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2일 새벽 4시 50분 우리는 백두산으로 향했다. 나에게는 이번에 3번째다. 하지만 백두산은 가봐야 폭포와 천지를 볼 수 있을지를 알 수 있기에 오늘도 마음을 졸이면서 천지를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연길에서 떠날 때부터 거의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화창하던 날씨가 백두산에 도착하자 뿌연 하늘로 맞이하더니 관광버스에서 내리자마 기다렸다는 듯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누군가 비옷을 사와 우리들에게 나누어준다. 그 비옷을 백두산에 올라갔다 오는 동안 꺼내고 넣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리다가 또 언제그랬냐는 듯이 멈추고 그렇게 반복을 거듭하였다.

폭포밑에 다달았으나, 폭포는 자욱한 안개에 뒤덮여 정체 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요새는 위험을 감안하여 천지까지 전부 계단으로 만들어놓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백두산에 아버지를 따라 갔을 때는 전부 돌덩이로 된 산을 올랐는데 앞에서 오르는 사람이 돌 하나만 잘못 디뎌 내리 구르면 아래사람이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모를정도로 무서웠다. 그러다 1996년에 다녀올 시에는 가장 위험한 폭포 옆부분만을 위에 그물 같은 것을 설치하여 돌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만들었다. 비록 자연그대로인 모습이 훨씬 보기 좋긴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위험이 많이 줄어들고 훨씬 안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계단의 일부분은 무서울 정도로 좁고 가파로왔다. 기다싶이 하며 올라가는 우리 일행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친절하게 "힘내세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십분, 아니 5분이면 천지 볼수 있어요!"라고 힘을 북돋우어 주었다.

그렇게 30분을 올랐을까. 정말 계단이 이제 끝에 다달으고, 앞이 훤해졌다. 천지에서 내려와 곧 폭포로 이어질 맑은 물이 옆으로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그 맑고 힘찬 물을 보니 올라올 때의 힘들던 생각이 깡그리 사라졌다.

언덕을 지나 겨우 천지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천지물이 눈앞에 바로 펼쳐졌다. 무겁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한줄기 환한 빛이 감돌며 천지는 기적같이 우리 앞에 모습을 모두 드러냈다. 너무나도 감격에 겨워 천지물에 손을 담가도 보고 바지 걷고 발도 담가보면서 최대한 온몸으로 천지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힘내서 내려왔다. 근데 이게 웬 복인지...올라갈 때 꽁꽁 자취를 감췄던 폭포가 글쎄 내려올 땐 여전히 두터운 안개속에서도 완연히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너무나도 감사했다. 폭포의 모습이 금새라도 사라질 것만 같아 빗속에서도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다행히 폭포와 천지를 모두 볼 수 있어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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