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
강제추방, 출입국관리소 인력으론 20년 걸려
자진출국자에 재입국 허용 등 ‘포용정책’ 펴야

 

이철승 소장이 21일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필리핀 노동자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상진 기자]
“마이(많이) 아파요.여기 또 여기…”

21일 오후. 경남 창원시 팔용동 허름한 건물 3, 4층에 자리잡은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한 필리핀 노동자가 어눌한 한국말로 상담원에게 팔과 다리를 보여주며 산업재해를 입은 뒤 남은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쉼터에는 산업재해를 입은 뒤 직장에서 밀려나 오갈데 없는 외국인 근로자와 남편의 폭행을 피해 나온 외국인 주부 등 2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창원공단 4만5000여명의 외국인 노동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섰던 이 상담소가 이번 달로 10주년을 맞았다. 기념사업으로 그동안 발자취를 담은 500쪽짜리 현장보고서 ‘이주민의 대한민국’을 펴냈다. 7일 창원대에서는 ‘한국 이주노동자 고용과 노동실태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의 국제포럼도 열었다.

1998년 5월 문을 연 상담소는 해마다 2000여건의 상담을 처리해 왔다. 지난해 체불임금, 퇴직금, 산업재해 보상금 10억여원을 받아낼 정도로 경남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의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에는 산업기술연수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을 내 일부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받아내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활발한 활동을 이끄는 이철승(45)소장을 만났다.

-10년전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에 관심을 가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94년 미국뉴욕에 갔을 때 할렘지역에서 흑인인권운동단체가 흑인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다양한 이민자들간의 갈등 해소 방안에 상당한 준비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던 미국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한국도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귀국한뒤 96년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였고 97년10월부터 외국인 노동자 상담활동부터 시작하다가 98년 5월에 상담소 문을 열었습니다.”

-2003년 산업기술연수생 제도의 위헌판결을 받아낸 것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 온 외국인근로자들은 중소기업청 고시와 출입국관리법,노동부 지침의 규제를 받습니다. 이 가운데 노동부의 지침은 노동관련법의 일부조항만 적용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퇴직금과 각종수당을 차등지급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위헌판결을 받아 낸 것입니다.”

-필요한 상담소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나요.

“대한기독교감리교회 1억5000만원, 자치단체 2500만원, 후원금 등 2억여원으로 운영합니다. 불법체류자 단속이 벌어지면 외국인 근로자 60여명이 몰려옵니다. 하루에 쌀 한가마가 금방 없어지죠. 기름값이 오르면서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없는게 안타깝습니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됩니까.

“국내 불법체류자가 23만명입니다. 강제추방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2004∼2007년 4년동안 겨우 4만명을 쫓아냈습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인력 2000여명으로는 불법체류자를 찾아 추방하려면 20여년이 걸립니다. 불법 체류자를 강제추방으로 줄이는데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강제추방을 밀어붙이면 외국인 혐오감만 생기고 사회통합에도 좋지 않습니다. 독일이 좋은 모델입니다. 노동허가기간이 끝난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특별노동허가를 줘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도 유럽모델을 연구해서 적절한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2006년 자진출국하면 1년뒤 재입국허용제도를 도입해 중국동포를 16만명에서 6만명으로 줄인 사례도 좋다고 봅니다.”

김상진 기자

◇이철승 소장=대한기독교감리교 소속 목사다. 1986년 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자들을 돕는 목회활동을 하려고 창원공단으로 내려왔다. 신학대학시절 도시빈민선교단체인 도시산업선교회에서 활동하며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실상을 목격한 뒤였다. 그러나 80년대 말 노조가 활성화되고 노동운동가들이 근로자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권익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활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신학대학 은사인 함석헌 선생이 지어준 이름의 ‘씨알교회’(마산시 구암동)를 맡고 있다. 동아일보 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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