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금 수기

한국의 거리에서 간혹 보이는 차이나레스토랑, 중국집 간판들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중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시간만 되면 중국반점을 찾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중국반점에 가면 온통 중국에서 자주 먹지 못하는 요리들로 코스요리가 만들어져 있더라구요. 팔보채,오향장육, 심지어 짜장면도 그렇고 우리가 중국에서 먹었던 맛 하구는 다른 거였습니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중국집이 밀집되어있는 데 가보면 거개가 우리가 많이 안먹던 요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국의 고급차이니스레스토랑의 메뉴도 우리가 생각하는 정통중국요리가 아닌듯합니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정통중국집"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다시 알아보니 한국의 중국집은 이젠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짜장면이 대표적인 메뉴였고 그 중심에는 항상 화교가 있었습니다. 대만국적의 화교들이 많았고 산동성이 고향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대만적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국의 굶주렸던 시절 짜장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한 차이나타운의 화교들은 한국에서 짜장면이란 대표적인 메뉴로 각인되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짜장면은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들이 한국에 음식업으로 정착하는 과정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만든 음식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도 배타적인 한국에서 짜장면이란 대표적인 메뉴로 요식업에서 성공한 케이스라 보아집니다. 지금의 짜장면이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은 데는 화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오랜 시간을 걸쳐 다듬어진 맛이 경쟁력인 것 같습니다. 짜장면은 결코 중국대륙의 음식문화를 대표하진 않죠! 그래서 한국인들이 중국본토에 가서 "중국에 중국음식인 짜장면이 없다."고 의아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중국음식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입증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팀회식을 어디서 할까고 팀장님이 고민하자 중국요리가 먹고 싶었던 나는 어망결에 대림에 있는 중국식당으로 가자고 제의했습니다. 팀원 모두가 중국 정통요리를 맛본다는 생각에 기대에 차 있더군요. 그래서 내가 데려간 곳은 교통이 상대적으로 편했던 대림역 중국음식점이었습니다. 근데 요리가 나오는 순간 기대에 차있던 그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메뉴까지 나와도 그들이 기대하는 중국음식이 아니라는 눈치였습니다. 자신있게 소개한 제가 부끄러울 정도로 메뉴는 몇 저가락도 못집었습니다. 양파도 없었고. 쟈스민차도 없었고. 단무지도 없었고. 탕수육도 튀김옷이 달랐고, 짜장면은 더구나 없는 팀회식에 나만 배불리 먹고 왔습니다. 미안한 감정이 들더군요. 내가 생각하는 중국음식과 그들이 생각하는 중국음식은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중국음식은 중국 동북지방의 요리였고 홍콩, 대만의 음식이나 한국식의 중국음식에 익숙해있던 그들에게 아마 그번 팀회식은 최악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젠 그들이 중국음식을 찾으면 화교들의 중국음식이 먹고싶겠구나, 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메뉴중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것이 있어서 그들과 우리가 함께 어울릴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을 했더니 양고기꼬치구이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양꼬치구이는 한국인의 입맛에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독특한 냄새가 나는 향신료는 빼구요. 그 생각을 증명이라도 한듯 우리 동네인 역삼동에 새로 양꼬치구이점이 생겼는데 "호관점"이라는 상호아래 주 메뉴는 양고기꼬치구이였습니다. 놀랍게도 주방장에서 사장님까지 전부 한국인이더군요. 프랜차이즈로 역삼1호점이라는 이름을 단것을 보니 한국인이 만든 것 같았습니다. 우리만의 메뉴를 카피해간 것 같고 이젠 양고기꼬치구이마저 한국인이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먹어야 하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중의 누군가가 양고기꼬치구이메뉴를 프랜차이즈화하면 훨씬 더 맛있고 성공적으로 할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에는 한국사장님이 해냈다는 생각에 서운한 감도 있었습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제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사먹은 양고기꼬치구이는 신강사람이 했었던 것 같구 한동안 지나서야 연변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개량된 맛의 양고기꼬치구이가 히트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메뉴도 우리식으로 개량해서 먹었던 양고기꼬치구이, 그걸 한국에서 먹는 순간 감격스러웠던 때가 어제같은데 지금은 한국인사장님의 음식점에서 먹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양꼬치구이점이 많이 나오면 그때 가서는 한국인들이 양고기꼬치구이가 한국에서 나온 메뉴라고 고집할 날이 올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중국음식 그것은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것이 아니라 화교가 개량한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입맛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세월의 시련을 거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 그런 음식들을 누군가 정성껏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고 우리의 입맛을 대표할수 있는 그런 음식을 만들어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교포들이 사장님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화교사장님들이 중화요리로 한국음식문화에 기여했듯이 말입니다. 서빙이나 설겆이나 하는 단순노무직의 교포가 아닌 한국 사람의 입맛을 확실히 사로잡는 그런 메뉴를 들고 나오는 우리 교포사장님의 탄생을 사뭇 기대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교포대장금의 탄생을 기대한다고나 할까요?

 

안해금 프로필:

1975년생 연변대학 신문방송학과 졸

1998년-2003년: 연변방송국 보도부 기자

2004년-2005년: 한국디지털프린팅잡지 디피뉴스 취재기자

2005년-2006년: 한국보험전문지 중국보험전문기자

2006년-현재: ING생명 FC(파이낸셜 컨설턴트)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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