    <<그럴수가?>>
    <<그렇게 되였습니다. 제가 해성시에 가기는 했지만 결국은 헤여지려고 간것이였습니다.>>
    <<경희가 헤여지자고 한것입니까?>>
    박수일은 무언가를 느끼고있는 모양이였다. 창호는 확답을 하기 싫었다. 좋아하던 녀자의 전남편과 시시콜콜 당신의 전 안해와 어떻게, 어떻게 사랑하고 헤여졌다고 말하기에는 품위가 바닥이 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럴거라 생각합니까?>>
    박수일은 인차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희에게는 농촌에서 가난하고 어렵게 자랐으나 총명하기는 한 녀자의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남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좋은 일을 하고도 인차 후회하는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내것이라고 확신을 하면 이내 포기하는 그런 녀자였지요... 바보 같이!....>>
    박수일은 얼굴을 들며 웃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창호는 이런 대화를 하기 싫었다. 만일 박수일이도 경희에게서 포기당했다면 창호도 같은 신세가 되고 그런 사람끼리 마주 않아 그 상대를 이야기한다는것은 험담하고 가장 가까울것이였다.
    <<술이나 듭시다. 얼음을 놓을가요?>>
    <<아, 예, 주십시오.>>
    박수일은 깔깔하던 품위를 잃고 황황히 술잔을 창호에게 내밀었다. 잔속에 들어간 얼음이 튀는 소리가 가볍게 났다. 술잔을 들며 창호가 말했다.
    <<이제 우리 사이에서는 더 경희라는 녀자에 대해 말하지 맙시다.>>
    <<아, 예, 그러지요. 미안합니다...>>
    박수일은 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였다. 그는 한동안 잠자코있다가 카운터로 가 동현이에게 전화를 걸고 돌아왔다. 서먹한 기분이 되여있는 자리가 민망했는지 창호에게 힘들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렴선생...>>
    <<네?>>
    <<전 선생께서 경희와 결혼하기를 바라고있었습니다.>>
    창호는 깜짝 놀랐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사람이 정신이 있는거야?
    <<경희와... 결혼을?...>>

    박수일은 진지한 얼굴이였다.
    <<네. 전 렴선생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습니다.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선생도 아시지만 저의 딸 미화는 경희와 함께 있으면 문제가 많을줄로 알고있습니다. 선생과 함께 생활하면 미화의 미래는 근심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경희가 바보인거지요...>>
    창호는 박수일이 이런 생각을 하고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경희와 결혼하고 그러면 딸의 미래는 보장이 되고... 그렇다면 박수일은 아직도 경희를 사랑하고있다는 말인가? 아니, 딸에게 좋은 이붓아버지를 만들어주고싶었다는 말인가? 이것도 저것도일수 있었다. 창호는 울상이 되여가고있는 박수일의 얼굴에서 아무런 해답을 찾을수 없었다. 갑자기 박수일의 얼굴에 한주먹 안겨주고싶은 충동이 일었다.
    <<우리 모두가 바보인지 모르지요...>>
    창호는 치미는 충동을 물리치며 조용히 말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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