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선족교회 윤완선 목사

이 글은 정말 쓰기 싫은 글이다. 또 이 글을 써서 나에게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조선족 동포사회의 바른 발전을 위해 이 글을 꼭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서울조선족교회는 ‘귀한동포총회’와 같은 단체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서경석 목사께서는 귀한동포총회가 탄생할 수 있도록 힘썼을 뿐만 아니라, 귀한동포총회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소개하여 사단법인체가 되도록 직접 도움을 주었고, 작년에는 추석잔치도 주관하게 하였다. 서울조선족교회에서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2년반동안 귀한동포총회에 사무실까지 내주어 재정적으로 돕기에 최대한 힘써왔다.

그런데 서울조선족교회가 ‘귀한동포총회’에 대해 결정적으로 실망한 이유는 이 단체가 조선족동포들의 권익을 위한 투쟁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금년 5월, 한국에 온지 17년 이상 된 “韓中修交以前 입국자”들이 추방당하게 되자 서울조선족교회는 이들을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한국에서 17년 이상 산 동포들을 내쫓으려는 법무부의 처사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5백명의 동포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고 서경석 목사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의 동포들의 항의집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집회였다. 서경석 목사만 단식을 해선 안 될 상황이었다. 동포들도 함께 동참해야 서경석 목사께서 하는 단식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결국은 서경석 목사의 단식 25일 만에 우리는 완전히 승리했다. 그런데 이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귀한동포총회’에 수차례나 인원동원을 요청했지만 ‘귀한동포총회’는 이를 끝까지 거부했다. 투쟁에 앞장 서 달라는 것도 아니고, 뒤에서 조용히 인원동원만 하면 될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얼마 후 나는 ‘귀한동포총회’가 법무부에 ‘동포지원센터’로 허가받는 것을 신청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무부를 상대로 한 투쟁에 동참할 수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투쟁에 동참한다고 해서 ‘동포지원센터’의 허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안산조선족교회’는 열심히 투쟁에 동참했지만 동포지원센터의 허가를 받았다. (물론 서울조선족교회의 경우에는 동포지원센터 신청이 허락되지 않았다. 법무부를 상대로 극한투쟁을 한 우리 교회에 동포지원센터를 허가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그 결정을 수용했다.)

더구나 ‘귀한동포총회’는 그동안의 조선족 동포의 권익옹호를 위한 투쟁의 성과물이다. 동포들의 권익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로 동포들에게 국적회복의 길이 열렸고 또 그렇게 해서 ‘歸韓동포총회’도 창립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귀한동포총회가 한낱 작은 利權때문에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귀한동포총회’가 이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 단체는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단체가 되고 만다. 그래서 서울조선족교회와 서경석 목사는 ‘귀한동포총회’ 임원들에게 확실한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더는 당신들에게 사무실을 빌려줄 수 없다고 하였다.

서울조선족교회는 1999년이래로 해마다 추석이 오면 조선족을 위한 추석잔치를 개최해 왔다. 그런데 작년에 서경석 목사께서는 추석잔치를 ‘귀한동포총회’가 주관하도록 하고 서울조선족교회가 재정적인 뒷감당은 물론, 모든 행사를 총괄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귀한동포총회’가 주최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번 대회에서도 발표하였다. 일개 교회가 이 큰 행사를 주최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귀한동포총회’로 하여금 진정 재한조선족을 대변하는 단체로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경석 목사는 금년만큼은 귀한동포총회가 추석잔치를 주관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귀한동포총회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추석잔치 개최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서울조선족교회는 다시 추석잔치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추석잔치를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구로구청의 체육공원인 안양천이다. (그동안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잔치를 했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더 이상 그곳에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구로구청 체육공원인 안양천은 규정상 한 달 전에만 신청을 할 수 있고 그 전에는 장소사용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 달 전 시일에 맞춰 서울조선족교회가 장소사용신청을 냈다. 그런데 곧이어 귀한동포총회가 같은 장소에 같은 사안으로 사용신청을 냈다. 그것도 서울조선족교회가 14일 날로 일정을 잡았는데 ‘귀한동포총회’는 13일에 스케줄을 잡아 신청한 것이다. 두 개의 장소사용신청이 들어가니까 구로구청은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둘 다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추석잔치는 지난 9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서울조선족교회가 주최해 온 행사다. 작년 행사도 主管이라 하지만 귀한동포총회는 숟가락만 챙겼을 뿐 서울조선족교회가 가수초청으로부터 무대설비 등 모든 재정 감당을 한 행사였다. 그래서 서울조선족교회는 귀한동포총회에 집회신청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귀한동포총회는 끝까지 우리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렇게 되면 금년도 추석잔치는 불가능해진다. 추석이 14일 앞으로 다가오자 서울조선족교회는 할 수 없이 집회신청을 취소했다. 꼭 솔로몬의 재판처럼 되었다. 우리로서는 귀한동포총회와 싸우다가 동포들의 추석잔치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년에 처음으로 서울조선족교회가 10년간 해오던 추석행사를 주최하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서경석 목사는 귀한동포총회와 악착같이 싸워 이기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으신 분이다. 또 그럴 분도 아니고, 이 일에 신경을 쓰실 여유도 없으신 것이다. 그렇지만 동포사회를 위해 잘못된 것은 지적하면서 ‘귀한동포총회’가 이런 식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서 목사는 “사람의 도리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귀한동포총회’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利權이나 威勢만 좇는다면 이 단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코앞의 작은 이익이 중요하지 않다. 결정 하나를 하더라도 훗날 바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귀한동포총회’가 지금처럼 信義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작은 이익이나 좇아 이리저리 흔들린다면 절대로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한가위잔치는 우리 동포들에게 중요한 잔치이기에 지난주일 교인들에게 귀환 동포총회가 주최하는 한가위잔치에 전부 참석할 것을 권고하셨다.

서울조선족교회에서 올해에는 한가위잔치가 솔로몬 재판처럼 되어 동포를 위한 마음으로 양보했지만 내년에 다시 추석잔치를 개최하는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우리교회가 추석잔치를 개최하는 것을 꼭 원해서가 아니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개최권을 강탈해가는 법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