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의 거장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제21회 지용제가 충북 옥천군 옥천읍 지용생가와 관성회관 일원에서 16일부터 18일까지 펼쳐졌다.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최하고 지용회를 비롯한 각 문화예술단체 주관으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는 17일에 전국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서울~옥천간 운행하는 '지용문학관광열차'를 이용해 열차 안에서 시노래 공연 감상과 정지용다큐 시청, 가족시 낙서전 등을 즐길 수 있는 등 시와 사람이 어우러진 멋진 열차이벤트가 준비되어 이목을 끌었다.

▲ 정지용 동상
특히 관성회관에는 이근배 시인을 비롯 태백산맥의 조정래, 칼의 노래 김 훈 등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시인과 문학가 480명이 서울에서 지용문학관광열차를 타고 모여들었다.

지용선생의 시세계 조명, 생가 둘러보기, 체험행사, 축하공연 등을 체험하고 작은도서관 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은 16~17일 관성회관, 18일 죽향초등학교 등에서 '책읽는 버스'를 운행해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책마당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 연변주 연변작가협회 전 주석이며 현임 연변주 사회과학연합회 주석인 김학천 선생과 연변사회과학연합회 판공실 최동익 주임, 연변작가협회 시인협회 김영건 주임, 서울 동북아신문 이동렬 편집국장 등도 참석하였다. 그 바쁜 와중에도 옥천문화원 이인석 원장과 공무원들이 손님을 따뜻이 안내해주었고, 옥천군 중앙의원 송세헌 원장(시인)을 비롯해 김욱중 시인, 문정규 시인, 박인정 시인, 박권수 시인 등은 연변시인들과 함께 한중시인 시합평회를 열고 교류를 하기도 하였다.

금번에는 정지용문학상 김초혜 시인이 제20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사람이 그리워서’에 실린 ‘마음 화상’. 심사위원단은 수상작에 대해 “눈물겨운 인간적 마음의 교류, 그 파문을 군더더기 말을 극도로 배제한 ‘침묵의 언어미학’을 통해 날렵하게 형상화했다”고 평했다.

▲ 옥천 여류시인들과 함께
▲ 연변에서 초청되어 온 시인과 손님들

첨부: [18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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