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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서니 면담을 하겠다고 와있는 처녀애들로 소란스러웠다. 창호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일제히 입을 다물었지만 분위기에는 그 여운이 감돌고있었다. 금방 캉아저씨를 만났고 카이란과의 과거를 회상해서인지 창호는 심기가 많이 갈앉아있었고 가슴에 아련한 아픔기가 서려있었다.

창호는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사무상에 가 앉았다. 정준태가 창호를 도와주라고 해서 와있는 인순이가 주눅이 들어있는 녀자애들에게 말했다.

<<이분이 렴경리입니다. 면담은 렴경리와 하게 됩니다. 한사람 한사람 하겠으니 한분만 남고 다른 분들은 나가 기다려주세요.>>

녀자애들이 우르르 쓸어나갔다. 인순이가 마지막으로 나가는 녀자애를 불러세웠다.

<<잠간만요, 첫사람으로 남으세요.>>

녀자애가 돌아서서 창호의 사무상앞에 다가왔다. 인상이 별로였다. 중등키에 균형이 잡힌 몸매였지만 촌스러워보였다. 창호는 몇마디 묻지 않고 내보내고는 이름자옆에 승표를 쳐놓았다.

그 녀자애가 나가자 다른 녀자애가 들어왔다. 역시 인상이 별로였다. 덩치가 너무 커보였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복무원이 덩치가 너무 크면 손님에게 강압감을 줄수 있다는게 창호의 생각이였다. 창호는 이름만 묻고 그 녀자애를 내보내고 역시 승표를 쳐놓았다.

다시 다른 녀자애가 들어왔다. 인상이 여전히 별로였다. 그래서 그런대로 면접이라는 의미가 될만큼 묻고 내보냈다.

문이 열렸다. 창호는 들어오는 사람을 보지도 않고 이름부터 물었다. 그러나 대답하는 목소리는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창호씨 왜 그러세요? 미인선발이라도 하실거예요? 아님 색시감이라도 고르는거예요?>>

창호는 고개를 들었다. 인순이가 리해를 할수 없다는듯 고개를 갸웃하고 창호에게 말하고있었다. 창호는 눈을 슴벅거렸다. 내가 잘못됐나?

<<애들 왜 그렇게 촌스러워요? 우리 일은 서비스업인데 그런 애들 서빙시켰다가 손님들 농촌 장터에 온줄 알지 않겠어요?>>

인순이가 어이없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었다.

<<도시애들이 식당이나 노래방에서 복무원하겠다고 나설 애들 있을것 같아요? 농촌에서 온 애들이니까 촌스러운건 당연하지요.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가 하는 문제얘요.>>

<<교육을요? 당금 개업인데 언제 교육이고 뭐가가 있어요? 정사장은 매일 언제 개업을 하는가 전화로 체크하고있어요.>>

서서 말하던 인순이는 손님용으로 놓은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렇게 복무원을 고르다가는 다섯사람도 고르기 힘들거예요. 그래도 그중 괜찮아보이는 애들을 먼저 들여보냈는데 그렇게 조건을 높이면 어떻게 해요? 개업이 중요하다는 분이?>>

창호는 인순이의 말에 도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창호는 심중에 가득히 차있던 과거를 털어버리려는듯 피씩 웃었다.

<<알겠어요. 그럼 이담 인순씨가 애들 교육 좀 책임져주어요.>>

인순이가 일어섰다.

<<최선은 다하겠지만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예요. 너무 눈높이를 높이지 마세요. 복무원이니까 수수해도 인상이 맑은 애들이면 할수 있어요. 이쁘면 이런 일 하려고도 안할거고, 한다고 하더라도 도시물 반년을 먹고나면 다 튀여버릴거얘요. 서빙도 하고 청소도 할만한 애들을 고른다고 생각하세요.>>

창호는 인순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인순씨는 넘 세련된거군요. 알았습니다. 이제 미인선발에서 일군선발로 표준을 바꾸지요.>>

인순이는 웃으며 일어섰다.

<<전 렴선생이 애인감을 고르는줄 알았어요... 표준이 그렇게 낮은분이 아니겠는데 하면서도요.>>

창호는 대뜸 김포공항에서 나래와 헤여지던 순간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 녀자가 지금 나래를 귀뜸하고있는것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창호는 조롱기 있는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이런 일은 우리 정준태사장이 제격이겠는데... 녀자를 보는 눈은 틀림이 없으니까.>>

인순이는 말의 다른 의미를 가려듣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한국사람들은요, 말뚝에 치마를 둘러놓아도 칭찬을 해주고 가거든요. 모르시죠? 창호씨는 아직 순수파에 속하지요...>>

<<그랬나?>>

<<공부 좀 더하셔야 할걸요?>>

인순이는 말하면서 사무실에서 나갔다. 인차 녀자애 하나가 들어섰다.

정서와 표준이 바뀌자 그런대로 쓸만한 애들이 있었다. 적어놓은 이름에 오케이라고 체크를 하고 세여보니 이미 정원이 넘어서고있었다. 창호는 이제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사람을 불렀다.

<<빨리 들어오세요. 시간이 없어요.>>

문이 열렸다. 긴 머리에 가냘픈 어깨를 가진 녀자애가 들어섰다. 큰 눈이 겁기를 먹은듯 했고 하얀 얼굴이 병색처럼 창백했다. 그런대로 발육은 잘돼있어보였고 긴 다리가 인상적이였다.

<<이름은?>>

<<아-?>>

<<이름을 어떻게 쓰는가 물었어요.>>

녀자애가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어왔다.

<<썬머?>>

창호는 이런 제기 하면서 조선말 모르는 조선족애인가부다 생각하면서도 기어이 조선말로 말했다.

<<부모님들 조선말교육 안시켰어요?>>

녀자애는 주눅이 든 눈길로 창호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했다.

<<저는 한족이예요.>>

<<한족?>>

창호는 다시 녀자애를 뜯어보았다. 한족이라고 느낄만한데는 큰 눈과 길다란 다리뿐이였다. 미인이라는 인상은 아니였다. 그러나 균형이 잡힌 얼굴의 부드러운 선들이 앳되고 깜찍한 인형같은 감을 주었다. 창호는 중국말로 바꾸었다.

<<한족이예요?>>

<<네. 저는 한족이예요.>>

<<오-!>>

긍정적인 대답을 들으며 창호는 감탄표 하나를 던졌다.

창호의 원래 계획에는 한족을 복무원으로 쓰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하이란시가 조선족이 많이 사는 곳이고 손님의 주요 대상을 한국사람과 조선족을 래원으로 할 생각으로 경영의 방향을 잡았기때문이였다. 창호는 한족은 쓰지 않는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녀자애의 가여워보이는 얼굴을 보았을 때 그 말은 목구멍에서 톡톡 튀다가 내려가버렸다.

<<고향은 어디죠?>>

고향을 묻는 순간 창호는 따구쟈를 생각했고 따구쟈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는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퉁즈산이 아니예요?>>

따구쟈는 통즈산현에 있었다.

녀자애는 말끄럼히 창호를 쳐다보며 머리를 저었다.

<<전 흑룡강사람이예요.>>

<<어!>>

창호는 저도 모르게 실망하며 가벼운 숨을 내뿜었다.

<<그래요?>>

<<이름은?>>

녀자애는 처음보다 긴장감을 풀고 많이 차분해져있었다.

<<레이훙.>>

창호는 가슴에서 질그릇쪼각이 깨지는 소리가 나는 것을 느꼈다.

<<레이-훙?!>>

<<네.>>

<<성이 레이얘요?>>

녀자애의 표정에 긴장감이 뜨고있었다.

<<우뢰라는 레이구요, 이름은 무지개라는 훙자예요.>>

<<아버지가 성이 레이였어요?>>

이렇게 묻고나자 순간 창호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다. 아버지가 성이 레이니까 자식도 당연히 레이가 아니겠는가? 창호는 그 실수를 만구하려는 듯 한마디 보탰다.

<<우뢰라는 뢰자에 무지개 홍자라, 참 문학적인 이름이군요?>>

레이훙은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전 소흥안령 시골에서 살았어요. 여기 하이란시는 제일 먼곳으로 와보는것이예요.>>

그러나 시골티가 다분하지는 않았다. 어딘가 당당한데가 있었고 엄한 교양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창호는 카이란을 련상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녀자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먼저 나가보세요.>>

<<부탁하겠어요.>>

레이훙은 나가면서 인사를 했다. 그러나 조선족녀자들처럼 허리를 움직여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레이훙이 나가자 창호는 레이훙이라는 이름을 쓰고 오래동안 그 이름을 들여다보았다. 레이훙이라, 카이란의 성씨도 우뢰라는 뢰자였다. 카이란의 얼굴이 느닷없이 떠올랐다. 오늘은 이상하기만 했다. 캉아저씨가 아프대서 갔더니 카이란을 묻고 면접을 하느라니 또 카이란과 성씨가 같은 중국녀자애를 면접해야 되고...

창호는 묵묵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갔을 때에야 창호는 레이훙이 나간후로 더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창호는 레이훙의 이름옆에 동그라미를 치고는 밖에 소리쳤다.

<<다음분 없어요? 인순씨!>>

인순이가 들어왔다.

<<다 보았어요. 그 한족애는 우정 마지막에 들여보냈어요. 안될줄 알면서도 너무 울먹거리며 사정하길래.>>

창호는 사무상에서 일어서며 갸우뚱 했다.

<<사정해요?>>

<<네, 조선족들과 일하고싶다고, 꼭 해야 한다고 하길래 돈없이 도시로 들어온줄 알고 물었더니 그런 상황은 아니였어요.>>

창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면접에 합격된 사람의 이름을 적은 명단을 인순이에게 내밀었다.

<<인순씨는 녀자니까 녀자의 눈으로 한번 검토해보세요.>>

인순이는 깐깐하게 이름 하나하나를 읽어내려가며 고개를 끄덕여도 보고 몇마디 평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이름에 눈길이 멈추어졌을 때 소스라치듯 고개를 들었다. 눈길에 이상하고 놀랍다는 기색이 력연하였다.

<<한족들은 안쓰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창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어깨를 으쓱 했다.

<<애를 보니까 하나 쓰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구...>>

창호는 말을 끊었다가 장난기 섞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애가 중국애 같지가 않게 순하고 여려보였어요. 필경 중국이니까 중국 손님이 없다는 법은 없으니까 있으면 좋을거 아니겠어요? 우린 민족단결도 필요한거 맞지요?>>

인순이는 명단을 상우에 놓았다.

<<저야 관계없는 사람이니까 아무려나 마찬가지이지요. 다만 갑자기라는 그점이 궁금하군요.>>

<<모르겠어요. 애를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예요. 거절할수 없다는 강박관같은것이 있었지요.>>

인순이는 얼굴에 표정이 엇갈렸다.

<<어머머, 강박관? 너무 이른거 아니예요. 우리 렴선생 왕자의 혼을 타고나셨나 보네.>>

창호는 인순이가 다른 말을 하고있는것을 알아챘다. 그러나 창호는 레이훙에 대해 인순이가 말하는 부분의 생각을 가진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그리고 인순이라는 이 녀자와 먼 옛날의 첫사랑을 이야기할수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창호가 레이훙을 선택한 것은 한족이고 성이 레이씨였기때문이 가장 중요했다. 다른 성씨를 가졌다면 무심하게 지나쳐버리거나 퇴자를 놓았을지도 몰랐다.

<<쓰다가 안되면 내보내도 되니까 한번 시험해보려고 했을뿐이예요. 이담 교육할 때 좀더 신경을 써주어요.>>

인순이는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까딱했다.

<<특별히 신경을 써볼게요. 렴선생 뜻이라면야 전 쫓는거죠 뭐... 실은 애가 이쁜데가 있어요. 피부도 그렇고 몸매도 죽이더라구요. 조선족애들은 그런 몸매를 가진 애들 찾기가 힘들지요. 처음 한족이라고 하니까 돌아가라고 했는데 사정사정하기에 그럼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일 마지막에 들여보냈는데 오히려 찍혔군요.>>

창호는 찍혔다는 말이 신경이 씌였다.

<<우리가 중국이라는 곳에서 일한다는걸 많이 생각했을뿐이예요>>

창호는 얼버무리고말았다.

인순이가 야릇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러는 인순이를 바라보며 창호는 열정이 없는 어조로 말했다.

<<저녁에 식사나 같이 합시다. 근사한 곳이 있으면 안내를 해도 되구요. 숙녀께서 수고를 많이 하셨는데 인사치례는 해야지요?>>

인순이가 소파에 앉은채 입을 뻥긋했다.

<<수고를 했다고 인사를 하시는 분이 그런 인상이니 얻어먹는 신세가 되지 않아요. 안갈거예요.>>

창호는 급히 미소를 지었다.

<<바람난 사람 달래준다고 생각하세요.>>

<<어머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창호는 웃고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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