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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역은 언제나 그렇듯이 혼잡하고 소란스러웠다. 여기에서는 중국의 성소재지로 가는 모든 시발렬차가 있었다.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에로, 그리고 동서남북에서 모여온 사람들이 서로 비비고 서로를 구경하면서 투덜거리고있었다. 누구나 누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관심이 없었고 다만 자기들이 타야 할 렬차시간에만 관심이 있었다. 초여름 해빛이 역전광장을 달구어대고 있었으나 피할곳이 없는 려객들은 해빛속에서 헐떡이고있었다. 사람, 사람, 어디가나 사람들의 흐름이고 사람들의 무리였다. 마치 전국의 인구 절반쯤이 이 광장에서 죽으려고 결심이나 한듯싶었다.


    정준태사장은 홍수처럼 밀려들어가는 대합실의 문앞에서 질렸는지 멈춰섰다.
    <<그럼 여기서 작별합시다.>>
    창호는 정준태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합시다. 사장님께서 한 얘기는 잘 생각하고 소식 드리겠습니다.>>
    정준태사장은 창호의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면 인차 한국 초청장을 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될수록이면 렴선생께서 인차 판단을 하시고 소식을 주십시오. 우리 손잡고 잘해봅시다.>>
    정준태사장은 기대로 가득한 눈으로 창호를 보면서 대답했다.
    정준태사장은 중국에서 사업을 벌릴 파트너로 창호를 잡고있었다. 창호가 신문사에서 근무하고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더우기는 성실하다는 점이 함께 일하면 틀림이 없으리라는 판단을 하게 한것이였다. 그러나 창호는 직장에서 사직을 해야 한다는 점이 꺼림했고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보장을 받는다는 안전감속에서 튀여나와야 하는 점이 무지하게 고민이였다. 그래서 정준태사장에게 확답을 주지 않고있는것이였다.
    <<자,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창호는 정준태사장의 작별인사에 표정없이 인사를 하고 대합실로 밀려들어가는 사람들의 홍수속에 스며들었다.
    창호가 가야하는 도시로 출발하는 렬차의 발차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설자리조차 비좁은 대합실은 사람의 몸에서 날수 있는 모든 냄새로 진동했고 동서남북의 모든 방언들이 목청을 돋구어 떠들어대고있었다. 창호는 갑자기 동현이한테 떠난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것을 기억했다. 자식이 야단을 하겠군... 그러면서 동현이와 정준태사장과 사업을 하는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자문할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창호는 짐을 끌고 공중전화가 있는 식품매대로 걸어갔다.
    <<와이?.. 동현이니? 나 지금 북경역이야. 떠나면서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
    전화 저쪽에서 동현이 특유의 까불거리는듯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임마, 가면 간다고 인사나 하는거지 누가 뭐 쫓는 사람이라도 있었니?>>
    <<미안하다. 정서도 안좋고 정준태사장하고 할 일도 골치 아프고 해서...>>
    <<야! 그것이 뭐 고민꺼리니? 그잘난 쬐꼼한 신문사 기자노릇에 목숨이라도 바칠 결심을 했어?... 나 지금 북경거리에 나서면 딸라가 한줌씩 보인다. 다 집어치워. 이번이 기회야... 그리구 정준태사장 한국에서도 실력가란 말이다. 내가 알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너 아직 잠자고있는거니? 지금은 개혁개방시대야. 뭔지 알아? 정신부터 개방이 되라는 그말이다...>>
    창호는 쉴새 없이 터져나오는 동현이의 말에 이마쌀을 찌프렸다.
    <<됐다. 알았어... 십년도 넘게 해먹은 직업인데 한마디로 버린다고 버려지는거니? 넌 임마 북경에서 사니까 개방이 되는지 개방귀가 되는지 했겠지만 나 임마 시골사람이야...>>
    동현이의 목소리가 많이 절제가 되였다.
    <<시골사람이라고 돈을 벌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아? 그리고 이제 세상이 서서히 변해갈거야. 지금은 무식쟁이들이 돈벌고있지만 이제 지식인들이 돈버는 세상이 올거야. 무식쟁이들이 무지무지 돈버는 세상이면 망하게 되는 세상이니까. 이세상이 망하지 않으려면 그런 세상이 온다 그말이야. 그러니까 기회를 잡으라는거다... 기회는 언제나 한번이야...>>
    동현이의 말이 장황해지자 창호는 그의 말을 꺾었다.
    <<알았어. 철학강좌니? 암튼 고맙다. 이제 돌아가서 다시 전화할게. 그럼 잘 있어. 돈 많이 벌어 나한테도 주고...>>
    창호가 전화를 끊으려는데 동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가만, 너 그 일 알고있니?>>
    <<그일이라니? 뭔데?>>
    <<박수일이가 죽었어!...>>
    창호는 가슴에서 울리는 뚝 하는 소리를 들었다. 거짓말같았다. 창호는 전화를 귀에서 떼고 한참을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전화에서 동현이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와이... 와-이-!>>
    창호는 다시 전화수화기를 귀에가 져갔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거야?...>>
    <<무슨 소리가 아니고 정말이야! 나도 오늘 알았어...>>
    <<죽다니?! 전번 만났을 때도 펀펀했잖아?...>>
    <<그저께 밤에 폭우가 내렸지 않아... 맨하탄이라는 가라오케서 놀고 나오는데 간판이 폭풍에 불려 떨어졌대... 당장에서 즉사했다나...>>
    더는 동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죽다니? 그것도 그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렇게 재수없이 죽었다는것이 믿을수가 없었다. 창호는 박수일에 대한 인상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쁜것은 아니였다. 솔직한 일면도 있었고 신사다운데도 있었다. 아직은 삼십대 중반, 남자라면 한창인 나이였다. 그런데 그렇게 죽다니? 인간의 생명이란 원래가 그렇게 취약한것이였던가...


    대합실의 안내방송이 울렸다. 창호는 몽유병환자처럼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검표를 하고 렬차에 올랐다. 자기의 침대석을 찾아 자리에 앉고 차창밖의 풍경에 눈길을 돌렸을 때 창호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음을 느꼈다. 렬차가 서서히 역을 떠나고있었다. 창호와 마주 앉은 중년려객이 근심스러운 눈길로 창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창호는 중년사나이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면서 자기의 모습이 아마 초라했는가부다 하는 생각을 했다.
    <<아, 아니요. 너무 더워서요...>>
    <<창문을 열가요? 북경은 여름이면 날씨가 화로같다니까요...>>
    중년사나이는 창호와 이야기를 나누고싶어하는 눈치였다. 근 삼십시간이 되는 려행에 말동무라도 있었으면 하는 속내가 보였다. 그러나 창호에게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박수일의 죽음이 가져다 준 충격은 죽음 그 자체에 대한 그것만이 아니였다.


    렬차는 점점 속력을 내고있었다. 북경시외를 벗어나자 끝없는 평야가 나타나고 전원바람이 열어놓은 차창문으로 들어와 창호의 달은 몸을 식혀주었다. 단층 농가들이 나타났다가 뒤로 사라지고 철길을 따라 뻗은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이 내기라도 하듯 기차를 따라오다가 어느새 모습을 잃고있었다. 창호는 박수일과의 만남을 생각했고 경희와의 열련을 생각했다. 박수일을 만날 때마다 창호는 저 사람이 경희의 전남편이였었다는 점에 신경이 씌였고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웠다. 그랬기에 박수일과 깊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고 가까워지는것이 싫었다. 그러나 박수일은 창호에게 깎듯하고 례절스러웠다고 할수 있었다. 지금 창호는 박수일과 좀더 가까운 관계를 가질수도 있었고 어쩌면 젊은 친구로 될수도 있었지 않을가 생각했다. 죽음이라는 리유때문에 창호의 마음은 많이 여리게 되여있었다.


    차창밖으로부터 검잇한 산악이 흘러들어왔다. 연산산맥의 마지막줄기를 타고 렬차는 무한정 앞으로 달리고있었다. 차창에서 머리를 떼지 않은채 창호는 부동하고있었다. 찡관스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공산사가 눈앞에 안겨왔고 점잔은 파도 일렁이던 동해바다가 웃고있는듯싶었다. 그리고 찡관스님이 바다가의 벼랑을 혼귀석이라 알려주던 목소리와 철썩이는 파도의 흐느낌 소리도 들었다. 인생무상이란 인생이 무상하기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우리들이 만나는 모든것은 그것이 살아있는것이든 죽어있는것이든, 아니면 생명이 없는것이라도 모두 인연이 있기때문입니다. 그것이 인연이라면 어찌 사람의 힘으로 끝낼수가 있겠습니까... 아마 찡관스님은 이렇게 말한것 같았다. 끝나는 모든것, 그것이 죽음이든 리별이든 인연이 다한것이라고 믿어야 할것일가고 창호는 생각했다. 인연이 다 하다...

    경희와의 만남이 있었던 그날 동현이의 제의로 그들을 북경의 조선족들이 꾸리는 카라오케에 갔다. 이런 곳에 처음 다녀보는 창호는 촌닭의 신세를 면할수 없었지만 동현이와 경희는 도를 터득한 고객이 되여 안하무인으로 자기들의 정서를 끌어나가고있었다. 경희의 끌림에 따라 춤을 추게 되였다. 품에 안은 경희의 자그마한 몸이 가냘프도록 여리고 섬약해보였다. 창호는 가슴에 닿아오는 경희의 젖가슴의 감촉이 뭉클했고 걷잡을수 없이 밀려오는 성적인 욕망에 부끄러워지면서 경희와 간격을 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홀을 비추고있는 장식등의 현란한 불빛과 미러볼의 회전과 함께 빙글거리는 불빛속에서 경희의 흰자위 많은 눈은 타고있었고 욕망의 암장으로 빛나고있었다. 그때 창호는  그 눈길이 무언가를 기다리고있다고 느끼고있었다. 중년의 문턱을 넘어선 창호로서의 느낌은 정확했는지도 몰랐다.
    이튿날 창호는 거절 당하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에 젖어 경희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는 경희의 목소리는 들뜨는 기분이였다. 시간을 약속하면 갈게요. 만나는 장소가 불편하면 저의 사무실로 오셔도 되구요.


    창호는 경희의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열정에 못이겨 려행사의 사장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어느 레스토랑에서 붉은 와인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했다. 누가 보아도 열련중의 련인이라 할만큼 분위기가 익었고 이야기는 무르익어갔다. 아시겠지만 저에게는 세살난 딸이 있어요. 엄마가 키우고있어요. 창호는 애기를 말하는 순간에 경희의 눈빛속에서 멈추는 순간의 그리움이나 슬픔같은것을 읽었다. 그래요? 저도 계집애인데요...
    북경의 거리는 메마른 대기속에서 혼잡스러웠다. 만국자동차박람회라도 열린듯 세계의 온갖 잡동사니 자동차들이 도로를 메우고있고 그 도로의 길가에 저녁기운속에 묻기운 가로등들이 우울하게 흐르는 자동차들의 흐름을 엿보고있었다. 레스토랑의 은은한 음악을 귀가에 여운으로 남긴채 창호와 경희는 텅텅거리고 응얼거리고 붕붕거리는 자동차들이 흘러가는 길가의 인행도를 걷고있었다. 북경은 말이얘요. 기회의 도시라고 해요. 창호씨도 북경에 오시여 발전해 보세요. 렴선생이라는 호칭이 어느새 창호씨로 변하여있었다. 그것을 민감하게 포착하며 창호는 옆에서 걷고있는 경희의 손을 잡을가 말가 망설이고있었다. 그러나 끝내는 결심을 내리지 못한채 망설임으로 끝내고 창호는 이 거리가 끝없이 길어서 래일까지 경희와 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있었다. 북경은 장룡와호(藏龍臥虎)의 땅이라고 하던데 저같은것이 와서 일한다고 설치다가 다 먹히우고 뼈도 안 남께서요? 경희는 깔깔 웃었고 어린애같은 얼굴을 들어 창호를 쳐다보았다. 북경이 기회의 땅이라 함은 바로 룡이나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곳이기때문이지 않아요? 밤낮 쥐나 토끼들하고 같이 있으면 결국 크게 되였대도 고양이나 여우밖에 되지 못하는것 아니예요?...


    북경의 거리는 메말랐지만 다정하였다. 오늘의 이 저녁은.
    오세요. 지금 저 북경호텔의 로비커피숍에 있어요. 금방 한국 관광객들 보내고 들어서는 참이예요. 빨리요... 그래서 창호는 북경호텔의 커피숍에서 경희와 함께 커피를 마셨고 그사이 어느때인가부터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있었다. 창밖의 모든것이 비속에서 흐릿해졌고 창호는 조용히 경희에게 자기의 첫사랑을 이야기하고있었다. 레이카이란이라는 녀자를, 아팟던 추억이지만 아프지 않은 어조로 이야기해나갔다. 열여덟 동갑내기의, 하늘땅이 무너질듯한 사랑이야기를 창호는 듣고있는 상대가 누구인가를 의식하며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슬픈 대목에 가서는 한숨도 지어보이고 어쩔수 없이 헤여져야 하는 숙명의 줄거리에서는 목메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이 있은 이튿날, 카이란은 결혼마차를 타고 시집을 갔습니다. 울고불고하는 카이란을 사람들이 붙들어 마차에 태웠습니다... 죽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쉽게 죽어지는것이 아니였습니다. 저는 그 마을에 더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집체로로 옴기기로 결심을 내렸습니다...


    창호는 다른 집체호에서 있었던 일을 생략했다. 만일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지금의 안해 이야기를 해야 할것이고 그것은 경희와 만나는 이 분위기에 어울리는것이 아니였다.
    창호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희는 감동했고 헤여져야 했던 그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눈가를 적시고있었다. 흰자위 많은 눈가의 물기를 찍어내며 경희는 한숨을 짓고있었다. 불쌍해요. 그 카이란이라는 녀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가요? 창호는 이 말을 들으면서 가슴 한구석이 싸늘하게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모르겠어요. 아마 지금쯤은 어디서 애을 낳고 살고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랬다. 창호는 첫사랑이였던 카이란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있는지를 모르고있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고 시간과 함께 추억속의 아픔은 담담히 식어가고 열애의 순간만이 아릿하게 남아있을 뿐이였다. 그런데 이 순간에 아프게 다가오려하고있는것은 무슨 원인일가?


    비속에서 날씨는 빨리도 어두워왔다. 내리는 비는 끝내줄 폼이 아니였다. 호텔문앞에서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택시를 잡아타자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약속하지 않았다는것을 알았다. 어디로 갈가? 경희는 흰자위 많은 눈으로 창호를 흘겼다. 창호씨가 모르면 전 어떡해요? 어디로 가야 할지 창호는 결단을 내릴수 없었다. 지금 묵고있는 곳은 북경에서 흔해빠진 지하려관이였고 방 하나에 침대 여섯개를 놓은, 더럽고 침침한 지하실이였다. 그럼 동현이란 놈한테로 갈가? 경희는 녀성다운 너그러움을 발휘하고있었다. 저를 먼저 데려다주어요. 저의 기숙사에 함께 있던 금숙이는 지금 남방으로 관광객을 데리고 갔어요. 아마 닷새는 걸려야 할거예요. 경희는 기숙사에 혼자가 되여있음을 암시하고있는것이였다. 창호는 경희의 손을 잡았다. 자그마한 손이 사기처럼 매끄러우면서도 부드럽고 사늘했다.
    경희는 창호가 자기의 몸속에 들어올 때 사르르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누구에게서인가 이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조선말이 아니라 중국말로 된 <<워아이니>>였다. 카이란은 창호에게 이 말을 수없이 했었다. 헤여져야 하는 운명의 사이였지만 카이란은 창호에게 너가 아니면 죽을거라고, 그렇게 사랑한다고 했었다. 지금의 안해는 창호를 사랑한다고 한적이 없었다. 결혼하여 애를 낳고 십여년을 살았지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창호의 안해는 창호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창호 또한 안해를 사랑한다고 한적이 없었다. 그것 또한 그들 세대의 운명이였다.


    사랑해요. 창호는 그 말이 고마웠다. 그 말은 타고있는 숫불에 기름을 뿌린것이였다. 창호는 자기가 너무나 멋진 남자가 되고있음을 알았다. 끝없이 빠져드는 미궁같은 경희의 몸속에서 창호는 자기의 생의 전부를 도박에 걸고 싸우는 도박군같이 집착에 빠져있었다. 절정의 순간을 맞으면서 창호는 참을수 없는 경련과 함께 소리쳤다. 사랑해!...
    사랑해. 창호는 이 말이 진실하다고 느끼고있었다. 오래인 시간을 창호는 사랑이라는 말과 멀어져있었다. 다른 녀자에게 유혹을 느끼지 못한것은 아니였지만 사랑이라는 마음과는 이어져있지 않았다. 그러나 창호는 경희에게 사랑한다라고 했고 이것이 사랑이라고 믿어버렸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창호를 전송하면서 경희는 울었다. 잘가세요. 그리고 편지 자주 주세요. 창호는 경희를 안고 입을 맞추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플래트홈이라는것을 잊고 경희의 입술을 빨았다. 정상인의 눈이라면 미친년놈들일수도 있을것이였다. 그러나 창호나 경희에게는 그런 판단력이 없었다. 두사람이 헤여지고있다는것, 그 리별의 짜릿하고 행복한, 그러나 아픈 작별의 수렁에서 두사람은 헤여나올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통씩, 정확하게 경희한테서 편지가 왔다. 창호씨, 당신은 너무나 멋진 남자였습니다. 한 남자에게 이토록 깊이 빠질수 있는 저가 놀라울지경이였습니다. 몇번의 고조를 한번에 맛보는 저는 음탕한 녀자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생각하는 순간에 또다시 그런 환상에 깊이깊이 빠져들어감은 왜서일가요? 당신을 만나서야 저는 남자를 알게 된것 같습니다... 때로는 관광지에 갔던 일들과 한국관광객들과 있었던 유쾌했던, 또는 불쾌했던 일화들을  적어보내기도 했다. 황산이며, 려산이며, 장강삼협이며와 같은 관광코스에 따라 경희의 편지는 내용을 바꾸어갔다. 그러면서 애타는 그리움을 호소했다.


    창호는 련애를 하고있었다. 카이란과 헤여져 십여년, 그사이 창호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보았고  평온한 직장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남이 부러워 할만큼한 가정을 유지하고있었다. 작은 신문이지만 신문사의 기자라는 신분때문에, 또 몇편의 시라도 쓴적이 있다는 리유때문에 녀자들이 접촉해오지 않은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창호는 그 녀자들에게서 사랑을 할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녀자들중에는 미인이라 할만큼 멋지고 지적인 녀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창호는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가족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이 작용을 해서도 아니였다. 다만 카이란에 대한 추억으로만으로도 사랑은 이미 가슴속에 가득차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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