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칼럼>

중국동포들이 한국국적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하나 있다. 바로 귀화시험이다. 귀화시험 내용은 대체로 한국의 초등학교 고급학년 수준의 상식들로 특히 한국사에 대한 지문이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며칠 전 귀화시험에 합격한, 중국 목단강에서 온 반경선 씨에게 귀화시험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귀회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은 한국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지요.

중국에서 배우지 못한 한국 역사에 관한 지문이 몇 개 있었어요.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탈락되었을지 모르죠. 귀화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국사책도 읽었더니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반 씨는 중국에서 배우지 못한 한국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귀화시험을 준비하는 중국동포들에게 주말마다 귀화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 역시 한국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중국에서 12년간 조선족교육을 받았지만, 아무리 되새겨 봐도 한글을 창시자가 세종대왕이었다는 것을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의 이름은 알아도 한국의 마지막 황제는 누구인지를 모르고, 유명한‘삼국연의(三國演義)’의 저자는 것은 알아도 한국의‘삼국사기’는 어느 세 나라를 말하며, 누가 썼는지도 몰랐다.
중국 지폐에 그려진 역사인물에 대해서 알아도 한국 지폐에 그려진 역사인물에 대해서는 한 명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해마다 달력이 바뀌지만 항상 적혀있는 5.18민주화운동기념일, 6.10민주항쟁기념일 등 역사사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필자가 한국으로 귀화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이없어 할 일이다. 그렇다고 모르면서 아는 척 하고 싶지는 않다. 더욱이 어떠한 이유로도 민족의 역사에 대한 잘 모르는 것에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수많은 재중동포들이 고국에서 장기체류하다가 귀국할 때까지도 한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었다면, 이는 동포들을 탓하기 전에 고국에서는 무엇을 했냐고 반문하고 싶다.
한중수교 16년, 두 나라 관계가 바야흐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 이제는 양국관계에 걸맞게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중 외교 단절로 40여 년간 방임되어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중국에서 살고 있는 200만 재중동포들에 대한 정확히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과 너무 다른 시회체제 속에서 60년대 인민공사운동, 70년대 문화대혁명, 80년대 개혁개방, 90년대 한·중 수교 등 중대한 시기를 거쳐 오면서 나름대로 그들만의 역사가 있을 것이다.

만약 재외동포의 역사도 한국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정부는 40년 동안 있었던 재중동포들의 역사를 국사책의 한부분에 적어 넣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서 현대사 내용을 보면 재외동포들의 역사는 빠져있다. 재외동포가 국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한국정부가 재외동포들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 역시 문제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수많은 중국동포들에게 한국에서 기본으로 통하는 국사상식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한국은 과연 재외동포들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묻고 싶다. 이제라도 지난 20세기 50년 동안 있은 재외동포들의 역사를 국사책에 기록하여 재외동포도 민족역사의 주인공임을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