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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수림속을 헤메고있었다. 가고가도 끝없는 밀림, 한고개를 넘고 또 한고개를 넘고 그래도 숲은 끝날줄을 몰랐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멀리 아득히 펼쳐진 평야가 보였다. 창호는 죽기내기로 산을 내려 평야로 달려갔다. 목이 말랐다. 그곳에 물이 있을것 같았다. 둥둥 몸이 하늘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창호는 새가 되여 평야로 날아갔다. 아찔하게 몸이 추락하고있었다. 땅우에 내리자 창호는 평야가 끝없는 락엽송림이라는것을 알았다. 동서남북을 분간할수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갑자기 붉은 기둥이 솟구치며 불이 붙고있었다. 끝없는 락엽송림이 불바다가 되여서 타고있었다. 바람이 불면서 불기둥의 회오리가 울부짖었다. 나무가 타면서 터지는 소리와 불기둥이 회오리치면서 북치는듯한 소리를 질렀다. 창호는 죽기내기로 뛰였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매단듯 한걸음 나가는것이 천근이 되도록 무거웠다. 목이 말랐다. 불이 입속으로 들어오고있었다. 물, 물, 무우-울!... 갑자기 강물이 나타났다. 창호는 강가도 달려가서 강물에 얼굴을 박고 물을 마셨다. 그러나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강물도 뜨거웠다. 그래도 마셨다. 그러나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실수록 갈증은 참을수 없었다. 물, 물, 물...

창호는 물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눈을 떴다. 바람을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이 바늘로 찌르듯 목이 말랐다. 입안이 말라 텁텁했고 혀마저 뻣뻣하니 감각이 없었다. 창호는 본능적으로 물고뿌를 찾았다. 집안은 어둑했다. 카덴을 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아 날이 밝아있음을 알수 있었다. 옆에 긴머리를 베개우에 드리우고 어떤 녀자가 잠자고있었다. 고르럽게 가릉가릉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며 창호는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애썼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창호는 목을 감고있는 녀자의 팔을 살며시 들어 이불밑에 넣어주었다. 눈을 감고 잠자고있는 녀자의 모습이 너무나도 평온하고 평화스러웠다. 화장기를 벗은 얼굴의 선들이 우아하게 부드러웠다. 갸름한 편인 얼굴과 활처럼 후러든 눈섭이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도톰히 내민 입술이 응석을 부리는듯싶었다. 미인이라고 할만큼 화려하지 않았지만 누구든 이쁘다라는 말을 아낄것 같지 않았다.

창호는 어제 저녁일들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정준태와 함께 <<고향마을>>이라는 상호를 가진 이 집에 왔고 지금 옆에서 잠들고있는, 지극히 전통적인 냄새가 풍기는, 나래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녀자와 짝이 되였다. 그리고 정준태의 파트너와 나래가 하는 음탕한 쇼를 보았고 해괴하고 음란한 방법으로 술을 마셨다. 폭탄주 석잔을 마신 기억까지 있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였는지 기억에 없었다. 지금 자고있는 나래라는 이 녀자와 어떻게 한이불속에 들었는지, 정준태는 어디에 있는지 창호는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그 기억마저도 머나먼 풍경처럼 아득히 멀어져있어 현실감이 잡히지 않았다.

집안은 크지 않았지만 어느 부유한 가정의 침실처럼 아늑하게 꾸며져있었다. 창호는 물을 찾으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옆에서 자던 나래가 눈을 떴다.

<<왜 일어나? 더 자.>>

<<목이 말라.>>

나래는 알몸 그대로 일어나더니 랭장고안에 넣어둔 보리차를 가져다 창호에게 주었다. 창호는 단숨에 물 한컵을 마셔버렸다.

<<더 가져와?>>

창호는 나래의 풋풋한 젖가슴에 피끗 눈길을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 두컵을 마시자 타는듯하던 목이 달래졌다. 반쯤 베개에 몸을 맞긴 창호의 옆으로 나래가 기여들어와 그의 가슴을 안았다.

<<졸려, 더 자. 응?>>

<<정사장은 어디 있어?>>

<<어제 저녁 돌아갔어요.>>

<<아니, 그렇게 술 마시고?>>

나래는 머리를 들어 빠금히 창호를 바라보았다.

<<대리운전시켜서 갔지뭐. 많이 취하셨어... 빨리 누워, 더 자.>>

창호는 머리가 무거웠지만 잠기가 없어졌다. 돈주고 하루밤을 산 녀자, 도덕적인 자책감은 없었다. 아니, 그런 판단을 하려고 서둔적이 없었다. 어제 저녁 이 집에 들어설 때에는 어떤 긴장감이 있은것은 사실이였다. 그러나 이 순간 창호에게는 오히려 가을의 수림속에 있는듯한 편안함이 깃들고있었다. 창호는 나래의 가슴을 만졌다. 오렌지같은 녀자, 그런 향기가 이 녀자에서 난다고 그는 생각했다. 풍만하다고 할수는 없었지만 오렌지를 만지듯 탄력있게 부풀어있었다. 창호의 뇌리에 환영같은것이 스쳤다. 아직은 소년이였던 시절에 본, 총상을 입은 녀자애의 젖가슴이였다. 빨간 피가 하얀 젖가슴을 적시고있었다. 그리고 핑크빛의 유두가 보였다. 야성에 가까운 흥분이 찾아왔다. 창호는 나래의 가슴에로 자기의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핑크빛이 아닌, 조금은 색갈이 죽어있는 나래의 유두를 입안에 넣었다. 피비린내같은것이 났다. 그리고 그속에 연한 비누냄새가 섞여있었다.

창호의 손이 천천히 도도록한 녀자의 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숲이 무성했고 골짜기에 내물이 촉촉했다. 창호는 어제 저녁에 이 골짜기에서 닭걀이 나오고 맥주가 나오고 담배연기가 나오고 하던것을 기억했다. 창호의 남자가 곤두섰다. 한입 가득한 녀자의 유두를 피가 나도록 깨물고싶었다. 그러면서 눈앞에 가까이 다가오는 녀자의 피흐르는 가슴에 치를 떨었다. 창호는 집요하게 흔들고있는 눈앞의 환영을 지우고싶은듯 머리를 저으며 나래를 끌어안았다.

<<아, 아...>>

나래가 신음을 했다. 참을수 없는 격정의 순간에 나래가 소리쳤다.

<<오빠, 나 시집갈래!...>>

주인은 도자기작업실을 꾸리는 사람이였는데 겸해서 갈비전문식당도 경영하고있었다. 예술인답게 꾸려진 방안에는 주인의 작품이라는 도자기작품이 진렬되여있었고 몇점의 추상화가 벽에 붙어있었다. 소박한 도자기작품과 농가를 련상하는 건물이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고있었다. 마당에는 작은 분수가 있었고 비단잉어가 분수못에서 놀고있는것이 창문을 통해서 환히 내다보였다. 마당의 화단과 집가 주위에 장미가 가득한것이 이색적이였다.

나래는 갈비가 들어오기전 시간의 한가로움에 젖은듯 명상적이 되여있었다. 그것이 이쁘게 보였다. 창호는 이렇게 한가로움에 젖어있는 나래에게서 륜락의 음탕한 냄새를 맡을수 없었다. 오히려 사랑스럽다는, 오래전에 만났던 친구나 애인과 같은 그런 느낌이 더 들었다. 이상했다. 하루밤의 녀자가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된거지?>>

창호는 왜 이런 륜락의 길까지 왔는가 묻고있었으나 꼭 찍어서 묻기는 자존심을 건드릴것 같아 에돌았다. 다행히 나래는 알아듣고있었다. 명상과 같은 표정을 지우며 나래가 얼굴을 돌렸다.

<<로맨스라도 듣고싶으거야?>>

<<아니, 그런건 아니고, 나 중국사람이라는걸 몰라?>>

나래의 얼굴에서 미안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미안해. 오빠 중국사람같지 않아. 한국 시골서 온 사람같아.>>

창호는 어이가 없었다. 아직까지 창호를 시골사람이라고 한 사람은 없었다. 도시에서 자랐고 도시의 냄새에 젖어있는 창호를 시골사람이라니? 창호는 웃고말았다. 자존심이 건드려졌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만한 도시인의 자신은 있었다.

<<그렇게 보여?>>

<<소박해. 글구 순수해보여.>>

창호는 개성이 모가 난 사람은 아니였다. 그러나 순수하다는 평을 듣고있는 사람은 아니였다.

<<처음이야. 순수하다는 평은. 그렇게 보여져?>>

나래는 가볍게 입가에 미소를 붙혔다.

<<만나는 첫마디에 그렇게 느껴졌어. 중국에는...>>

나래는 적당한 단어를 찾느라고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오팔팔이나 미아리같은 곳이 없어?>>

창호는 나래가 중국에는 륜락가가 있는가를 묻고있음을 알아차렸다.

<<없지. 사회주의나라이니까.>>

<<그-래? 그럼 륜락으로 살아가는 녀자들도 없어?>>

창호는 이 문제를 있다 없다로 나래를 리해하게 하기 어려움을 알고있었다. 동안을 생각하고 창호가 대답했다.

<<있다라고 할수도 있고 없다라고 할수도 있지.>>

나래가 쿡 웃었다.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 중성이야?>>

창호도 웃고 말았다.

<<중성이야 아니겠지. 그러나 나라의 법으로 볼 때는 절대적으로 있을수 없고 음성으로 볼 때는 그런 사람들이 없을수 없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언제나 단속을 당하지. 붙잡혀가고 벌금을 하고 로동교양을 하고...>>

<<로동교양?>>

<<그래, 강제로동을 하는거지. 그래도 단속이 되지 않아. 마치 부추를 베듯이 베면 또 자라고...>>

<<머리카락은 아니고?>>

나래가 까불거리는 눈길을 주며 한마디 하고는 깔깔거렸다.

창호는 이 녀자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웃는 모습이 순진했다.

갈비가 들어왔다. 40대중반의 녀자 서빙이 갈비를 불판에 놓고 고기가 익기 시작하자 가위로 먹을만큼 베여서놓고는 맛있게 드세요 하고 나갔다. 나래가 고기를 집다가 무언가를 기다리고있는 창호를 바라보았다.

<<왜? 다 됐어. 먹어도 돼.>>

어제 저녁 먹은 술때문에 속이 팔팔했다. 맥주라도 한잔 마시면 해정이라도 하고싶었다.

나래가 할끗 창호를 쳐다보면서 머리를 갸웃 했다.

<<중국에서는 점심에 술 먹어도 돼? 한국에서는 점심에 술먹는놈 미친놈 취급해. 회사라면 당장 잘리우고 말걸.>>

창호는 빙긋 웃었다.

<<자본주의는 비인도적이야. 먹는 음식인데 왜 때를 가려? 중국에서는 정심부터 술상이 벌어지는건 당연한거야.>>

<<그럼 오후 일 어떻게 해? 술마시고 일 할수 있어?>>

창호는 나래의 중국에 대한 무지가 오히려 순진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중국은 만만디라지 않아? 소털같은 날 뭐가 급해?>>

<<그럼 일 안하고 살아?>>

고기를 씹으며 창호는 여유있게 대답했다.

<<중국에 한번 와봐. 그 중국 만만디가 쌓은 장성도 보고 이화원도 보고 자금성도 보고...>>

나래가 아는체를 했다.

<<국민학교때 경북궁에 갔었거든. 자금성이라는 왕궁도 그렇게 커?>>

창호는 그만 푹 하고 웃고말았다. 소학교학생과 같은 질문을 하는 나래가 오히려 귀여워보였다.

<<자금성은 왕궁이 아니고 황궁이야. 경북궁을 황제의 별궁인 이화원의 뒤마당에 비해도 음...>>

창호는 나래가 리해할수 있는 비유를 찾으려고 땀을 뺐다. 그러면서 장성이며 십삼릉이며를 이야기했고 항주며 려산이며 황산이며 낙산대불이며 하는 경관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래는 감탄을 하면서도 상상이 되는 표정이 아니였다.

<<한번 중국 관광가야겠어. 오빠 나 가면 가이드해줄래?>>

창호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지나가는 말로 대답했다.

<<물론. 최고의 서비스를 할거야.>>

나래의 표정이 진지했다.

<<중국 살기 좋아?>>

창호는 약간 턱을 쳐들고 자기를 바라보는 나래를 주시하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가 잠간 궁리를 했다. 살기가 좋다면 한국과 같은 물질수준은 아니였다. 그렇다고 한국에 와 있는 동안 한국에서 살고싶다는 마음이 생긴것은 아니였다. 아버지의 고향이였지만 정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인적인 바탕이 없었다.

<<중국말에 이런 말이 있어. 어느 황토든 어찌 사람이 묻히지 않으리오 라는 말이거든. 인간은 어떤곳에서든지 살아갈수 있다는 뜻이 될거야. 우리 말의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되겠지. 중국은 한국에 비하면 물질적으로는 비할바가 안돼. 그러나 시각마다 변화를 느껴... 그리구 중국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커. 한국과 중국을 비한다면 코끼리와 토끼라고 비할가? 아무튼 그런 느낌이야. 한번 일어서는데도 시간이 걸리거든. 그러나 일어만 서면 잘 갈거야. 뛰기 시작하면 멈추려 해도 잘 안될걸...>>

창호는 무의식적이였지만 중국을 리상화하고있었다.

나래는 창호의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어떤 나라일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나라이지만 이상한 솰라솰라를 내뿜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나라, 창호의 말처럼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평선에서 해가 지는 평원을 가진 나라, 한국으로 말하면 한개 도에 속하는 행정구가 대한민국의 수배가 되는 땅을 가진 나라, 인구만 해도 13억이 된단다!

나래는 눈을 올롱하게 뜨고있었다. 창호를 바라보는 눈길에 미망(迷妄)과 진지함이 섞여있었다.

<<나 중국 갈가? 오빠 받아줄거야?>>

창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왜? 안될것 있어? 나래가 중국 오면 공주처럼 만들어주지.>>

<<정말이야?>>

<<왜 거짓말같아? 나 아직 거짓말에 숙달한 사람이 아니거든.>>

나래가 서빙을 불렀다.

<<아줌마 맥주 가져다주어요!>>

서빙이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나래가 맥주를 창호의 컵에 붓고 술병을 창호에게 내밀었다.

<<오빠 부어줘.>>

술을 붓자 나래가 컵을 들었다.

<<오빠 말 믿을거야. 이제 중국 가면 오빠 다 해줄거지?>>

창호는 맥주컵을 들어 나래의 컵에 부딫쳤다.

<<나 식언을 하는 사람 아니야. 그럼 다시 중국에서 만난다는 의미에서 건배!>>

<<건배!...>>

창호의 눈은 장난기 어린 미소로 물들어있었다. 그러나 나래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썩 후에 일이였만 나래는 창호의 약속을 흘러가는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오후의 해빛이 무르익어 화사했으나 가을의 숨결을 머금고있어 다정했다. 집주위는 관목들로 무성했고 집주위를 에워싼 화단의 장미숲이 싱그러운 향기를 발하고있었다. 집마당의 한끝에 서너사람이 들어갈만한 아담한 정자가 있었다. 나래와 창호는 정자의 통나무의자에 앉아 숲내음이 들어있는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밀려오는 취기를 쫓고있었다. 나래의 얼굴이 감상적이 되여있었다.

<<오빠, 나 왜 오빠하고 여기 오자고했는지 알아?>>

<<왜?>>

나래는 주건물옆의 공지에서 장작을 쌓고있는 중년의 남자를 가리켰다.

<<저분이 이 집의 사장이야.>>

길다란 머리만 아니라면 시골 어디서나 쉽게 만날수 있는 촌부의 모습이였다.

<<화백이라고 했지?>>

나래가 대답했다.

<<그래. 미술공부를 할 때 무지무지 어려웠었대. 우리 나라도 그런 때가 있었지 않아? 60년대에는 우리 나라도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였었지 않아. 그때 저 김사장님은 사랑하는 녀자가 있었는데 도움이 많았대. 가죽공장에 다니면서 돈벌어 저분 미술공부시켰대. 가난한 사람이라고 친정에서는 결혼도 승낙하지 않았다나. 그래 세방 얻어 동거를 시작했는데 그날 김사장님은 성공하는 날 장미 만송이를 선사하겠다고 약속을 했대. 근데 성공을 해서 여기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사모님이 쓰러졌대. 간암이였대... 결국 신장개업을 보지 못하고 가버리고말았지... 지금 집주위 어디나 장미가 가득한것은 김사장이 가버린 마누라게 한 약속을 지키려는거래. 꼭 만구루 장미래... 아까 서빙하던 녀자 봤지? 그분은 김사장의 후처야...>>

슬프디 슬픈, 그러나 따스한 이야기였다. 가난과 좌절을 거듭해온 사내, 촌부와 같은 저 사람의 모습에서 그런 흔들지 않는 사랑과 끈질긴 추구를 련상할수 없었다.

창호는 카이란을 생각했다. 헤여지는 그날 그들은 어떤 약속을 했던가? 다시 만나자고, 꼭 만날거라고, 안되면 저승에서라도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던가? 그랬던것 같았다. 그러나 창호에게 남은것은 아련한 슬픔과 추억일뿐이였다.

멀리 어딘가를 주시하고있는 나래를 바라보며 창호는 질탕한 륜락과 오욕의 진탕을 련결시킬수 없었다. 푸른 숲, 푸른 골짜기, 그리고 녹음의 향기 가녀린 시골 전원의 정취, 창호는 자기가 울고싶다고 느끼고있었다.

<<나래, 너 참 이뻐...>>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이른 저녁이였다. 숙소를 정하고있는 려관에 들어서자 창호는 정준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렴창호입니다... 결심을 내렸습니다. 이제 중국 돌아가면 사직을 신청하겠습니다....>>

오래인 고민이 이처럼 빨리 결심으로 다가온것이 창호도 놀라웠다. 서울로 들어오는 시외뻐스에서 창호는 결심을 내렸고 오래동안 고민했던 자신이 조금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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