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화 일기

4년 전 나를 시급 7000원 <<고급 설거지 알바>>로 키워주셨던 사장님이 그리워났다.
전업주부에서 신풍시장 골목거리에  <<보리밥>>집을 차렸던 사장님은 나에게 많은 지혜와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었다. 세계 10대 건강식품의 하나인 보리는 사실 보리밥이란 메뉴만으로도 인기가 많겠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로 남으려면 그래도  내놓을만한 경영비법이 있어야 했다. 사장님은 자신의 비법으로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가게는 변함없는 대박을 가져왔고 사장님은 심적물적 부자로 되었다.   
   
사장님은 책임감이 뛰여 난 분이였다.
20여 년 전 사장님의 남편은 산더미 같은  억대 빚더미를 남겨두고 다른 여자하고 도망갔다. 부자 집 딸로, 부자 집의 며느리로만 자신을 알고 있었던 사장님은 앞길이 막막해서 자식들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굿굿이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 짊어지셨다.
 
빚쟁이한테 쫓기면서도, 몸이 아파도 아파하지도 못하면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버리지 않았던 사장님의 삶은 지금 이 시대 가난에 흔들리고 맞바람에 흔들리면서 즐기고 향락을 추구하는 일부 <<못난>> 엄마들의 삶에 비하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식들은 자신들 때문에 새로운 삶을 선택하지 않고 고생하는 엄마를 보고 <<애인을 사귀라!>>고 가끔은 말하지만 사장님은 자식들한테 준 것 만큼 받으려고 하는 일도 아니라면서 못난 엄마를 만나서 아빠를 잡지 못해서 아빠 사랑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자랐지만 건강하고 정직하게 자란 준 것 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고 하셨다.
 
엄마라는 사회인으로 기본적인 책임을 이행하기 어려운 형편에서도 끝가지 책임을 저버리지 않는 그 무궁무진한 인간적 에네지는 오늘 대박의 디딤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장님은 참 따뜻한 분이었다.
설거지 할 줄도, 쌀 씻을 줄도 모르는 나는 그래도 시급 7000원 씩 받는 <<고급 설거지 알바>>였다. 요즈음 세월에 공부한 놈들이 이런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나에게 용돈도 잘 주셨다.  <<열무는 어떻게 씻어야 풀냄새가 나는 않나요?>>, <<나물은 왜 짜게 무치는가요?>>, <<콩나물은 어떻게 데치면 아삭아삭하면서도 비린내가 나지 않을  가요?>>, <<보리는 어떤 것이 찰지고 구수합니까?>>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물어봐도 언제 한번 짜증 안내고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가르쳐주셨다. 가끔은 <<호랑이 새끼 키우는거 아닌가?>> 하면서도 구석구석 이것저것 빠짐이 없이 가르쳐주셨던 사장님이다.  직원들한테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고  특별히 고생한 날에는 별식을 준비하시고 일하는 사람은 잘 먹어야 한다면서 늘 음식에 넉넉하셨던 사장님은 참 별미롭고 맛있는 분이였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서도 동네 비싼 배달 커피를 하루도 빠짐없이 주문하시고 요플렛 언니한테서도 꾸준히 사 주시군 하셨다. <<몇 푼 벌이라고 우리가 사주어야 그 사람들도 먹고 사는 거야!>> 늘 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었다.

이웃 고추 집 할머니는 가끔 고추 가루에 고추씨를 너무 많이 썪어서 빨다보니 고추 가루는 빨간색이 아니라 주황색이 넘치 군 하였다. 사장님은 성도 안내시고 <<고추씨가 너무 넉넉해도  김치가 맛없잖아요.>>하면서 다시 부탁하군 하였다. 하루만 잔소리 안해도 얼렁둥땅 저질 고추 가루를 가져다 주는  할머니는 정말 밉상이다. 시장에 다른 고추 가루 집도 많은데 다른 집으로 옮기자고 하면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네야. 그 나이에 호강하지 않고 일하는 것 만 으로도 대단한 분이야. 신경 쓰고 자꾸 말하면 돼>>하면서 20년을 거래해온 집을 등 돌리지 못한다는 분이었다.
   
 
손님들한테는 무조건 넉넉하게!!
공기 밥도 넉넉히! 반찬도 넉넉히! 돈 들고 와서 내 집에 와서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배불리, 맛있게 드시고 가야한다>>는 신조이다!
 

사람흐름이 돈의 흐름이라고 시장통이여서 사람 흐림도 좋고 맛 또한 최고여서 소문났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랑과 배려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자식이나 직원이나 이웃이나 손님들까지도
   
돈없는 사람이 재기하려면 작은 장사부터 시작하고 자신이 직접 요직을 담당 할수 있는 부분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깔끔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작은 이익을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면 거의 실패는 없을 거라고 살림이 어려운 직원 아줌마들한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사장님!

위인이 따로 있냐? 자신의 일터에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위인이 아닐까? 자식 노릇이나 부모 노릇 아낌없이 부끄럼없이 하는 사람이 따라배워야 할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성화:  경기도 거주.

여행/호텔/음식 등에 산업에 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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