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삼의 문학노트

두루미 1

빨간 관이 서러워
집게 같은 주둥이 까맣게 쳐들고
하늘 향해 내민 혀
하얀 소리 굴러내다

그림자마저 당겨서 품는 회색 덩어리

귀하셔서 절종絶種하시려나?
그리움 없이는 못사는 종족
알도 짝을 지어 남기다



두루미 2


강이 좋아
강에서 자네
겨울보다 따스해
가지 같은 긴 다리
자도 물에서 서서 잔다네.

황어도 좋지만
천적天敵은 시끄러워
겨울 두루미는 호수에서 서서 자네



두루미 3

비속의 가지는
넋 없어 휘날리네.

공중 뜬 모가지만
붉은 관 바쳐 올리네.

들판엔 파도 같은 눈보라 일고
점점이 떠가는 일점홍

학이라 부르면 천하여질까
두루미는 고고하네.




두루미 4

하늘이 내리는 몸
양발은 어디 메
호수에도 길은 따로 있어
두루미의 길

멋지다 어여뻐
하늘 나는 그림자
천길 물도
엉덩이 덮은 날개 끝에 끌려가네.



낙엽이 떨어지던 날

바람의 살결이 흩날리네.

고기의 비늘 같은
낙엽이 멀어지는
랑랑한 소리

아가의 웃음소리는 비오는 창가서 맴돌고
낙엽이 하늘 밑에서 지고
기별은 그리워, 늘
이별의 허기진 엉덩이는 낯익어 가고
지붕으로 치솟는 눈길에
낙엽이 떨어지던 날.

오라, 오어라, 오어시라
즐거운 바람
상어는 달나라 날아갔다지.

07년 11월 12일.



황혼

해가 임종의 자리 펴다

닫쳐지는 천문天门 틈새로
새어나오는
천수의 반짝임

그림자 벗어
허울 잃은 만물은
식어가는 평온함

산이 자라 하늘을 물동이처럼 떠이다.



어떤 의미 2

다가옴이 없이 오기만 하는 긴 순간

보얀 살 들춰보면
속으로 영그는
완결함

맑은 해탈은 끝나야함을 아는 굶주림의 지혜

청신한 하늘 떠가는
빈껍데기

벌.



6월의 아름답다할 풍경

끝끝내는
풍만해지는 6월에
헛된 마음을 다시금 매장하다

속옷 터치고 새어나온 젖통은
발효된 흰 만두처럼 부풀고
다정한 여인의 샘 같은 발가락은
반짝이며 냇가에 파고들고
바람 찌른 가지의 잎새
하늘 밖 숨 쉬다

토막의 생명을 꿰매며
순교자의 피 상상하고
생명의 잃어버린 속성은
여인의 혀끝에서 흘러 내리다

찬란해질 정오 한나절에
순환의 부활을 살구씨처럼 깨물며
하늘의 높이 생각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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